[아트레터]#2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가 그린 연인들

인물·칼럼 / 이수아 / 2020-12-05 13:24:08
상상력이 세상을 멋지게 만든다.

세밀하고 사실적인 묘사와 함께 그림에 낯선 상황을 연출하여 보는 이를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재치 있는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 그가 작품 속에서 묘사한 사랑하는 연인들의 모습은 꽤 기이합니다. 한번 보면 잊히지 않을 만큼 강렬한 마그리트의 그림. 그가 정말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작품을 통해서 연인들의 사랑에 관해 통찰해 보도록 합니다.


사진: René Magritte, The Lovers I, 1928, National Gallery of Australia, Canberra. [제공 = 아트램프]
사진: René Magritte, The Lovers I, 1928, National Gallery of Australia, Canberra. [제공 = 아트램프]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다정한 몸짓으로 얼굴을 함께 맞대고 사진 찍는 포즈를 취합니다. 휴가 때 아름다운 숲과 바다가 보이는 곳에 가서 찍은 사진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마치 누군가 두 사람의 얼굴에 천을 뒤집어 씌우고 뒤에서 잡아당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요소들 때문에 서로 가까이 붙어 있는 두 사람을 보면서 소외, 질식, 심지어 죽음의 광경이 보입니다. 이 연인들은 진정으로 소통하거나 만질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얼굴을 감싼 천은 두 사람이 서로를 보지 못하도록 영원히 그들을 분리시킵니다. 서로의 얼굴, 신분조차 확인할 수 없으면서 평화로운 곳에서 사회적 관계망을 신경 쓰며 친밀한 포즈를 취하는 두 사람. 남들은 모르는 위태로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사진: René Magritte, The Lovers II, 1928,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제공 = 아트램프]
사진: René Magritte, The Lovers II, 1928,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제공 = 아트램프]

위 작품과 비슷해 보이지만, 스킨십은 더 친밀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불안합니다. 짙은 벽지와 대비되는 기둥 컬러. 추상적인 배경 속의 두 인물은 열정에 이끌려 둘만의 공간에서 완벽한 키스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역시나 얼굴이 하얀 천에 싸여 있습니다.


두 사람은 앞이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원하며 깊이 사랑에 빠집니다. 이 맹목적인 사랑은 결국 서로의 진심과 감정을 이해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할 것입니다. 우리는 편안하고 안정적일 때에만 사랑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상처에 시달리고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이리저리 꼬인 때에도 사랑을 하니까요. 맹목적인 사랑의 위태로움은 결국 배반당할까 하는 두려움이 집착과 질투로 변해 서로를 파괴해야지만 끝이 나고야 맙니다.


사진: René Magritte, The Lovers III, 1928, private collection [제공 = 아트램프]
사진: René Magritte, The Lovers III, 1928, private collection [제공 = 아트램프]
사진: René Magritte, The Lovers IV, 1928, private collection [제공 = 아트램프]
사진: René Magritte, The Lovers IV, 1928, private collection [제공 = 아트램프]

이 작품들은 개인 소장품이기 때문에 위 작품들 <The Lovers I, II>보다 훨씬 덜 알려져 있습니다. 이전 작품들처럼 연인들의 얼굴에 천이 가려져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개성 있는 표현으로 사랑을 나눕니다. 그림 속 연인의 모습은 <The Lovers I, II>와 비슷합니다. 여자의 드레스가 같아 보이고 남자의 얼굴 각도 또한 비슷하지요. 하지만 몸통이 없어 같은 남자인지 아닌지는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어떤 의미일까요?


머리는 이 여자와 함께 있지만 몸과 마음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다는 걸까요? 아니면 연인이 함께 있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표현한 걸까요?


사진: René Magritte and Le Barbare, 1938. Private Collection. © Photo by Fine Art Images/Heritage Images/Getty Images [제공 = 아트램프]
사진: René Magritte and Le Barbare, 1938. Private Collection. © Photo by Fine Art Images/Heritage Images/Getty Images [제공 = 아트램프]

르네 마그리트가 그린 4개의 '연인' 시리즈는 아슬아슬하고 신비로운 느낌이 감돕니다. 마치 욕망을 포기하지 못하고 서로를 파괴하며 주체성을 잃어가는 잘못된 남녀관계를 꼬집고 그 고통을 표현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마그리트에겐 이런 독특하고 강렬한 그림을 그리는 데 계기가 된 큰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가 어릴 적에 우울증을 앓던 어머니가 강가에서 익사체로 발견되었는데, 당시 어머니의 얼굴이 하얀 잠옷에 덮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트라우마를 겪은 그에게 사랑이란 무서우면서도 다가가고 싶고, 가까이 가고 싶지만 떨쳐내야 하는 불안과 집착의 모순된 감정이었을 것입니다.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들은 ‘이게 무슨 의미일까?’라는 궁금증을 유발합니다. 그것이 작가의 의도이건 아니건 우리는 그 안에서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작가가 쏘아 올린 주제에 대해 생각을 크게 키워 볼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마그리트의 그림 속에 이입해 잠재되어 있던 상상력을 키워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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