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뒤를 돌아보니 발자국은 오간데 없다>는 엔데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다음은 책에 수록된 소개 글이다.
「꿈이란 걸 알아차릴 때면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는 길 위에 혼자입니다. 길게 뻗은 지평선을 넘어서까지 쭉 이어집니다. 주위는 밤이라 그런지, 아니면 원래 빛 같은 것이 없었는지 온통 시커멓습니다. 그러곤 걷기 시작하는데, 아무리 걸어도 풍경은 무엇 하나 바뀌지 않습니다. 이 길은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 작은 이정표도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몹시 두려워져 그 자리에 주저앉고, 뒤를 돌아봅니다. 이제 오직 남은 건 내가 남긴 발자국 하나만 남아있으니까요. 오직 발자국만 남았으니까요. 하지만 뒤를 돌아보면 발자국은 오간데 없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이렇게 열심히 걸어왔는데 발자국이 없습니다. 발자국들은 어디로 간 걸까요? 발자국은 나를 부끄러워한 나머지 찍히기 바쁘게 이리저리 떠났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나는 처음부터 걷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길이란 게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나는 어디에서부터 걸어온 걸까요? 나는 어디로 가고 있던 걸까요? 나는 누구인가요? 내가 무너집니다.
그렇게 울음이 나오기 시작할 때 즈음 잠에서 깹니다. 침대 위의 어둠은 익숙하지만, 내가 무너진 감각은 여전합니다. 잠은 다시 오지 않고, 멍하니 동이 틀 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리고 곧 글을 쓰고 싶어 견딜 수 없어집니다.
그렇게 쓴 16개의 단편 소설이 이 책에 실려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저자 소개
저자: 엔데
평범한 한량 공대생입니다. 평소엔 대체로 우울한 편입니다. 낮에는 박사과정으로, 저녁에는 한량으로 지내죠. 우울하거나 무료할 때면 책을 읽거나 글을 씁니다. 언젠가 정말 재미있는 동화책을 쓰는 게 꿈입니다.
목차
1. 첼로 이야기 / 2. 밤나무 인간의 불행한 삶 / 3. 줄 위의 영원회귀 / 4. 시간 게임 / 5. 담배와 단 하나의 진실 / 6. 하늘고래 / 7. 서점과 내기 / 8. 행복 씨, 가장 불행한 사람 / 9. 고양이의 생애에 대하여 / 10. 자작나무 사이의 시선 / 11. 어느 현대인의 죽음 / 12. 사막의 광대 / 13. 문맹자의 삶 / 14. 피노키오 / 15. 행복한 눈물 / 16. 떨어지는 것들 사이에서
본문
여느 때와 다름없이 멍 때리며 카페에 앉아 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내 앞에 첼로 하나가 앉아 있었다.
- '1. 첼로 이야기' 중에서 -
하지만 기어가기에는 출구가 너무 멀었고, 소녀는 너무 빨랐다. 그리고 뒤에선 지옥의 개들이 사내를 갈가리 찢기 위해 쫓아오고 있다.
- '4. 시간 게임' 중에서 -
사과씨가 눈을 떴을 때, 세상 모든 것이 떨어지고 있었다.
- '16. 떨어지는 것들 사이에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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