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응 그래 # 마음나누기]는 박혜정 작가의 시집이다.
「긍정의 나누기 부호 '응!'
'응'하고 끄덕여 줄 당신의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하고 등을 토닥여 드릴게요.」
시집은 작가가 퇴직 후 방황의 시간을 거치는 동안, 정신적, 육체적 공허함을 글로써 극복했던 과정들을 담았다. 그리고, 작가가 앓고 있는 희귀난치병을 대하는 독백을 통해, 독자들과 함께 아픔을 다독이며 소소한 행복을 찾도록 돕고 싶다는 그의 소망 또한 담겨있다.
시집에 수록된 각 시들의 뒷면에는 간략한 후기가 있어, 독자들이 시에 대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
박혜정 작가의 시집 [응 그래 # 마음나누기]를 통해 독자들은 그가 가진 긍정 에너지와 위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박혜정
경희대학교 주거환경학과 졸업
HSAd 부장(전시기획자, 공간디자이너) 역임/퇴사
목차
총 84페이지
본문
등이 몹시 간지러울 땐
아마도 그 곳엔
흰 수염을 뾰족이 빗은
미꾸라지가 휘젓는 것이다
내 등은 밤이 깊은 너른 바다
파도가 산탄하는 총소리 내며
어서어서 하고 다그친다
곧 죽어도
온기가 남은 당신의 손으로
나의 바다에 닿아
잠잠해지기를 기도하자
그것은 불쑥 고르고 골라
아닌 척 말쑥한 얼굴을 하고
조용한 새벽을 맞는다
- '가려움', 33페이지 중에서 -
나의 병이 가져오는 많은 이상 증상 중에 가장 괴로운 것이 가려움이다.
이 가려움은 흔한 간질거림과 다르다.
마치 상처가 나을 즈음에 생기는 느낌처럼, 먹먹하게 감각이 없으면서
속에서는 작은 실지렁이들이 초속 3cm쯤되게 지그재그로 파드득 지나가는 것 같달까.
전기 오르는 것 같이 순식간에 번개가 칠 때도 있고,
그것이 오래간 지속되기도 한다.
손이 닿지 않는 애매한 견갑골부위나 등이 그러한데,
당최 누군가가 손으로 꾹꾹 눌러 주거나 긁어주지 않으면 못 배기는 가려움이다.
그 덕에 언제나 스킨쉽을 필요로 하는 징징거리는 어른이 되었나 보다.
- 34 페이지 중에서 -
나의 작은 방
책상 옆으로 난 창은
두꺼비가 사는 작은 정글로 향한다.
거실로 향한 문을 닫으면
내 방까지는 온통
그들의 것이 된다.
짙은 밤이면
종점 옆에 생긴 약방의 개 잡는 소리,
발정 난 도둑 고양이의 애 잡는 소리에
숲이 부풀어 가득 찬 그 방엔
나만 없으면 사람은 없다
잊고 있었다
등에서 돌기가 나려고
밤만 되면 그토록 가려워 울었는지도
물 웅덩이 냄새가 그리웠는지도
이따금 낡은 펀치 기계만이
여보세요 잠깐만요 한다
- '두꺼비가 사는 방', 41페이지 중에서 -
옛날 살던 집, 내 방에 난 창으로 보면 잡초가 우거진 공터가 보였다.
밤 늦게까지 공부할 때면,
온통 주변엔 사람 소리는 없고 다른 소리들이 가득 차서
꼭 숲 한 가운데 앉아 있는 것 같더라.
시끄러운데도 너무나 조용해 더 집중이 잘 되는 그런 밤.
하필 그 적막을 깨던 것이 사람소리를 닮은 기계음이라니
아이러니하기도 했다.
- 42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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