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작가 기획 연재 18화 : 그들은 왜 책을 만들었는가?] 'TV를 끈 방송작가' 김연지 작가

기획·연재 / 강문영 / 2020-06-06 13:26:00
방송작가이자, 독립출판 작가인 그녀의 이야기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연지 작가님은 방송 작가를 하셨던 분입니다.
그 사실을 알고 인터뷰를 해서 그런지 몰라도, 정말 딱 방송 작가라는 이미지가 느껴졌습니다.
남을 웃음 짓게 하는 일을 보람으로 삼는, 웃기고 싶은 욕구를 잔뜩 품고 계신 『TV를 끈 방송작가』의 김연지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TV를 끈 방송작가』의 저자 김연지 작가의 모습이다.[출처: 강문영 기자]

P /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리겠습니다:)
작가 김연지(이하 김) / 남을 웃기는 것이 제일 좋고, 웃음을 우선가치로 두고 사는 김연지라고 합니다. 방송작가이고, 예능 작가를 하다가 지금은 드라마 보조 작가를 하고 있습니다. 2017년 1월에 『TV를 끈 방송작가』 출간을 시작으로 독립출판 작가 활동도 겸하고 있습니다.

P / 방송 작가 문화는 어떤가요
김 / 보편적인 예능작가 시스템은 상하 수직관계예요. 맨 위에 메인, 중간에 서브, 맨 밑에 막내. 대기업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평등한 관계라기보다는 수직적으로 일하는 게 효율적인 시스템이에요. 그런데 제 첫 프로그램은 경력보단 능력을 중요시하는 분위기라 막내임에도 불구하고 의견을 편하게 내고 많이 배울 수 있었죠.

P / TV를 끈 방송작가』는 어떻게 발간하시게 됐나요
김 / 영화나 드라마는 작가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기승전결 구조로 거의 다 표현할 수 있잖아요. 물론 연출의 영역은 있지만요.반면에 예능은 정해져 있는 구성이란 게 있고, 출연자의 개입 영역이 큰 분야이기도 해요. 그리고 철저히 팀플레이에요. ‘나도 혼자서 온전히 창작해보고 싶다!’라는 갈증이 있었죠. 일하면서 생긴 스토리들이 쌓이면서 이것들을 의미 있게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혼자 일기로 쓰거나 SNS에 올리는 것보다 좀 더 멋진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던 때에 독립출판을 알게 되었어요. 독립출판이라면 누구에게도 검열받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1부터 100까지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책을 내게 됐습니다.

P / 독립출판을 하기 위해 따로 하셨던 게 있으신가요
김 / 독립출판에 대한 개념과 책 제작 실무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었어요. 곧장 한 서점에 가서 책을 내고 싶단 얘기를 하고 클래스를 들었어요. 일하고 있을 때이기도 했고, 제가 뒷심이 부족하거든요. 그래서 속성 1대1 클래스를 통해서 단기간에 책을 냈어요. 사실 꼭 클래스를 안 듣더라도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으니 본인에게 맞게 선택하시면 될 것 같아요.

P / 책 만드는 과정에 어려움이 있으셨어요
김 / 출판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딱히 없었어요. 그냥 술술 진행되어 책 출판까지 간 거 같아요. 굳이 조금 아쉬운 점을 꼽자면, 홍보 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 거예요. 제가 SNS랑 안 친하거든요. 근데 홍보가 많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이왕이면 많은 분이 읽어줬으면 하고 만든 책이니까요.

P / 이 책을 재밌게 읽는 방법이 있다면요
김 / TV를 안 보시는 분들이 공감을 못 하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의외로 제가 예상 못 한 포인트에서 공감을 해주시더라고요. TV를 안 보는 분들은 안 보는 대로의 공감이 있고, TV를 즐겨보는 분들은 보는 대로의 공감이 또 있더라고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왜 TV를 안 보게 됐는지, 왜 즐겨보는지를 한번 생각해보시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P / 책 내용 중에 자영업 경험에 관해 쓰셨는데 실제로 느꼈던 자영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김 / 나는 ‘이게 잘 팔리겠지’ 하고 내놨는데 의외의 것이 팔린다든가 하는 예측 불가능한 점과 상품에 대한 피드백이 즉각적인 게 방송이랑 비슷해서 재미있고 매력 있었어요.

P / [닭이 먼저 달걀이 먼저]라는 글에서 재능과 인성에 대한 부분을 다뤘는데 우리나라의 이슈와 맞는 글인 것 같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재능과 인성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요 그 두 가지를 독립적으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하나로 봐야 할까요
김 / 참 답을 내리기 어려운 부분인 거 같아요. 사람마다 가치관에 따라 뭐가 틀리고, 맞는 건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방송일이라는 게 단순히 물건 같은 걸 파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인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화를 전달하는 일이기 때문에 창작자의 인성을 전혀 무시할 수가 없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해요.

P / [맺음말]에서 완성된 책을 보고 좋아하는 마음, 미운 마음이 널뛰기 한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표현하신 이유는요
김 / 이 바닥에 환멸을 느끼는 순간도 많았지만, 운이 좋게 좋은 사람들도 만나서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서 재미와 성취감도 많이 느꼈어요. 늘 그 두 가지가 공존해서 그렇게 표현했어요.

P / 작가로서 추후 계획과 개인으로서의 추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김 / 작가로서는 누군가의 ‘인생 작품’을 만드는 거예요. 그게 예능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두 번째 독립출판은 아직 계획은 없지만, 하게 된다면 소설을 한번 써보고 싶어요. 개인으로서의 계획이라기보다 꿈이 있다면, 언젠가는 작가와 배우를 겸하고 싶다는 거예요. 이건 되든 안되든 크게 상관없어요. 대본을 쓸 땐 이미 제가 그 역할이 될 수 있으니까요.



예능과 드라마를 하시고 독립출판까지 하신 분이다 보니 한 타임 정도 자신의 모든 걸 후회 없이 쏟아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고비를 넘기고 온 사람처럼, 뭔가 초연하고 초월적인 분위기였다고 할까요?
그렇게 내려놓은 상태에서, 저도 글을 읽고 만나서 더 편안했던 인터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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