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기획 연재 10화 :그들은 왜 서점을 열었는가?]시집과 독립출판물 '다시서점'

기획·연재 / 강문영 / 2020-06-12 13:22:51
EDM을 들으면서 책을 읽고 싶다면

좋아하는 일 vs 잘하는 일


우리가 어른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잘하는 일을 하면서 인정받고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즐겨라


한 번쯤 좋아하는 일에 미쳐보는 건 어떨까


좋아하는 일에 질리고 질려서


바닥까지 보게 되면 미련 없이 돌아설 수 있지 않을까


현실에 벽에서 조금 망설이기도 하지만


아직 꿈 많고 좋아하는 일을 당당히 펼치고 있는


이태원의 다시서점을 만나고 왔다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42길 34에 위치한 '다시서점'의 입구 모습이다.[출처: 강문영 기자]

 


 


Q. '다시서점'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A. 근래에 서점이 많이 생기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예전보다 서점이 많이 줄었잖아요. 그래서 서점을 '다시 해보자'라는 의미가 제일 크고요. 어떤 방식이든 간에 서점이란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게 첫 번째 목적이었어요. 저희는 독립출판물과 시집 위주로 판매를 하고 있고 허세 돋는 글을 좋아해서 홈페이지에는 그런 그들을 많이 있어요. 사실 서점 이름은 제가 좋아하는 노래의 앞 글자를 딴 거예요. 윤선애라고 옛날에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하셨던 분인데 그분 노래 중에 '다시 만날 날이 있겠죠'라는 노래가 있어요. 원래 서점 이름을 '다시 만날 날이 있겠죠'로 하려 했는데 친구들이 너무 '홍대병 난다'라고 해서 앞에 '다시'만 따오게 되었어요.


Q. 서점 운영 전에 출판 관련 일을 하셨나요? 서점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A. 제 전공은 사운드 레코딩, 음향 전공이에요. 처음엔 그쪽 관련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왜 이러고 사나 싶어서 템플스테이를 갔죠. 전부터 쓰고 싶던 글이 있어서 친구들이랑 웹진을 만들어 인터뷰도 하러 다녔었고, 그 일을 하다가 [헤드에이크headache]라는 독립출판물을 알게 되었어요. 그 친구들이랑 작업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서점을 하게 되었죠. 그리고 제가 어렸을 때 작은 외삼촌께서 서점을 오래 운영하셨어요. 10~15년 정도 하셨는데, 그때의 기억이 많이 남아있었기도 했어요.


 


이번 달은 윤동주 시인에 관한 책이 메인 코너에 전시되어있었다.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42길 34에 위치한 '다시서점'의 내부 모습이다.[출처: 강문영 기자]

 


Q. 쓰고 싶었던 글이 있다고 하셨는데, 어떤 글을 쓰고 싶으셨어요?


A. 허세 돋는 글? 하하.


Q. 그럼 혹시 출판을 하셨거나 지금 작업 중인 작품들이 있나요?


A. 독립출판물로는 몇 권 있고요, 저 혼자 그냥 쓰는 거죠. 6권 정도 있는데 잘 안 팔렸네요.


Q. 이태원에서 서점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있으세요?


A. 저희가 원래 종로 4가 지하상가에서 시작을 했어요. 그런데 같이 운영하는 팀과 틀어져서 다른 데로 가야겠다 싶어서 찾던 와중에 이곳을 알게 됐고요. 여기 사장님을 그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사장님이 '낮에는 공간이 비니까 여기서 서점을 하고, 밤에는 바를 하면 둘 다 시너지가 나지 않겠냐'라고 제안을 하셔서 시작을 하게 되었죠. 그전에 서울시 '신 택리지'라는 사업에서 한남동을 맡아서 하기도 했고, 제가 이곳에 살고 있어서 동네를 잘 알고 있으니까 맘에 걸리는 거 없이 시작을 하게 되었죠.


Q. 여기 바에 자주 오셨나 봐요. 사장님과는 손님 사이로 알고 계셨던 건가요?


A. 사실 손님도 아니었어요. 저도 이렇게 인터뷰를 하다가 알게 된 사이였고, 밤에 형이 손님 없으면 술 먹으러 오라고 하고. 하하. 처음에 독립잡지 편집하는 친구가 저랑 잘 맞을 것 같다고 해서 자리를 마련해 줬는데, 그 당시 제가 홍대 문화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그 얘기를 들으러 간 거였죠. 갔더니 '이런 얘기 말고 나가서 담배 한 대 피자'해서 한 대 피고 커피 한잔하고 밤에 술 한잔하러 오라 해서 친해지게 되었어요. 하하.


 


구석에 전시된 책들은 '저희도 한 번 들여다보세요~'라는 느낌을 받았다.


 


Q. 서점 소개하실 때, 독립출판물과 시집을 주로 다루신다고 하셨어요. 독립출판물 입고 문의를 받을 때 '다시서점'만의 단행물 선정 기준이 있으신가요?


A.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다 받았어요. 그런데 1년 동안 안 팔리는 책도 있고 2년이 넘어가도 안 팔리고. 또 할인을 해도 안 팔리는 책들이 생기더라고요. 이게 독립출판물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신뢰를 못 하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Q. 어떤 점에서 독립출판물을 신뢰를 못한다고 생각하세요?


A. 책 같지 않아 보이는 거죠. 글도 기술인데 갈고닦지 않은 채로 만든다던지. 손님들이 와서 이런 얘기를 하세요. '이러면 나도 만들겠네'. 그런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안 좋거든요. 처음에는 그림책이랑 사진집도 다 받았는데 그러다 보니까 우리만의 색깔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원래 하고 싶었던 게 한 쪽은 독립출판물, 다른 한 쪽은 시집으로 배치해서 꾸미고 싶었는데 책을 다 돈 주고 사야 되더라고요. 여기 오시면 시집을 다루는 다른 서점들이랑 비교를 하세요. 근데 제가 돈이 없기 때문에 뭐. 여기 이렇게 꾸미는 데도 몇 백만 원이 들어서 이제야 이만큼 꾸민 거거든요. 돈을 더 벌면 더 늘겠죠. 하하.


Q. 운영한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A. 올해 햇수로 3년 차 들어가니까 3년 조금 넘었네요. 2014년 5월 18일에 오픈했어요.


 


매달 대표 시인을 선정해서 그 시인의 대표작을 팻말에 적어 입구에 놓는다.


 


 


Q. 반대로 좋았던 일들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손님들은 어떤 분들이 있으신가요?


 


A. 서점 생기고 나서 자주 오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가 춘천에서 대학을 다니나? 그럴 텐데. 서울 올 때마다 들러서 책을 사는 거예요. 그 친구가 작년에 군대를 갔는데 휴가를 나올 때마다 여자친구랑 손잡고 들러요. 군인인데 여자친구는 또 어떻게 만들었나. 하하. '뭐, 좋은 거 없어요?'하면서 멋쩍게 들어오는데. '이상한 질문인데?' 하면서 책도 추천해 주고. 그런 친구들이 오면 더 주고 싶은 거죠. 학생들 올 때가 제일 좋아요.


Q. 서점에 오는 손님들은 대부분이 학생들인가요?


A. 여기 골목 자체가 20대 데이트 코스다 보니 그런 친구들이 많이 오죠. 학생들이 가장 반짝반짝해서 좋아요. 돈 없는 친구들이 자꾸 들었다 놨다 하는 모습이 어릴 때 제 모습 같기도 하고요.


Q. '다시서점'에서는 행사나 모임은 안 하시나요?


A. 저는 원래 행사를 안 했어요. 워크숍도 안 했는데. 이제 하려고요. 제가 아니더라도 다른 서점에서 활발히 하고 있으니까 굳이 나까지 해야 하나 싶었는데. 먹고살아야 하니까. 하하. 그런데 여기서는 워크숍을 할 수가 없어요. 여기가 바(bar)여서 수업을 할 수가 없고, 또 6시부터 운영을 하니까 행사를 하게 되면 그전에 12시부터 6시 사이에 해야 하거든요. 그 시간에 사람들이 와서 뭘 하기가 애매한 시간이잖아요. 일단 여기서는 할 수가 없고 방화동에 작년에 오픈한 매장이 있는데 사람들이 찾아오기가 좀 힘들어도 공간이 넓어서 가능해요. 준비도 다 해 놓아서 거기서 해 볼 예정이에요. 지금 여기서는 제가 하고 싶은 걸 해 보려고요. 토요일 아침에 시 읽는 모임을 하고 싶어요. 자기가 시 한 편씩 읽고 집에 가는 거죠. 이게 끝이에요. 하하.


Q. 시 낭독 모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굳이 토요일로 정하신 이유가 있으세요?


A. 평일 아침이면 아무도 안 올 것 같고, 주말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는 새가 분명히 있을 것 같아요. 하루를 꽉꽉 채워서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요? 제가 그런 편이에요. 오늘은 새벽까지 술을 마셨는데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강남에서 일 보고 와서 지금 이렇게 인터뷰하고 있는 거거든요. 하하. 그리고 일요일 아침에는 신앙 없는 성경 모임을 하고 싶어요. 저는 종교가 없는데 성경을 재밌게 읽었거든요. 대신 종교가 없는 사람들만 모여서 읽어야 하는 거죠. 종교가 있는 사람이 끼게 되면 그때부터는 전도가 되니까. 신앙 없는 사람들끼리 성경 가져와서 읽고 싶은 부분을 읽고 30분 정도 얘기하고 집에 가는 방식인 거죠. 그런 모임을 하고 싶어요.


Q. 성경책을 꾸준히 읽고 계시나요?


A. 오늘 아침에도 나오면서 챙겨왔거든요. 예전에 읽고 싶어서 아는 분께 선물로 달라고 했어요. 제가 살면서 성경을 2번 완독했어요. 근데 기억에 하나도 안 남더라고요. 하하. 첫 번째는 초등학교 때 한 번 읽었고요, 두 번째는 나이 들어서 읽었어요. 뭐, 기억에 남는 건 없지만 좋은 말들이 많이 있으니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때가 있더라고요.


 


 


윤동주 시인과 백석 시인의 디자인 상품이 책과 함께 전시되어있었다.


 


Q. 서점에 시집이 많이 보이는 데, 성경 외에도 시집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A. 시집은 성경과 같은 맥락인 것 같아요. 어떤 시인의 구절들이, 그 한 구절이 삶을 바꿀 때가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시집이 좋은 것 같아요. 저희가 작년 12월부터 일정 주기별로 한 시인의 시집만 판매를 하고 있어요. 한 공간을 그렇게 활용하고 있는데, 지난달에는 '백석' 시인의 시집을 판매했었고 이번 달에는 '윤동주' 시인만 다루고 있어요.


Q. 한 시인의 시집만 판매하시면서 관련 문화상품도 제작하시나 봐요?


A. 제가 직접 했으면 좋았을 텐데. 이건 Cartoonist 김번 작가님께 부탁을 드린 거예요. 처음에는 '책방이면 책만 있어야지'라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사람이 살다 보니까 '내가 하고 싶은 것들만 하면 안 되는구나'라는 걸 깨닫게 된 거죠. 그래서 하게 되었어요.


Q. 주기별로 시인을 선택해서 시집과 관련 상품을 판매하시는 데, 어떤 시인을 가장 좋아하세요?


A. 윤동주? 하하. 제일 좋아하는 시인은 '타네타 산토카'에요. 우리나라에는 만화책만 번역이 되었는데, 지금은 그 책도 판매가 안 되고 있어요. 이 시인의 일생을 그려놓은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만화책으로 처음 알게 되었어요. 하이쿠 시를 쓰는 시인인데, 저한테 너무 와 닿았던 거죠. '곧은 길은 외로워라' 이런 느낌의 시를 써요. '그렇지, 곧은 길은 외롭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공감하게 되고. '울며 돌아온 아이에게 내 집 등불은 밝아라'. 이 한 줄을 읽고 눈 감으면 그 모습이 그려지잖아요. 그리고 '류근'이라는 시인이 있어요.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 노래를 작사하신 분인데 요즘 KBS 역사 다큐에 나오시더라고요. 그분이 좋아서 페이스북 매일 좋아요 누르고 있어요. 이 분 시집이 2권이 나왔는데 다 필사도 해봤고요.


Q. 옆에 바가 있으니까 서점에 오시는 분들도 간단하게 맥주 한 잔 정도 할 수 있는 건가요?


A. 할 수는 있는데, 제가 보고 조용히 드실 것 같지 않은 분들에게는 안 팔아요. 6시부터 판매한다고 말씀드리고 6시 이후에는 책을 못 읽게 하고 있어요. 그런 분들이 책에 와인 흘려놓고 모른 척하고 그냥 꽂아놓고 가시니까. 술 취해서 책을 가지고 가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독립 출판계의 베스트셀러와 사장님이 좋아하는 작품들을 모아놓는다고 한다.


 


Q. 근교 해방촌 쪽에 독립서점들이 많이 있는데, 다른 서점과 다른 '다시서점'만의 특징은 어떤 게 있으신가요?


A.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다른 형들이 싫어하니까. 하하. 좀 다른 게 있다면 이 공간만큼은 제가 팔고 싶은 책들만 팔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솔직히 말하면 이쪽에 있는 독립출판물들은 3개월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책 들이고, 많이 팔아주고 싶은 책들만 배치한 거예요. 그 외에 책들은 다 온라인으로만 판매를 하거나 신방화점에서만 구입하실 수 있어요. 손님들이 오셔서 '그 책 있나요?'라고 하셔도 저희가 매장에 없어서 온라인으로만 판매한다고 말씀드러요. 주문하시면 뭐라도 더 넣어드리려고 하고요. 하하. 그리고 다른 책방보다 시집을 많이 들여놓으려고 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시끄러운 노래를 틀기 시작했어요. 제가 해보니까 EDM을 틀어도 책이 읽히더라고요. 책이 진짜 재미있으면 빠져들게 되니까. 그런데 책 읽는 데 불편하다는 분들이 계시면 소리 줄여드리고 있고. 운영해보니까 여기 오시는 분들이 이 서점에 원하는 모습이 있더라고요. 여기가 이태원이고, 이태원이 주는 이미지에 맞춰야 할 것 같았어요. '책방인데 이런 노래가 나오네'라는 생각이 들게끔 제가 좋아하는 노래들 중에서 일렉트로닉도 음악도 틀고 해요. 그리고 매출이 늘었어요. 제 맘대로 하니까. 하하.


Q. 손님들의 취향을 저격하셨네요. 지금은 '다시서점'이 이태원이 주는 이미지와 손님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고 하셨는데, 그러면 기존에 생각하셨던 서점의 이미지는 어떠했나요?


A. 원래는 서울 생활 정리하고 경주로 가고 싶었어요. 경주에 조용하게 텃밭 일구면서 살고 싶었거든요. '책방 피노키오'라고 연남동에 있던 서점인데 그 사장님이 지금 경주로 내려가셨거든요. 그 모습이 제가 살고 싶은 모습이었어요. 앞에 마당이 있고 집 안에서 책방도 하고 찾아오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여기는 사람들과 발맞춰서 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경주에 내려갈 수도 있겠죠. 주변에서 지진이 너무 많이 난다고 말리더라고요. 하하.


Q. 지방에 내려가서 한적하게 서점도 운영하면서 살고 싶은 신 것 같은데, 꼭 경주인 이유가 있으세요?


A. 저는 서울에서 태어났는데 친척들이 다 경상도에 계시거든요. 제가 내려가면 도와주시지 않을까요? 하하. 돈도 벌 수 있을 것 같고요. 제주도도 생각했는데 이미 포화상태인 것 같고요. 경주에 가보니까 겨울에도 따뜻해서 손님들이 오실 것 같고. 그런 공간이 있으면 사람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으로 탑을 쌓아놓은 것 같지만 사실은 책상에 가지런히 펼쳐놓은 겁니다~ 사장님 센스 굿:)


 


Q. 사람들에게 '다시서점'은 어떤 서점으로 인식되고 싶으신가요?


A. 서점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시는 분들이 많은데, 대부분 허세타그램으로 올리시더라고요. 해시태그도 '소통', '맞팔', '투어' 이런 거 있잖아요. 저는 서점에 와서 사진 찍는 걸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손님들이 오셔서 찰칵찰칵 찍고 있으면 저는 괴로워요. 주말에는 많이 오시면 하루에 5,60분 정도 오시는 데 그 손님들이 한 번만 찰칵해도 저는 앉아서 그 소리를 다 듣고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사진 찍고 있으면 '사진 찍으면 안 됩니다'라고 말씀드려요. 그렇게 말을 해도 다 찍더라고요. 하하. 올해는 많이 내려놓으려고요.


Q. 서점에 오신 손님들이 사진을 찍어서 SNS에 업로드하면 서점 홍보가 되는 거 아닌가요?


A. 그렇죠. 홍보해 주신다고 올리시기도 하는데. 책을 읽으러 오시는 분들께 방해가 되니까. 그리고 제가 책 읽는 게 방해가 돼요. 하하. 찍으라고 내버려 두면 책 내용도 찍고 그러는 데 여기서 그런 분들은 다른 데 가서도 그러거든요. 방금 질문으로 돌아가면, 저희 서점은 책을 안 사도 되니까 한 문장만 남겨서 가면 돼요. 책을 알려면 펼쳐봐야 하는데 사진만 찍고 있고 표지만 찍고 있으면 그 책을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게 아닌데 그 사람의 내면은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는 거잖아요.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건 '난 너에 대해 궁금하지 않고, 알고 싶지 않아'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그런 건 제가 생각하는 삶의 태도와 다르거든요. 그래서 한 문장만 남겨놨으면 좋겠어요.


 


인터뷰했던 서점 중 가장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서점답게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예쁘다.


 


Q. 한 문장만 남겨놓는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앞으로 '다시서점' 혹은 대표님의 목표가 있으시다면요?


A. 올해 목표가 하나 있는데요, 유명해질 거예요. 하하. 일단 제가 모아둔 돈이 없어요. 작년 말에는 모은 돈으로 매장을 열어서 지금은 없고, 지금 벌고 있는 돈은 동생이랑 반을 나누기 때문에 돈이 더 없네요. 유명하면 돈을 벌더라고요.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던 뭘 하던지. 심지어 나쁜 사람이어도 돈을 벌더라고요. 유명해져서 사고 싶었던 옷도 사고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착한 일도 하고 싶네요.


Q. 유명해지고 싶다. 전혀 예상 못한 답변이네요. 하하. 어떻게 유명해지실 계획이세요?


A. 구체적으로 생각은 안 해봤는데요. 노홍철 씨가 책방을 열고 그곳에 사람들이 줄 서는 걸 보고 느꼈어요. 유명해지면 책도 더 많이 팔 수 있을 것 같고. 조금 얘기가 벗어나지만 제가 20대 때 사람들과 다툼이 잦았어요. 제가 생각하는 가치가 진보라고 생각을 했고 그와 반대인 사람들과 티격태격했거든요. 지나고 보면 제가 생각한 것도, 상대방이 생각한 것도 모두 진보적인 가치가 아니었더라고요. 진보랑 보수로 나누는 것도 의미 없는 일이었는데 그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네요. 서점을 꼭 안 해도 돼요. 제가 아니더라도 책을 잘 팔고 소개하시는 분들은 많으니까. 저는 하고 싶은 거 하려고요. 하하.


Q. 서점에 오시는 손님들 중에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분들에게는 어떤 책을 추천해 주시나요?


A. 저는 추천 안 해드려요. 직접 읽어보라고 해요. 추천해드릴 수는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물어보시는 분들에게 첫 마디는 '싫다'라고 해요. 본인이 직접 읽어봐야 해요. 남이 추천해주면 안 읽게 될 수도 있잖아요. 좋은 책들 많이 가져다 놨으니까 한 번만 펼쳐서 읽어보면 될 텐데. 저는 마켓 나가면 책 잘 팔아요. 하하. 저는 펼쳐서 그냥 줘요. 읽고 가라고. 한 줄이라고 읽으면 많이들 사시더라고요.


 


뚫려있는 벽 때문에 좁은 공간이 답답하지 않고 확 트인 느낌이었다.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42길 34에 위치한 '다시서점'의 내부 모습이다.[출처: 강문영 기자]

 


 


Q. 마지막 질문이자 공식 질문인데요. 대표님에게 '책'이란 무엇인가요?


A. 이런 얘기를 하면 되게 진지해야 하는데. 하하. 지식을 민주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라고 생각을 해요. 우리나라가 민주화가 된지 얼마 안 됐고 이름만 민주주의였다고 생각하거든요. 정치인들이 우리를 따라와야 하는 것이고 국기랑 애국가가 우릴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내가 그것들에게 충성을 다하려고 존재하는 건 아니잖아요. 헌법 자체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인데. 그러면 내가 주인이잖아요. 제가 생각하는 민주주의는 아마 늦게 올 것 같은데, 책은 사람을 계속 열어주는 것 같아요. '지식의 민주화'라는 건 가난한 사람도 책을 읽을 수 있는, 책을 읽어야 최소한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으니까요. 기술서적이든 자기계발서든 어떤 책이든. 한 권이라도 읽으면 사람이 바뀔 수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을 너무 안 읽는 거죠. 요즘에 드는 생각인데 책을 너무 고결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고결한 거 아닌데. 소모품인데. 읽다가 필요 없으면 버려도 되고, 알라딘 가서 팔아도 되고. 하하. 사람들이 책이 뭐 대단한 거라고 그러나 싶더라고요. 저는 옛날에 구하고 싶은 시집이 있으면 헌책방 돌아다니고 그랬는데 이사할 때 다 짐이더라고요. 책은 소모품이고 대신 사람을 열어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시서점은 이미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뚫려있는 벽을 사이로 서점과 바(bar)가 함께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다른 서점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역시 이태원이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독립서점은 운영자의 취향이 많이 물들어있는 법이다


다시서점은 자유롭고 하고 싶은 일은 해야 하고 옳고 그름이 명확한


사장님의 색깔이 물씬 묻어나있다


차분하고 조용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대부분의 독립서점들과 달리


어깨를 살짝쿵 들썩이게 하는


EDM을 들으면서 책을 읽고 싶다면


색다른 서점을 가보고 싶다면


다시서점을 꼭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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