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기획 연재 9화 :그들은 왜 서점을 열었는가?]우연이라는 설렘 '별책부록'

기획·연재 / 강문영 / 2020-06-11 13:21:00
한 켠에 몰래 숨겨놓았던 보물들이 숨어있는 곳


남들이 다 아는 맛집보다

발길 닿는 대로 가다


마주친 식당이 맛있을 때가


기억에 오래 남는 것처럼



계획 없는 발걸음은


'우연'이라는 설렘을 준다


나에게 별책부록은 그런 설렘이었다



보슬보슬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발걸음을 망설이게 한 높은 계단을 지나


겨우 숨을 돌리고 올려보니



뽀얀 안갯속에서


주변 가게들과 달리 유난히 밝았던


별책부록을 만나고 왔다




서울특별시 용산구 신흥로16길 7에 위치한 '별책부록'의 전경 모습이다.[출처: 강문영 기자]




별책부록에서 잡지가 있는 코너로 보이는 곳 뒤에 사장님이 앉아서 책을 읽고 계신다.


Q. 별책부록 간단한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A. 저희 서점은 3년 정도 운영을 했고, 처음엔 홍대에서 1년 반 정도 하고 해방촌으로 와서 1년 반 정도 되었어요. 그전에는 경복궁에 있는 작은 서점에서 일을 했었는데, 그 서점도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서점이었어요. 제가 서점에서 일을 오래 하다가 우연치 않은 기회로 많은 준비 없이 갑자기 하게 되었네요.



Q. 경복궁에 있는 서점에서 일을 하시다가 홍대에서 서점을 시작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A. 홍대에 스토어쉐어인 '어쩌다가게'라는 곳이 있어요. 거기가 가정집을 개조한 곳인데, 파티션을 나눠서 작은 상점들 몇 곳을 모아서 운영하려고 기획한 장소인데, 지인 소개로 이 공간에 서점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제의를 받았어요. 제가 서점에서 직원으로 오래 일을 했었으니까 직접 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원래는 서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다가 다시 생각해 보니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시작하기로 결심을 했죠. 그리고 홍대 스토어쉐어에서 임대계약이 끝나서 다른 곳을 알아보다가 해방촌으로 오게 되었네요.



Q. 별책부록은 어떤 의미인가요?


A. 의미는 명사 그대로예요. 제가 이전에 일했던 곳이 책이랑 소품들이 함께 있는 헌책방이었어요. 그 당시에는 작은 서점들이 많지도 않았고 독립출판물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할 때라, 책을 기반으로 여러 가지 다양한 굿즈들을 판매를 했었어요. 그곳에서 오래 일을 해서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저 개인적으로 책을 좋아하고 책 외에 여러 가지 음반이라던가 디자인 상품들도 관심이 많아 소개해서 구경하고 사 가실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별책부록은 서적 외에 다양한 디자인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용산구 신흥로16길 7에 위치한 '별책부록'의 내부 모습이다.[출처: 강문영 기자]


Q. 서점을 둘러보니 독립출판물만 다루시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굿즈들이 많이 있네요.


A. 네. 음반도 있고 잡지도 있고 독립출판물 말고도 기성 출판사 책들도 있는데 때마다 다르게 판매하고 있어요.



Q. 별책부록에서 독립출판물 입고 문의를 받을 때, 선정 기준이 있으신가요?


A. 명확하게 어떤 기준을 두고 입점을 하는 건 아니고요, 책을 받을 때 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책을 받는 것 같네요. 하하.



Q.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시려면 입고 문의가 들어오는 책을 거의 읽어보시나요?


A. 정독해서 다 읽는 건 아니고요. 어쨌든 보내주실 때 간략한 소개라든지 이미지를 참고해서 선정을 해요.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제가 먼저 연락을 드리기도 하고요. 그런데 직접 연락드리는 건 여러 가지 시간문제도 있어서 먼저 연락이 오는 것 위주로 받고 있어요.



많은 종류의 독립출판물이 있어서 다 둘러보는데 꽤 오래 걸렸다.



Q. 여기서 다루는 책들은 주로 어떤 장르인가요?


A. 개인 출판물 같은 경우에는 장르가 다양하고, 특히 매거진이나 에세이, 시집들이 많이 있어요. 특정 장르를 정해서 판매한다고 하기는 애매하고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들은 교양 수준에서 읽을 수 있는 문화예술 관련 책들이 있어요. 너무 깊은 내용을 다루지 않아서 보기 편하더라고요. 이를테면 디자인 관련 서적들이 있겠네요.




Q. 서점 운영 전에도 책을 좋아하셨나요?


A. 책을 즐겨 읽는 편이었어요. 특히 철학을 좋아했어요. 교양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수준의 철학이요.



Q. 다양한 책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추천 도서는 어떤 게 있나요?


A. 보통은 어떤 분야의 책을 읽는 지 여쭤봐요. 그리고 비슷한 분야의 책들을 추천해 드리죠. 사람마다 좋아하는 분야가 다르고, 제가 재밌게 읽었다고 해서 상대방도 똑같이 재밌게 느끼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도 일반적으로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들이 있긴 있어요.



특정 컨셉을 두기보다는 사장님의 개인적 취향이 돋보이는 음반과 잡지들이 많이 있었다.



Q. 다른 지역에 비해 해방촌이 서점이 많이 있는데, 다른 서점과는 다른 '별책부록' 만의 특징은 어떤 게 있나요?


A. 해방촌이 면적 대비 서점이 많은 편이죠. 비교해서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저희 서점은 오셨을 때 책뿐만 아니라 다른 디자인 상품들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지금은 상품들이 많이 없긴 한데.. 제가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신경을 많이 못 썼어요. 근데 다른 일이 이제 자리를 잡고 있어서 이제 신경을 좀 쓰려고요. 하하. 손님들이 와서 음반도 많이 보셨으면 좋겠네요. 중고책이라던지 중고 음반도 많이 있는데 지금은 창고에 많이 내려놔서 곧 준비할 예정이고요.




서울특별시 용산구 신흥로16길 7에 위치한 '별책부록'의 내부 모습이다.[출처: 강문영 기자]



Q. 서점 운영을 3년 정도 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손님과의 에피소드나 운영하면서 힘들었던 일들은 어떤 게 있으셨나요?


A. 3년이 아주 짧지도 않고 길지도 않은 시간인데요. 저희 서점은 조용히 책 읽다가 조용히 책 사가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는 한 곳에 오래 있는 걸 힘들어하지 않는데 오히려 오픈에 부담이 생기더라고요. 게다가 주말에도 운영을 하다 보니, 일이 있어도 쉽게 닫지 못하는 거죠. 다른 서점도 비슷하겠지만 책 마진이 그렇게 높지 않아서 경제적인 면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죠. 그런데 지금은 크게 어렵진 않지만 처음엔 경제적으로 어려웠었어요.



지금 막 그린 것 같은 포스터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전체적으로 눈이 정말 즐거운 곳 같다.



Q. 별책부록에서 운영하는 행사나 모임이 있으신가요? 있으시다면 소개 부탁드릴게요.


A. 모임은 때마다 있는 편인데요, 저희는 모임보다는 클래스가 많은 편이에요. 예를 들어서, 책 관련된 글쓰기 클래스도 있고요. 책 메이킹 관련 클래스라던가, 책 만들 때 필요한 프로그램 툴 다루는 클래스도 있었어요. 그리고 책과 크게 연관 있지 않은 취미활동 클래스도 했었고요.



Q. 책 메이킹 관련 클래스는 단기간으로 진행되는 건 아닐 것 같아요.


A. 그렇죠. 그런데 아주 장기 클래스도 아니에요. 일주일에 한 번씩 클래스를 열어서 한 달에서 6주 정도 진행을 해요. 그리고 클래스는 제가 직접 기획을 하고, 외부 강사를 초빙해서 운영하고 있어요.



Q. '별책부록'이 오시는 손님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인식되고 싶으신가요?


A. '어떻게 인식되고 싶다'라고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는데요. 작은 서점들이 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운영자가 어떤 책을 놓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갖고 싶고, 읽고 싶은 책을 많이 가져다 놓고, 그런 책들을 많이 사갈 수 있는 서점이 되면 좋겠어요.



어린 시절 아껴 쓰려고 고이 모셔두었던


나의 보물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다락방에서


추억의 물건들을 다시 꺼내보니 괜히 미소짓게 된다


그 때는 왜 버리지 못했는지 이제서야 알 것 같다



이 오래된 물건들이 그 시절의 소중한 기억을


지금의 나에게 선물하고 싶었나 보다



한 켠에 몰래 숨겨놓았던 보물들이 숨어있는 곳,


별책부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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