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기획 연재 8화 :그들은 왜 서점을 열었는가?]홍대입구역 '1984'

기획·연재 / 강문영 / 2020-06-10 13:20:00
책은 문화의 뿌리이자 그 결과이다

누군가에게


나의 생각이 담긴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간편하게 문자를 보낼 수도 있고


직접 손수 편지를 써서 부칠 수도 있고


전화를 걸어 목소리로 전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신자가 정해져있지 않다면



세상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불특정 다수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을까



이곳, 1984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던지는


이들을 만나고 왔다



서울 마포구 동교로 194에 위차한 '1984'의 모습이다.[출처: 강문영 기자]



Q. '1984'는 어떤 계기로 운영하게 되셨나요?


A. '1984'는 2012년 9월에 오픈을 했어요. 전부터 저는 출판의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해 왔었어요. 저는 외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출판을 하셨고 대학원에서도 공부를 했었어요. 제가 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우고 있을 때는 파주에 저희 출판 사옥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모든 출판회사들이 전자책이라는 새로운 디바이스 산업 자체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출판이 새로운 매체의 변화를 겪고 있을 때 '앞으로 출판이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죠. 외할아버지 때의 출판, 아버지 때의 출판, 그리고 내가 앞으로 해 나가야 할 미래의 출판에 대해 생각해 봤을 때 이대로는 많이 어려울 것 같았어요.



저희 아버지는 출판의 부흥기 때 시작을 하셨어요. 서점들도 많이 생기고 출판사도 많이 성장하는 시기였죠. 그러다가 제가 아버지 밑에서 전통적인 영업부터 배우기 시작할 때, 서점들이 많이 없어지고 책도 많이 안 팔리는 모습을 직면하게 되었고 시장의 위기나 변화를 생각해 봤을 때 앞으로 출판을 어떻게 지속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서점들이 계속 부도가 나고 없어지기도 하고 유통 자체가 많이 변하면서 출판업계가 변하는 것을 체감했죠. 출판업이 제조업에서 지식서비스업으로 전환이 되었는데 파주에 가면 출판사들이 운영하는 '출판 도시'라는 게 있어요. 제가 느끼기엔 그곳은 지식서비스를 위한 도시라기보다는 제조업을 위한 도시 같았어요. 그런 것 자체가 잘못 디자인되지 않았나라고 생각을 했고 '이런 것들이 왜 생겼을까, 어떻게 디자인된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알아보니 출판도시를 지을 당시에 영국의 '헤이 온 와이(Hay-on-wye)'와 같은 헌책방 마을을 모티브로 디자인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제가 헤이 온 와이에 갔을 때 그곳은 마을 자체가 책을 위한 도시였지, 출판도시처럼 표면적으로만 디자인된 곳이 아니었어요. 정말 작은 마을인데 그곳 사람들이 창고를 무인 책방처럼 꾸미기도 하고, 직접 페스티벌도 하더라고요. 형태적인 디자인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런 생각들로 이어진 페스티벌들이 문화로 만들어지는 건데, 우리나라는 외형적인 디자인으로만 나타내는 것을 보니 표면적으로만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의 출판을 위한 도시가 아닌 더 옛날 방식의 제조업 중심의 도시인 모습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죠. 여기서 출판하는 것보다 지금 이곳에서 지식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것을 기획해야겠다 싶었어요. 지식서비스업이라는 것은 독자와 가까워야 하고, 저자와 가까워야 하고, 컨텐츠를 잘 만들고, 나눌 수 있어야 하는데 그곳은 물리적으로 너무 떨어져 있는 제조업 기반의 도시이다 보니 제 생각을 실현시키기 어려운 곳이었던 거죠. 그래서 '앞으로 출판사는 무엇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 봤더니 제 생각에는 '독자'였어요. '1984만의 독자'가 있으면 종이의 책을 만들어도 되고, 지식서비스 컨텐츠를 프로그래밍해서 세미나를 해도 되니까요. 그래서 1층에 그런 공간을 만들게 된 거죠.



서울 마포구 동교로 194에 위차한 '1984'의 내부 모습이다.[출처: 강문영 기자]



Q. '1984'는 무슨 뜻인가요?


A. 조지 오웰의 '1984' 소설이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이고, 전체주의화되는 미래사회를 주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제가 그 소설이 전하는 메시지에 대해 공감을 했고 소설에서 말하는 것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 이런 걸 해보자는 생각을 했죠. 저희 도메인이 're1984'인데요, 이게 'reply1984'예요. 그 소설을 읽은 저로서, 저만의 방식으로 조지 오웰에게 답장을 보내는 거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백남준 선생님이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통해서 당시 84년에 하셨던 작업이 있어요. 백남준 선생님은 동시대 작가로서 오웰에게 '넌 틀렸어, 너의 생각과 달리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도 할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더라고요. 그 작업이 위성을 연결해서 아티스트들이 TV 화면을 통해 서로가 소통하는 퍼포먼스였는데, 그건 동시대 작가로서 하신 거였고 저는 동시대는 아니지만 그런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면서 '내가 해 볼 수 있는 것들을 해보자'라는 의미로 제 얘기를 하는 거죠. 또 제가 84년생이기도 하고요. 그런 중의적인 뜻을 가지고 있어요.




Q. '1984'를 소개하면서 '1984만의 독자'를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했다고 하셨는데, 그 외에 다른 도전들은 어떤 걸 하고 계시나요?


A. 도전은 계속하고 있고요. '책은 문화의 뿌리이자 그 결과이다'라는 맥락을 설명하기 위해 이 공간을 만들었어요. 이 공간에는 책들도 있지만 문화상품들도 있는데 그것 또한 하나의 책이라고 생각을 해요.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이나 메시지를 상품에 담은 것이 일종의 책과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것들이 같은 맥락에서 소개가 되고 매치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책이라는 것이 이런 문화들이 연결되면서 기록되고 전달이 되는 '연결성'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거죠. 그렇지만 복합문화공간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진 않아요. 그 단어 자체가 수입 단어거든요. 복합문화공간이라는 게 이를테면 미술관이지만 그 안에 카페도 있고 다양한 형태의 공간이 있다고 해서 그런 영단어가 생긴 건데, 자칫 우리 언어로 이해했을 때 문화요소 자체를 다르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술도 있고 패션도 있고 그렇지만 다 같은 맥락인데 이것, 저것들이 있어라고 이해하는 것 같아서 그 단어는 저희를 소개할 때 사용하지 않아요. 복합문화공간이 아니냐고 물어보기도 하세요. 이런 것도 있고 저런 것도 있으면서 한꺼번에 하는 것이지 않냐. 그런데 저희는 애초에 그런 의도를 갖고 시작한 게 아니거든요. 굳이 이 공간이 카페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저희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중요한 거지, 카페나 스토어는 보여주기 위한 형식일 뿐이거든요. 저희가 호텔이 될 수 있고 다른 무언가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게 사실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데, 복합문화공간이라는 단어가 '여기는 카페와 스토어가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라고 이해하게 될까 봐. 그런 맥락으로 표현하고 싶지는 않아요.



책은 문화의 뿌리이자 결과이다



서울 마포구 동교로 194에 위차한 '1984'의 모습이다.[출처: 강문영 기자]



Q. '1984'에서 인식되고 싶은 이미지가 있으신가요?


A. '책은 문화의 뿌리이자 결과이다'라는 것과 같은 맥락이에요. 지금은 서점에 가서 책을 사는 게 많이 줄었잖아요. 요즘 정보를 습득하는 과정이 네이버에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받는 형태로 누구나 같은 시간에 같은 정보를 볼 수 있잖아요. 저는 그게 한계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책을 접하는 경험 자체가 '우연성'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소설을 보다가 주인공이 어떤 책을 좋아했다고 하면 그 책을 볼 수도 있잖아요. 이런 우연성을 통해 이 책에서 다른 책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고. 그런 경험을 통해서 자기만의 무언가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독서의 중요함이라고도 할 수 있고요. 지금은 그런 경험을 하기 어려운 것 같아 안타까워요. 물론 저희만의 큐레이션이 있을 수 있지만 저희는 그런 우연성을 가진 요소들을 연결해서 표현하고 싶어요. 그래서 뭔가를 말할 때 '이것은 A다, B 다'라고 표현하진 않아요.




Q. SNS를 보니까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던데, '1984'에서는 어떤 행사를 하고 계시나요?


A. 정기적으로 하는 행사는 없고요. 때마다 시기에 맞춰 진행을 하고 있어요. 행사가 너무 많은데요. 정말 너무 많이 해서 '다양'하다고 밖에 말씀을 못 드리지만 저희의 태도는 모두 같아요. 왜 이런 것들이 생겨났는지, 어떤 식으로 설명을 해야 하는지. 예를 들어 최근에 '클래식카'를 소개하는 행사였는데 클래식 카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시대상이라든지 역사라든지 그 시대에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또한 지금까지 어떻게 정리가 되어왔고 지금에 와서는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맥락으로 설명을 했어요.



Q. '1984'에서 운영하는 행사는 어떻게 기획하시나요?


A. 주로 저자에 해당하는 컨텐츠 측에서 먼저 같이 하자고 하는 방식이고요. '여기 공간이 있으니 알아서 하세요'라는 방식은 절대 아니에요. 같이 작업하면서 어떤 걸 보여주고 싶은지, 이 공간에서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제 생각은 어떤지에 대해 논의하고 이전에 진행한 행사 결과를 소개하면서 의견을 조율을 해요. 책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죠.




Q. '1984'에 있는 독립출판물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시나요?


A. 책은 직접 다 컨택하고 입점 유무를 판단하고 있어요. 1984의 카테고리를 키워드로 보면 '아트, 뮤직, 패션, 라이프'인데요. 이 키워드에 부합하는가를 일단 보고요, 독립단행물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왜 만들어졌는지 생각을 해 보고 판단하죠.



Q. '1984'를 운영 전에도 책에 대해 관심이 많으셨나요?


A. 전통적으로 책만 읽지는 않았어요. 제 스스로 책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 건 군대에서였어요. 군대에 있으면서 책을 많이 읽었거든요. 단기간에 300권 정도 읽으면서 다양한 장르를 접했죠. 닥치는 대로 책을 읽다 보니 '진리'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많은 책을 읽다 보니 책이라는 게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삶에 있어서 진리를 확인하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관심분야가 다양해서 좋아하는 것을 뭐하나 정하기가 어려웠어요. 책이라는 건 포맷은 같지만 어떤 것을 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무한한 도구잖아요. 이게 출판의 매력이구나.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일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Q. 책과 친해지는 방법이 있으신가요?


A. 좋아하는 분야를 읽는 게 독서의 가장 기본이지 않을까요? 정보가 다양해 보이지만 접근하는 방식은 한정적이잖아요. 네이버에서 찾아보고 '홍대 어디가 맛있어?'하면 '홍대맛집'을 검색해 볼 테고... 그게 사실문제라고 생각해요. 1984에서 이야기하는 미래에 대한 비판들이 그런 맥락이거든요. 독서라는 게 자신의 취향을 '자기와의 대화'를 통해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책을 굳이 남한테 추천받는 것을 저는 권하고 싶지 않아요. '사회에 전달해야 하는 메시지가 있지 않을까?', '그럼 어떤 저자와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하면서 기획이 시작되는 거잖아요. 미국에서 5,60년대 활동했던 비트 작가 앨런 긴즈버그의 'howl'이라는 시집이 있어요. 그 당시 미국 사회가 많은 성장을 했지만 공허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비트 작가들이 시나 문학 활동을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했어요. 이미 1984라는 것 자체가 기존 출판사와는 다르게 독자들에게 주도적으로 많은 것을 보여주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Q. 마포구에서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저희 출판사 사옥이 여기서 시작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이사를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어요. 제가 힙합 관련된 책이나 언더그라운드 문화에 관심이 많은데 그게 다 홍대에 살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여기가 시장 골목일 때부터 살았었으니까요. 저기 구석에 있는 '마스터플랜'이 지금 네이버에 검색해 보니 힙합의 성지라고 하는 데, 그런 곳에 중·고등학생 때부터 음악을 들으러 갔었거든요. 그런 것들이 저한테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이런 문화를 서포트하는 컨텐츠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 게 재미가 있었던 것 같네요.



서울 마포구 동교로 194에 위차한 '1984'의 내부 모습이다.[출처: 강문영 기자]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


A. 지금 시기가 독서를 통해서 개인의 취향을 갈망하는 것 같아요. 그 이유가 정보는 다양해 보이지만 한정된 범위 안에서만 찾아야 하기 때문인 것 같은데...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고, 누구나 같은 것을 보게 되니까 비슷해질 수밖에 없어요. 작가들 작품만 봐도 같은 정보를 너무 많이 보고 있어서 문제인 것 같아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독서를 했으면 좋겠어요. 독서는 '자신과의 대화'라고 생각을 해요. 취향, 취향이라고 하는데, 지문이 사람마다 다른 것처럼 자신과 많은 얘기를 하면 사람들과 다른 '자신만의 취향'을 가질 수 있거든요. 너무 많은 타인의 취향을 얕게 보고, 따라 하고, 이미 가공된 취향들만 접하게 되다 보니 정작 자기만의 것이 나오지 못하는 것 같아요. 독서라는 게 결국 자신과 얘기를 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고, 독서를 통해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고,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서 취향을 정착시키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자신과의 대화'


나도 나 자신과의 대화가 많이 부족한 건 아닐까


인터뷰가 끝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구보다 나를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하는 '나'인데


한 번쯤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나'와의 대화를 가져보려 한 적이 있던가



처음 보는 사람에게 안녕하신가 묻는 것처럼


오늘은 나에게 안녕한지 물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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