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올해 2월에 [너이기도 했다가 너일때도 있었다]를 출판한 초보 작가입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은 IT에서 프로그램 교육을 하고 있고 글 쓰는 걸 좋아해서 이전부터 쓰다가 출판을 하게 되었습니다.
[너이기도 했다가 너일때도 있었다.]는 어떤 책인가요?
제가 친구, 연인과 같은 사람 관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너이기도 했다가 너일때도 있었다]는 제가 사람을 만나면서 느꼈던 생각을 정리한 책입니다. 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사람 관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소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목이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출근할 때마다 생각나는 걸 적는 편인데, 글쓰기를 누르고 ‘너’라고 첫 마디를 적었어요. 그런데 ‘너’가 누구를 지칭하는 건지 헷갈리더라고요. 최근에 만났던 사람을 쓰고 싶은 건지 아니면 정말 오래 만났던 그 친구를 말하고 싶은 건지, 첫사랑을 가리키는 건지 헷갈렸어요. 그러면서 ‘너’라는 단어가 나한테 이렇게 누군가를 단정 지어 지칭하기 어려운 단어구나라는 걸 깨닫게 된 거죠. 지금 내가 누군가를 만나고 있지 않을 때, ‘너’는 이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저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것처럼 ‘너’라는 게 너이기도 했다가 너일때도 있는 것 같아서 제목으로 짓게 되었고, 이 글을 읽는 사람이 ‘너’였으면 좋겠다는 의미도 있어요. 쉽게 말해서 이 책에 담긴 내용이 독자의 이야기였으면 하는 거죠.
독립출판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우연한 계기였어요. 연말에 연간 계획을 확인하는 편인데, 계획 중에 항상 책 내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책 내기가 항상 이루지 못하고 계획으로만 남아있더라고요. 작년 말에 계획을 확인하는데 이렇게 또 막연하게 책 내기는 다음 해로 넘어가는구나 싶어서 안 되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본 책 만들기 수업이 생각나서 그 자리에서 바로 신청을 했죠. 원래 독립서점이 있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런 수업이 있다는 걸 알고 참여하면서 책을 내게 되었어요.
작업 과정은 어떠셨나요?
책 만들기 수업을 통해서 만들게 되었는데, 원래 콘텐츠가 준비되었어야 하는지 몰랐어요. 근데 저는 다행히 블로그에 3년 동안 기록해 둔 콘텐츠들이 있었지만, 수업 안내에는 책을 만들어 준다고 해서 다양한 가이드가 있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첫 시간에 독립출판에 대한 개요와 컨셉, 구성 등을 소개하고 바로 다음 시간까지 퍼블리셔나 인디자인에 원고를 담아 가져오라고 해서 놀랬어요. 저는 직장을 다니다 보니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주말에 블로그에 있는 약 1000개의 가까운 글을 선별하고 퍼블리셔로 작업을 해 봤어요. 그래서 기간 내에 출판을 할 수 있었는데 콘텐츠가 없었으면 힘들었겠더라고요.
처음에 블로그에 글을 쓰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시작은 블로그가 아니라 싸이월드였어요. 제가 싸이월드에 글을 많이 쓰다가 사진 찍는 친구가 제안을 했어요. 블로그를 만들어 줄 테니 쓰고 싶은 글을 맘껏 쓰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그렇게 모인 글이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블로그 디자인을 해 줬어요. 싸이월드에 썼던 글을 조금씩 옮기다가 그때마다 생각나는 글을 쓰기 시작한 거죠.
출판 이후 책과 관련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꼽자면 어떤 게 있으신가요?
가장이라고 꼽기에는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정말 많은데요, 제가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5월에 다녀왔어요. 마지막 날에 한국 오는 비행기를 타고 핸드폰을 끄기 전에 인스타그램으로 메시지가 왔더라고요. 책을 읽은 독자분이 한국에서 제 책을 사서 샌프란시스코로 여행을 왔는데 인스타그램에서 제가 샌프란시스코 여행 중인 걸 알고 메시지를 보냈더라고요. 독자분이 책을 보고 많이 위로가 되었다며 자기도 지금 샌프란시스코에 있는데 어느 순간에는 우리가 스쳤을 수도 있을 거라는 메시지를 받았어요. 비행기를 타고 출발 직전이었는데 그런 메시지를 보고 한국으로 오는 길에 내내 기뻤어요. 내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었고 그 사람이 나와 같은 곳에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까 행복하더라고요. 또 대부분이 해외여행을 갈 때 짐이 될 수 있으니까 책을 많이 가지고 가지 않을 텐데, 제 책을 가지고 갔다고 하는 것도 정말 감사했어요.
SNS에 꾸준히 책 리뷰를 올리시는데, 평소에 어떤 책을 주로 읽으시나요?
지금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내용은 기존에 블로그에 썼던 글을 옮기고 있고, 주로 소설이나 에세이, 시를 읽어요. 인문학이나 자서전을 잘 안 읽는 편이에요. 가끔 읽기도 하는 데 읽은 후에 좋은 내용을 되새기면서 변화가 있어야 읽은 보람이 있을 텐데 그러기가 힘들더라고요.

최근 인스타그램에 책을 직접 판매한 사진을 올리셨어요. 어떠셨나요?
제가 휴가로 지방에 있는 책방을 다녀왔어요. 춘천에 있는 독립서점 사장님이랑 책 이야기를 하다가 내일로를 한다고 해서 저도 이번 휴가에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할 계획이라고 말씀을 드렸어요. 그리고 서점 사장님이 책을 파신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너무 해보고 싶다고 해서 대전에서 책을 팔려고 했는데 대전에 있는 독립서점 사장님이 서점 앞에서 팔아도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1시간 정도 독립서적을 팔아봤어요. 준비한 독립서적을 제가 다 읽어본 게 아니라 소개하는 게 어렵긴 했지만 저에게는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책 내용에 대해 얘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미련을 없애는 두 가지 방법’으로 갖거나, 버리거나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작가님은 이 두 가지 중 어떤 쪽이신가요?
대상에 따라 다른 편이에요. 미련을 갖는다는 건 그 사람을 갖는 것이고, 미련을 버린다는 건 그 사람을 버리는 거라 생각하거든요.
‘있긴 있나 보네’에서 ‘나이가 들수록 만남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기 마련이다.’라고 말하면서 최근에 설렘을 마주한 친구 이야기를 쓰셨어요. 그리고 ‘아직도 이런 설렘이 있구나.’라고 말씀하셨는데, 작가님이 지금까지 겪었던 연애 중에서 잊지 못할 설렘이 있으신가요?
최근에 한 연애가 너무 힘들어서 이별 후 소개팅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하는 게 싫어졌는데, 지인이 저랑 얘기가 잘 통할 것 같다고 해서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소개받는 건 싫었지만 보여주고 싶다고 할 정도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만나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분이 글쓰기랑 책을 좋아하는 낭만적인 사람이더라고요. 오랜만에 이런 사람과 이야기를 하면서 매력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문득 내가 이 사람과 만난다면 책에 쓴 내용처럼 ‘내가 중요해?, 그게 중요해?’가 아니라 ‘당신한테 중요한 일이면 나한테도 중요한 일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분은 만나는 사람이 있어서 가벼운 설렘만 느끼고 마무리가 되었죠. (웃음) 이전에 만났던 사람들은 설렜던 기억보다 좋았던 기억이 더 남아있어서 질문을 듣고 설렜던 기억을 떠올려보니 가장 먼저 생각이 났네요.
‘연인끼리 안 싸우는 팁’이란 글을 보면 오래 연애를 한 친구분이 "각자의 시간을 온전히 이해해주면 싸우는 일 없이 즐겁게 사귈 수 있다"는 말을 해주셨다고 하던데, 작가님이 생각하는 팁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제가 그런 팁을 알았다면 지금 혼자가 아닐 텐데 말이죠. (웃음)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행복하게 연애할 수 있는 방법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주는 거라 생각해요. 서로에게 얽매여있는 것보다 각자의 다른 모습을 받아들이고 존중해 주는 거죠. 책에 썼던 오래된 커플 같은 경우는 처음 만날 때부터 각자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는 성격이 맞아서 오래 만날 수 있던 것 같아요.
‘취미’에서 ‘취미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외롭지 않기 위한 스스로의 방어책이다.’라고 표현하셨어요. 그런데 무방비 상태에 놓이는 퇴근길은 하루 중 가장 외롭다고 말씀하셨는데, 20~30분 밖에 되지 않는 그 시간이 유난히 외로운 이유가 있으신가요?
제가 주로 하는 취미가 독서, 헬스, 마라톤 등이 있는데 다 혼자 하는 취미에요. 그런데 하면서 외롭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퇴근길 만원 버스에서 책을 읽을 수도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 시간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밤에 맥주 한 잔 하면서 드는 생각은 하루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인데, 퇴근길에 원치 않게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드는 생각은 저에게 외로움을 주는 것 같아요. 또 그 외로움을 채워줄 누군가를 자꾸 찾게 되더라고요.
‘정리’에서 ‘사람이 만나고 헤어짐에도 정리가 필요하다.’라고 하셨는데, 헤어짐에 있어서 어떤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때가 계절에 맞지 않은 옷이 걸려있는 걸 보고 든 생각을 쓴 거였는데, 보통 계절이 하나 지나가고 더 이상 입지 않는 옷은 비닐에 씌어서 넣어두잖아요. 저는 문득 그 모습이 옷을 무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 집에는 버리기 아깝지만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것들이 많이 있어요. 그런데 그 물건들을 보면 자꾸 추억들이 떠오르게 되잖아요. 그래서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기 전에 이별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아직 잊지 못한 상태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는 없으니까요. 계절이 지난 옷이 아직 걸려있으면 자꾸 그 계절이 생각나는 것처럼.
‘서두를 필요 없다.’에서 얽매일 필요도, 서두를 필요도 없이 차분히 운명을 맞이하면 된다고 하셨어요. 작가님은 운명이 기다리면 언젠가 나타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그 부분을 썼을 때가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것이 있구나.’라는 걸 느꼈을 때였어요.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주인공이 운명의 상대와 같은 공간에 있지만 마주치지 못해 계속 시간을 조금씩 앞으로 되돌아가는 장면이 있어요. 제가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신이라는 존재가 나와 운명을 같은 공간에 놓아주기만 할 뿐, 뒤돌아서 그 사람을 봐야 하는 것은 내 몫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운명적인 순간이 온다면 그 상대를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어디가 좋아?’라고 자주 물으면 불안해진다고 하셨는데, 이런 물음을 듣고 주로 어떻게 대답하시나요?
사람마다 달랐던 것 같아요. 다 좋다고 말한 날도 있었고, 세세하게 어떤 게 좋았는지 말한 날도 있었어요. 그 상황과 분위기가 영향을 많이 미친 것 같아요. 그 내용을 쓴 이유가 ‘어디가 좋아?’라고 자주 물어본 시기가 지나고 나서 헤어지게 되었거든요. 그 이후로 상대방이 비슷한 질문을 하면 불안해지면서 트라우마가 된 것 같아요.

‘너이기도 했다가 너일때도 있었다.’에서 가장 맘에 드는 내용을 하나 꼽아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에 쓴 ‘너라서 좋아’라는 부분이 가장 맘에 들어요. 처음에는 그 내용으로 소설을 쓰려고 했었거든요. 제 이야기도 있고 제가 평소에 생각한 느낌도 담겨있는데, 꼭 소설이 아니더라도 담백하게 써 내려가면 좋을 것 같더라고요. 제가 생각하는 그때의 감정들이 잘 드러나 있어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에요.
혹시 지금 작업 중인 작품이 있으신가요?
비슷한 장르로 준비하고 있어요. [너이기도 했다가 너일때도 있었다]는 블로그에 써 놓았던 글을 정리한 거라면, 지금 작품은 그 이후에 제가 계속 써 온 글로 채우려고 해요. 이번에는 분량도 많이 늘리고 제 일상적인 얘기를 많이 써보려고요. 박상범의 첫 번째 책은 간결하게 읽을 수 있게 형식이 있었다면, 다음 책은 박상범이라는 사람을 더 보여주고 편하게 읽을 수 있게 특별한 형식이 없는 책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처음 자신의 첫 작품을 눈으로 마주한 기분이 어떠셨나요?
인쇄소에서 가제본 한 권을 받고 나오는 길에 봤었는데, 기분이 너무 좋아서 계속 웃게 되더라고요. 충무로 길거리에서 앞도 안 보고 책만 보면서 걸어가니까 사람들이 쳐다보더라고요. 근데 저는 아쉬운 거 하나 없이 정말 좋았거든요.
‘너이기도 했다가 너일 때도 있었다.’를 통해서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셨나요?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누군가가 읽어보고 고개 끄덕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람은 사람으로 위로받아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러기 쉽지 않아서 글로 위로를 해 드리고 싶었어요. 제 책을 보면 ‘힘내.’라는 말이 없지만 저의 사소한 일상을 담아낸 글로 누군가에게는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제가 블로그에 약 1000개의 글을 썼는데, 500개가 넘어가면서부터 굉장히 힘들었어요. 501번째 글을 쓰려는 데 200번에 비슷한 내용이 있는 거예요. 진도가 안 나가면서 힘들었는데, ‘내 생각이 계속 이렇게 반복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신기하더라고요. 그리고 내 안의 잠겨있던 생각을 하나씩 글로 쓰다 보면 500개의 글 중 분명히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러면서 그 사람에게 위로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글로 써 보지 않아서 그렇지,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해 봤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제 책으로 인해 사소한 위로를 주고 싶고, 어렵지 않은 내용을 읽으면서 ‘나도 한 번 써볼까.’라는 생각을 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인터뷰 할 때마다 항상 드리는 키워드 질문입니다. 다음의 다섯가지 키워드에 대한 간단한 대답을 해주시면 됩니다.
그리움
여행 같은 것
인연
놓고 싶지 않은 것
만남
언제나 좋은 것
이별
공평하지 않은 것
고백
완벽할 수 없는 것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누군가에게 온전한 ‘너’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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