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작가 기획 연재 14화 : 그들은 왜 책을 만들었는가?] '나로 걷는 길' 이승훈 작가

기획·연재 / 강문영 / 2020-06-02 15:47:00
세월이 지나면서 무언가로 인해 다치고 상처를 받았을 때 그런 흉터가 많이 남아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부산에서 독립출판물을 제작하고 있는 이승훈이라고 합니다. 첫 번째 책은 [내 것으로 만들기] 그리고 [시옷 리을], 마지막으로 [나로 걷는 글]까지 총 3권의 책을 출판했어요. 앞으로만 가는 인생이 아쉬워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업데이트하면서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던 글과 제가 좋아하는 글을 모아 책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첫 번째 책인 [내 것으로 만들기]를 출판하게 되었어요. 두 번째 책인 [시옷 리을]은 사랑에 관한 책으로 직접 일러스트 작업을 했고 제가 사랑하면서 느꼈던 감정과 지금 제 나이에 느낄 수 있는 사랑에 대한 글을 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로 걷는 글]은 첫 번째 책과 같은 형식으로 [내 것으로 만들기]제가 학생 때 썼던 글이 대부분이었다면 [나로 걷는 글]은 2, 3년 직장생활 후 사회인으로서 생각하게 된 것, 일상에서 소중하게 느끼는 것들을 담은 책입니다. 첫 번째 책을 낼 때와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고 ‘지금 새롭게 다시 책을 내도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출판하게 되었어요.



'나로 걷는 길' 저자 이승훈 작가가 강문영 기자와 인터뷰하는 모습이다.[출처: 강문영 기자]



'내 인생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책을 쓴다.’고 하셨는데, 글을 쓰면서 독립출판까지 하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이전부터 제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편집 디자인 회사에 있다 보니 책을 만드는 공정에 대해 잘 알게 되어서 ‘나 혼자서 충분히 책을 만들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직접 판매하면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 같아 독립출판을 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독립출판물 [내 것으로 만들기]의 작업과정이 궁금합니다.


블로그에 4년 동안 꾸준히 쓰면서 한 사람이 일관성 있게 글을 썼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 결을 맞추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그리고 책을 만들고 싶어서 편집 디자인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입사 전부터 디자인 작업을 할 줄 알았지만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서 회사를 들어가게 되었고 다니면서 책 만드는 법을 배웠습니다. 높은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그려왔던 글과 그림으로 편집을 하고 거래처에 맡겨 책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매일 한 편씩 글을 써서 올렸더니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책을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독립서점을 알게 되어서 판매 영역을 늘리게 되었습니다.



북토크를 부산과 창원에서 하셨는데, 오프라인 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독자가 있으신가요?


북토크를 하면서 기대 이상으로 많은 분들과 피드백을 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독자분들을 제 책을 읽으면서 글을 쓸 당시의 저를 만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독자분들이 주신 피드백으로 인해 글을 쓸 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만나는 느낌이 들어서 피드백을 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세 번째 책을 내면서 더 많은 분들과 만나고 싶어서 북콘서트를 열었는데 전국 각 지역의 독자분들이 와주셨습니다. 그중 서울에서 오신 분이 제 책을 보고 출판을 결심해서 책을 냈다며 장문의 편지와 책을 선물로 주신 게 기억에 남습니다.



첫 번째 책인 [내 것으로 만들기]를 쓸 때의 내 모습과 가장 최근에 나온 [나로 걷는 길]을 쓸 때의 내 모습이 어떻게 달라지셨나요?


지금 이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의 제 역할이 있다 보니 더 많이 성장하기도 했고 현실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글쓰기에 있어서는 좀 더 진지해졌어요. 이전에는 쓰고 싶어서 책을 냈다면 지금은 독자와의 소통도 중시하고 글을 쓰면서 어느 정도 이 글을 쓰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쓰게 된 것 같아요. 그러면서 꾸준히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블로그, 네이버 포스트,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에 꾸준히 글을 쓰면서 책까지 내게 되셨는데, 평소에 글을 자주 쓰시는 편이신가요?


책을 좋아하고 가까이하는 편이에요. 어머니가 도서관 사서를 오래 하셔서 어릴 때부터 주변에 책이 늘 옆에 있었고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직접 자신만의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어요.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는 걸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책까지 내게 된 것 같습니다.



어떤 장르의 책을 좋아하시나요?


에세이나 소설책을 좋아하는 편인데 크게 장르를 구별해서 읽지는 않아요. 한참 책을 읽을 때는 일본 소설이 좋아서 자주 읽었습니다.



책을 내기 위해 전공과 다소 거리가 있는 회사에 취직을 해서 책 만드는 법을 배울 정도로 출판에 대한 갈망이 크신 거 같아요.


전부터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변함이 없었고 그래서 좋아하는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책을 만들고 처음 봤을 때 기분은 어떠셨나요?


굉장히 좋았어요. 저는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작업을 했기 때문에 아쉽지는 않았고 누군가에게 나를 한 권의 책으로 줄 수 있다는 것에 정말 뿌듯했습니다. 이미 SNS를 통해서 많은 분들과 소통하면서 제 글에 대한 의구심이 없던 상태라 더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3권의 책을 내면서 겪었던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어머니께 제가 책을 쓴다는 것을 제대로 말씀드린 적이 없는데 첫 번째 책이 나오고 보여드렸더니 정말 기뻐하셨어요. 그래서 멀리 있는 친구분께 택배로 보내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는 모습을 보고 첫 번째 책이 의미가 있었습니다. 두 번째 작품의 일러스트는 제가 은연중에 겪었던 사랑에 대한 느낌이 담겨 있는데 그리다 보니 전 여자친구의 얼굴을 비슷하게 그린 경우도 있더라고요. 시간이 지나 이 책을 보면 ‘내가 이때는 이런 마음으로 사랑을 했었구나.’라고 느끼면서 때 묻지 않게 영원히 보존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세 번째 책은, 책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이 굉장히 많아졌어요. 이 책으로 호텔에서 북토크도 할 수 있었고 오늘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된 것처럼 이 책이 저를 많은 곳으로 데려다주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꼽자면 친구가 제주도에 있는 북카페에서 제 책을 봤다고 하면서 입고를 한거냐고 연락이 왔었던 일입니다. 제가 입고하지 않은 곳이라고 했더니 친구가 카페 사장님에게 책에 대해 물었고, 사장님은 '읽고 너무 맘에 들어서 카페에 둔 것'이라고 하셨다고 해서 감사한 마음에 제주도 출장 때 직접 찾아갔습니다. 사진도 찍고 사인을 하려는 데 펜이 없어서 옆에 계신 분께 빌렸는데 그분이 제 책을 눈여겨보시고 제가 가고 나서 그 책을 읽고 인스타그램을 찾아와서 인사를 남겼습니다. 제 책으로 인해 제주도에 북카페 사장님과 펜을 빌려주신 분이 인연이 닿아 정말 뜻깊은 순간이었습니다.



첫 번째 책 [내 것으로 만들기]에도 일부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두 번째 책은 온전히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쓰셨어요.


커플 일러스트를 그리는 게 재미있었어요. 매일 한 편씩 올리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 그 당시 실제로 사랑도 하고 이별도 했었거든요. 첫 번째 책을 쓰면서 점점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늘어나는 걸 보고 ‘언젠가 한 번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로 에세이가 많이 있는데 정말 다양한 소재로 글을 쓰셨어요. 어디서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쓸 수 있도록 영감을 얻으셨나요?


물론 영감을 받아서 글을 쓴 경우도 있겠죠. 글쓰기에 대해 유명한 분들이 한 이야기 중에서 ‘한 가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라.’라는 말이 인상 깊었어요. 그 이후로 무의식중에 사람이나 사물을 깊게 생각하면서 보게 되더라고요. 눈앞에 있는 소재가 제 일상과 맞아지는 접점을 글로 표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익숙한 일을 하고 있을 때 글이 떠오를 때가 많아요. 그렇지 않을 때는 한 가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고 쓰는 편이에요. 예전에는 쓰고 싶은 글을 자유롭게 썼는데 지금은 저도 표현에 한계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전에 썼던 글과 비슷한 글을 쓰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한 가지 사물에 대해 깊이 있게 고뇌하고 글을 쓰고 있어요.



직접 북토크나 북콘서트를 개최할 만큼 출판 이후 오프라인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활동적인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런 분의 버킷리스트가 궁금해졌습니다.


올해 이룬 것 중에는 2월에 출판 기념회를 시작으로 제가 일러스트 작업을 자주 하는 카페에서도 출판 기념회를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카페에서도 진행을 했었고 이후에 호텔에서 북토크까지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작년에 부산 아트 북 페어를 참여하면서 많은 분들을 알게 되고 제 책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좋았어요. 아직 하반기에 특별한 계획은 없지만 꾸준히 글 쓰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글쓰기의 매력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시간이 흘러갈수록 잊히는 기억들이 많은데 나라는 사람을 글로 고정시켜 영원히 보존할 수 있는 게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제 생각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게 글보다 명료한 건 없는 것 같아요.



[내 것으로 만들기]에 ‘까닭’이라는 부분에서 ‘내가 글을 쓰는 까닭은 좋은 글을 쓰기 위함보다도 온전하고 뚜렷한 자신을 만나기 위함이다.’라고 하셨는데, 글을 쓰면서 본인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시나요?


현재에 충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과 이렇게 살아야겠다고 계획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지금의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가장 소중한 현재이기 때문에 이 순간을 보존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 같아요. 현재를 후회 없이 살고 싶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10년 뒤 모습은 어떻게 그려지시나요?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일 것 같아요. 세월이 지나면서 무언가로 인해 다치고 상처를 받았을 때 그런 흉터가 많이 남아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사람들과 호흡하고 소통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내 것으로 만들기]의 ‘실력’에서 ‘나를 평가할 담당자에 의해 좌지우지될 실력이라면 늘어놓는 건 변명뿐이니 온전한 스스로의 실력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겠다.’라고 하셨어요. 우리나라는 타인에게 평가받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평가로 인해 성장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을 수 있잖아요.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하시나요?


우리나라는 삶의 속도가 굉장히 빠른데 그 속도를 따라가기보다는 각자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 스스로를 북돋아 줄 것 같아요.



‘관계’에서 ‘함부로 사람 관계를 정돈하지 말라.’라고 하셨어요. 좋은 인간관계를 만드는 방법으로 어떤 게 있을까요?


사회생활에서는 조금 더 내어주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면 자연스럽게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주변에 좋은 사람이 정말 많다고 자부할 수 있는데 되돌아 생각해보면 어릴 때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저에게 내어준 사람들이 있었어요. 나는 절대 그렇게 못할 것 같은데 자신의 귀중한 것을 저에게 주는 사람들을 보고 ‘내가 조금 피곤하더라고 나도 저 사람들과 같이 다른 사람에게 소중한 것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게 너무나 큰 행운이겠지만 만나지 못했다 하더라도 내가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관계에 있어서 내가 좋은 사람이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좋은 관계가 형성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다 보면 어느새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생기게 되는 거라 생각해요.



키워드 질문 드리겠습니다. 제가 드리는 키워드를 듣고 떠오르는 생각을 한 마디로 답해주시면 됩니다.



독자


친구다.



사랑


모르겠다.



채움


삶의 이유



쓰기


존재의 시각화


청춘


관리의 대상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자신을 향한 글쓰기가 스스로 가장 의미있는 책이 되길 바랍니다.




자기다움이 가장 좋은 것이고, 좋은 것은 노력하지 않아도 알아보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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