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작가 기획 연재 13화 : 그들은 왜 책을 만들었는가?] '누구나 지금이 처음이다' 강희완 작가

기획·연재 / 강문영 / 2020-06-01 15:45:00
제가 순간을 좋아하는 이유는 ‘모든 사람들이 이 순간의 연속을 살아가고, 그 순간을 길게 이어서 기억하고 좋든 싫든 그것이 다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안녕하세요? 독자들을 위해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강희완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보는 세상의 시선을 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많이 해서 강보통이라는 필명을 쓰고 있습니다. 유별난 사람이 되고 싶은 것보단 보통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제가 이것저것 많이 하다보니까 뭐든 얕고 넓게 보통 이상은 알고, 보통 이상은 할 줄 알아서 강보통이란 말을 좋아합니다. 현재 저는 마케팅을 하고 있으며 ‘사람을 위한 일,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을 하자’를 목표로 살고 있습니다.



[누구나 지금이 처음이다]는 어떤 작품인가요?


[누구나 지금이 처음이다] 저의 첫 작품입니다. 사람들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었던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겪는 처음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이전에 SNS에 써 놓았던 글을 모아서 ‘처음’이라는 주제로 책을 만들었습니다.



'누구나 지금이 처음이다' 저자 강희완 작가가 강문영 기자와 인터뷰하는 모습이다.[출처: 강문영기자]



평소에도 글을 많이 쓰는 편인가요?


'매일 하나씩은 쓰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잘 못 지키는 편입니다. 글 쓰는 걸 어릴 때부터 좋아했지만 아둥바둥 20대를 겪으며 잠시 잊고 있다가 30대 때 새로 시작해보자는 의미로 3개월 정도 유럽여행을 떠나면서 다시 글을 많이 쓰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책으로 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여행을 가서 사진을 찍고 에세이를 쓰고 싶어서 웹페이지를 만들어서 계속 쓰고 담아두고 있다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것을 느꼈습니다. 문득 누군가 제 글을 보고 즐거워하고 공감할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직접 책을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출판 과정에서 디자인과 편집, 표지 및 종이 선정까지 직접 다 하신 건가요?


처음엔 주변에 독립출판 수업을 들은 친구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처음엔 생각보다 어려울 것 같아 편집을 도와줄 사람을 찾다가 해보니까 생각보다 쉽고 제가 그냥 해보고 싶어서 직접 하게 되었습니다. 제목 디자인은 제가 직접 쓰다가 캘리그라피를 잘 쓰는 친구에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 뒤로 출판에 있어 나머지 사진, 글, 편집, 인쇄까지 끝까지 제가 직접 하게 되었습니다.



작업과정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지금까지 써 놓았던 글을 정리하고 그동안 찍었던 필름 사진을 넣어서 편집을 했습니다. 제가 편집 프로그램을 다뤄서 출판한 것이 아니고 한글로만 작업을 했기 때문에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상세하게 말씀드리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신 저의 작업과정을 통해서 출판의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지금이 처음이다]를 보면 글과 사진이 적절하게 매칭 되어있는데, 연관성이 있는 건가요?


어떤 사진의 경우에는 찍었을 때 감정을 간추린 것도 있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관련 있는 사진을 넣은 것도 있습니다. 맨 앞에 표지 같은 경우에는 많은 분들이 저의 어릴 적 사진이냐고 물어보시는 데, 제가 아니라 이탈리아에 여행을 갔을 때 해변에 아이가 돌을 던지고 있는 모습이 좋아 보여서 찍은 겁니다.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찍게 됐습니다.



표지의 사진이 '두 손 가득히 쥐면'이라는 제목의 글인데요, 이 사진을 표지로 고른 이유가 있으신가요?


[두 손 가득히 쥐면]이라는 글은 표지 사진 속 아이를 보고 쓴 내용입니다. 어린아이들은 무언가 먹을 때 양손 가득 쥐고 먹으려다가 떨어뜨리곤 하는데 이 아이도 두 손 가득히 돌을 쥐고 던지려는 데 자꾸 돌이 떨어졌던 거죠. 그 모습을 보고 ‘내가 처음을 이야기하려면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을 내려놓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을 던지는 모습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모습 같다고 생각을 했고, 이 이야기로 파문이 일어났으면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사진이 책을 쓰면서 제 머릿속에 가장 많이 남아있던 사진이기도 했습니다.



‘순간’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시는데, 가장 최근에 작가께서 좋았던 순간은 언제이신가요?


책에도 쓴 것처럼 제가 순간을 좋아하는 이유는 ‘모든 사람들이 이 순간의 연속을 살아가고, 그 순간을 길게 이어서 기억하고 좋든 싫든 그것이 다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매 순간순간이 다 좋습니다.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서 행복할 수도 있고, 힘든 상황으로 지치는 순간도 있겠지만 그래도 저는 모든 순간이 좋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최근의 가장 좋았던 순간을 꼽자면 요즘 제 책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행복했습니다. 제가 한동안 책을 내려놓고 일상에만 집중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1~2주 전부터 여러 책방에서 재입고 요청도 오고 책 이야기할 수 있는 인터뷰 기회까지 갖게 되어 좋았습니다. 마치 제가 던진 이야기로 파문이 일어난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일을 하다'에서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고, 생계수단이 된다면 그것을 좋아만 했을 때의 순수함이 사라지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고 하셨는데, 작가께서는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 어떤 일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스스로가 결단력과 도전정신이 있다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맞겠지만 흔히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는 좋아하는 일이 생계수단이 되는 순간 좋아했던 느낌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잘할 수 있는 일을 좋아하게 되면 또 다른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하는 일로 ‘다른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금 잘할 수 있는 마케팅이라는 일로 꿈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가장 좋지만 좋아하는 일을 위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비스킷통'에서 ‘좋아하는 것만 자꾸 먹어버리면 나중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만 남게 된다.’고 하셨는데, 좋아하는 것과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걸 먼저 하시겠어요?


좋아하는 일을 먼저 하는 편입니다. 비스킷통에 좋아하는 것만 먼저 먹어버려서 덜 좋아하는 것들만 남게 되더라도 그것마저 다 먹고 나면 또 새로운 비스킷통을 열게 될 테니까요.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을 때 하는 게 맞는다고 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먼저 하다 보면 기분 좋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에서 ‘문밖에 나가면 여행이니까. 똑같은 매일은 없으니까.’라고 하셨는데, 반복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일상을 여행처럼 느끼긴 힘들 것 같은데요.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을 보았을 때, 먹었을 때 등의 느낌이 있을 텐데 일상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보는 방법으로 ‘내 일상의 OST는 무엇일까?’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버스를 타고 가는데 창문 바깥의 풍경과 어울리는 음악이 들린다면 이 순간이 마치 영화나 뮤직비디오 같을 수 있잖아요. 그때 평범한 일상이지만 오늘은 왠지 특별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 거죠. 내 삶의 OST 목록을 만들어 보면 잘 맞는 음악 하나로도 일상을 여행처럼 느낄 수 있어서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청춘'에서 ‘언제나 파릇하고 생기 있는 모습이 상상되는 청춘이란 말이 좋다.’고 하셨는데, 요즘 청춘이라고 하면 생기보다는 포기가 더 어울리는 말이 되어버렸는데요. 현실에 벽에 부딪혀 좌절하는 청춘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꿈과 이상을 꿈꾸면서 살아가는 ‘청춘’이라는 말을 좋아하는 데, 요즘 많은 청춘들이 현실에 힘들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청춘] 다음에 [피어나다]라는 부분에서 ‘꽃은 저마다 피는 시기가 다 다르다.’라고 썼는데요, 모두의 시기와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정형화 된 틀에 자신을 억지로 끼워 맞추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그래도 괜찮다.’라도 말해주고 싶습니다. 누구나 다 처음 살아보고 매일을 처음 해 보는 건데 남들에게 기준을 세워두고 비교를 하지 말고 ‘이렇게 해도 괜찮구나.’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지금이 누구나 처음이기 때문에 ‘초보’라는 말로 보호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너무 안주하면 안 되겠지만, 그래도 ‘처음이니까 괜찮다.’라고 전해주고 싶습니다.



20대의 그렸던 30대의 모습과 30대가 된 현재의 모습이 어떻게 다르신가요?


아는 만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20대 때는 그때 제가 알고 있는 것들로만 30대를 그렸다면, 지금 30대는 그때 알고 있던 것과 더불어 경험하고 느끼는 것들이 많아져서 굉장히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20대 때는 머릿속으로 막연하게 ‘30대가 되면 이렇게 될 거야.’했었는데, 지금은 매일을 처음 살아보면서 겪는 것들이 더해진 모습이라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경험들이 쌓인 지금의 모습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습니다. 20대에는 ‘30대가 되어서 언제 공부를 하고 대학원을 하고 유학을 가고 취직을 해야겠다.’는 틀에 박힌 미래를 생각했다면 지금은 그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고 더 새로운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40대의 모습은 어떻게 그려지시나요?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면서, 무언가 사람들과 가까운 이야기꺼리를 만들고 있을 것 같습니다



책뿐만 아니라 답변에서도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말을 계속하셨는데, 이런 생각을 갖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어릴 때부터 저는 사람들 앞에서 나서는것도,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그러다 언젠가 나에게 집중해야 하고 나의 시간이 더 소중해진 순간이 있었는데, 그때 ‘나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구나.’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나와 관계한 모든 사람들이 더 소중해지기 시작했고 더 나아가서 내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들까지 생각하게 되다 보니 결론적으로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는 ‘불량배였던 학생이 우연한 기회에 선생님이되어 학생들을 위하는 참 교육자가 되어가는 만화’(GTO)를 보고 막연하게 선생님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입시의 벽에 부딪혀 그 꿈은 내려놓았지만 사회에 나가서도 다시 업무적으로 교육을 하게 되었고, 무언가 알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이 모든 과정이 ‘사람을 위한 일’을 하고 싶은 바람에서 시작된 것 같습니다. 사람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목표와 방향만이 뚜렷하기에 그 목표를 향한 수단과 방법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피드백을 해 준 독자 중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처음 제목을 보고 공감이 많이 가서 책을 읽게 되었다는 분도 있으셨고, 책을 보고 개인블로그에 많은 리뷰를 해 주신 분도 있었습니다. 모든 분들에게 다 감사하지만 그중에서도 제목이 인상 깊었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가장 인상에 남습니다. 제목만 보고도 많은 공감을 했다는 것은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잘 전달이 되었다는 얘기니까요.




작가께서 생각하는 ‘처음’이란?


굉장히 ‘좋아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처음 해 보는 모든 일들을 좋아하고, 처음 해서 느끼는 낯섦과 어려움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처음’이란, 저에게 ‘언제나 설레는 것’입니다.



이전 인터뷰를 한 임진아 작가가 남긴 질문입니다. 살면서 지금 이 순간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가요?


'행복' 삶은 '행복을 위해',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누리며' 사는 것 같아요.




순간이 짧고 덧없는 말이라고 생각하는가?


사실은 그 순간순간에 충실하는 것이 인생 전체를 의미 있게 만드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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