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만드는 사람 임진아 입니다. 작년에 [진발시27] 이라는 작은 시집을 독립출판 했고, 올 봄에 2015년도 다녀온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의 기록을 담은 [진발장 산티아고] 사진집 겸 에세이를 만들었습니다. 멋진 또라이가 되고싶습니다
멋진 또라이요?
네. (웃음) 주변에서 또라이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미쳤다는 말이 나쁘지가 않더라고요. 안 해본 걸 매번 도전하는 모습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불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래서 저를 소개할 때 멋진 또라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그렇군요, 독립출판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작년에 독립출판 한 [진발시27]이 저의 첫 시작이에요. ‘독립출판’ 이라는 매체로서 임진아를 꺼내 보인 첫 시작이요. 2015년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와서 귀국했을 때의 현실, 돈도 직업도 사랑도 없이 0부터 시작해야하는 현실이 많이 힘들었어요. 힘들 때는 술보다는 막 감정을 글로 휘갈길 때 스트레스가 풀리더라구요. 제가 스트레스 풀어놓은 게 [진발시27] 이에요. 이 시기에 엄마에게 큰 위로가 되었어요. 공감이라는 위로요. 이 고마운 마음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제 솔직한 감정을 꺼낸 이 메모들을 책으로 만들어야겠다 생각했죠. 엄마를 비롯해 저를 응원해준 고마운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맘에 편집을 했다가, ‘독립출판’ 이라는 매체를 알게 됐어요. 나이스 타이밍 이었던 것 같아요. 용기 좀 내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10부 찍겠다는 계획이 250부로 변경됐고, 독립서점 등에 입고를 하게 됐어요. 그렇게 여러분들께 ‘첫인사’ 를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여행을 다녀오시고 마주친 현실 중에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드셨나요?
대한민국 미생 3년하고 산티아고를 갔어요. 여행을 다녀오면 원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을 해야 하는데, 산티아고를 정말 가고 싶어서 다가올 현실을 뒤로한 채 여행을 갔죠.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다녀온 후에 제가 마주한 현실을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유럽을 가기 전에 만났던 사람이 연락 두절로 헤어졌는데, 여행 직전에 유럽 다녀와서 다시 만나자고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저는 유럽을 다녀와서 연락을 했는데 이번에도 연락이 안 되더라고요. 그 사람에 대한 상처가 가장 컸어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고 보니 원래 이렇게 경솔한 사람이었다면 차라리 연락 두절로 헤어지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행을 다녀와서 돈도 없고 취업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별까지 겪다 보니 정말 힘들었어요.
힘든 현실에서 글쓰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제가 술을 좋아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로 풀기도 하지만 글로 써서 풀어내요. 저는 글을 서정적으로 아름답게 쓰질 못해요. 오히려 제 감정 그대로 솔직하게 쓰고 읽기 쉬운 글을 쓰면서 스트레스를 풀었어요.
어머니께서 어떻게 위로를 해 주셨나요?
엄마가 해결책을 제시해 준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나도 너 때는 그랬어.’라고 한 마디 해주셨는데 그 말이 저에게 큰 위로가 되었어요. 엄마도 27살에 나와 같은 고민을 했던 사람으로서 이런 위로가 정말 감사했어요.
[진발시 27]과 [진발장 산티아고] 작업과정은 어떠셨나요?
[진발시 27]은 그동안 쓴 글을 워드에 옮겨서 제본만 하면 되더라고요. 편집도 기존에 쓰던 편집 프로그램으로 배열만 맞추면 되는 부분이라 정말 간단했고 엄마가 어릴 적 찍어준 사진 중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으로 표지를 만들었어요. [진발장 산티아고]는 배낭 하나 메고 속세를 벗어던진 채 자연을 거닐며 느낀 생각들을 담은 책인데요, 원래 책으로 만들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자연이 너무 멋있어서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아이폰으로 찍어서 인쇄를 했는데 픽셀이 많이 깨지지 않아서 다행이었어요. 처음에는 아이폰 사진으로 출력해야 하다 보니 원본이 깨질까 봐 크기를 작게 하려고 했는데 가제본으로 보니까 사진이 괜찮아서 생각보다 크게 만들게 되었어요. 여행 중 길 위에서 만난 사람을 포함해서 제가 느낀 게 많다 보니 글로 써 놓은 콘텐츠가 많이 쌓이더라고요. 산티아고를 2달 정도 걸으면서 찍은 사진들이 너무 많아서 선별하기가 조금 힘들었어요.
우선 [진발시 27]에 대한 이야기부터 나눠보겠습니다. [진발시 27]은 27살이었던 2015년에 작가님이 겪었던 일들을 기록으로 남기셨는데요. 무직이라 돈이 없어서 힘들었고 사랑에 상처를 받았던 일들이 있었는데 그럴 때 글을 쓰셨어요. 행복했던 일이 아니라 힘들었던 순간에 당시의 일들을 글로 기록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오히려 속으로 생각해서 삼켜내는 것보다 글로 꺼내 보이는 게 나았던 것 같아요. 작업을 하면서 힘든 거를 드러내는 과정에서 글을 쓰는 것 자체만으로도 속 시원하게 풀 수 있었어요.
‘진발시’가 진지하고 발랄한 시, 진아의 발로 쓴 시, 진아는 발과 시 없으면 안 된다고 소개를 하셨는데, 왜 작가님이 쓴 시를 발로 쓴 시라 지칭했는지 그리고 발과 시가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요?
제 글이 너무 무겁지는 않으면서 피식하고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책이었으면 해요. 그래서 ‘발로 쓴 시’라고 한 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시라는 의미로 보면 될 것 같아요. ‘발과 시 없으면 안 된다.’ 중에서 특히 ‘발’이 없으면 안 되는 이유는 제가 걷고 뛰는 걸 너무 좋아하고, '발로하는 것' 자체가 몸을 부딪히면서 경험을 한다는 의미로 저를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짧지만 직접 글로 표현을 한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서 ‘시’가 없으면 안 된다고 표현했어요.

[진발시 27] 표지가 작가님의 어릴 적 모습이 담긴 사진인데요. 이 사진을 표지로 쓴 이유가 있으신가요?
‘아기들은 조용할 때가 더 무서운 법이다.’라고 하잖아요. 어디서 사고를 치고 있을지 모르니까. 제가 너무 조용해서 엄마가 방에 들어와 보니 맥주병을 굴리면서 놀고 있더래요. 그래서 이 사진이 저를 잘 나타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한민국 미생 생활을 마치고 여행을 다녀오신 후에 ‘레알 현실’을 마주했다고 표현하셨는데, 그 현실을 마주했을 때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이었나요?
대한민국의 보통 27살 여자라면 하고 있는 것들, 요구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현실로 마주하게 된 게 힘들었어요. 제일 가까운 아버지께서도 ‘너 하고 싶은 여행 다녀왔으니 이제 뭐 할 거니?’라고 물어보셨으니까. 아직은 사회적인 통념에서 20대 중반을 넘기고 서른을 바라보는 여자에게 사회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들을 무시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저도 27살이 처음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정말 고민이 되었어요. 그렇지만 ‘27’이 제가 그저 27의 해를 살았다는 것뿐인데 27살이기 때문에 나이에 맞는 무언가를 반드시 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생각을 조금 바꿔보니까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겠더라고요.
엄마가 ‘나도 너 나이 때는 그랬어.’라는 한 마디를 하시면서 위로를 받으셨다고 하셨는데요. 먼 훗날 작가님 딸이 27살이 되어서 작가님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어떤 말을 해 주고 싶으세요?
저도 엄마랑 똑같이 ‘나도 너 때 그랬어.’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구구절절 얘기해 주고 싶지는 않아요. 힘든 감정을 느끼고 있는 건 그 아이기 때문에 ‘이래서 힘든 거니? 어떤 게 고민이니?’하면서 물어보고 싶지는 않고 그 아이가 힘든 거에 대해서 고스란히 들어주고 싶어요. 저도 엄마가 그저 묵묵히 제 이야기를 다 들어줘서 감동이었고 위로를 받았거든요. 물론 윤리적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있다면 부모로서 바로잡아 줘야 하겠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저도 엄마처럼 잘 들어주고 싶어요.
그럼 두 번째 작품 [진발장 산티아고]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진발장’이 진아의 발은 장난이 아니라는 뜻으로 프랑스 생장에서 스페인 산티아고까지 약 1200km 여정을 사진으로 담으셨는데요. 2개월 반 여정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자연과 노부부인데요. 자연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어요. 그래서 카메라 없이 아이폰으로나마 수백 장의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리고 머리 하야신 노부부를 많이 봤어요.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걸어가시는 분들도 있었고 서로 걷는 속도가 다르다 보니까 할아버지는 빠르게 먼저 가고 할머니는 그런 할아버지를 서운해하지 않고 천천히 뒤따라가다가 앞서 간 할아버지가 잠시 쉬면서 기다려주시기도 하더라고요. 이런 모습들이 너무 좋았죠. 그리고 앞이 보이지 않는 분과 그분을 인솔하는 분이 나란히 가는 걸 봤어요. 길이 평지만 있는 게 아니라 돌길도 있고 등산도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등산 스틱을 인솔자 가방에 걸어서 그 스틱을 잡고 걸어가고 있었어요. 사실 자기 몸 하나 거누기도 힘든 곳인데 그렇게 가는 모습을 보니까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이 힘든 곳을 걸어가겠다는 의지와 끝까지 인솔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정말 존경스러웠어요.
길 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재밌는 일도 있었을 것 같아요.
유럽에는 발가락 양말이라는 게 없어요. 제가 바셀린을 바르고 반 발가락 양말을 신은 덕분에 물집 안 잡히고 걸을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유럽 친구들이 제 양말을 보고 정말 신기해하더라고요. (웃음)
반대로 정말 힘들었던 일은 어떤 게 있으셨나요?
길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걷다가 저는 중간에 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라 혼자 남아서 머물고 다시 출발을 했어요. 그런데 혼자 계속 걷다 보니 정말 외로운 거예요. 제가 그날따라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제 앞뒤로 사람 한 명이 보이질 않더라고요. 그렇게 혼자 걷다 보니 ‘제발 내 시야에 사람 한 명이라도 나타났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이 사람이 나와 말동무가 되지 않아도 좋고, 내 배낭을 들어주지 않아도 좋으니까 한 명만 보였으면 싶었거든요. 그리고 그날 묵을 예정이었던 숙소가 97명 인원을 수용하는 곳인데 제가 96번째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만약에 제가 98번째로 들어와서 이곳에 머물지 못했다면 10km 정도를 더 걸어가야 되는 상황일 수도 있거든요. 생각해보면 외로움과 무서움이 가장 힘들었어요.
[진발장 산티아고]에 ‘진발장 사진은 당신께 만만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책 소개가 기억에 남는데요, 이렇게 소개하신 이유가 있으세요?
제가 사진집을 만들 때 궁금했던 점이 다른 사진집을 보면 좋은 종이에 고퀄리티로 만들다 보니 한 번 보고 소장용이 돼버리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어요. 그런데 멋진 사진이면 책장 안에 가둬두는 것보다 내 눈앞에 있는 게 맞다 생각하거든요. 잡지에 예쁜 연예인 사진은 과감히 뜯어서 벽에 붙여놓는 것처럼. 제 사진집에서 괜찮은 사진이 있으면 잡지처럼 뜯어서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아도 좋다는 의미에서 ‘만만했으면 좋겠다.’고 표현을 했어요.
[진발장 산티아고]는 작가님이 여행하면서 직접 손으로 쓴 일기장을 그대로 담으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처음에 가독성을 생각해서 워드 작업을 하려고 했는데,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직접 손글씨로 써서 출력한 가제본을 봤는데 너무 엉망인 거예요. 인디자인으로 작업할 때는 구성이나 배열 편집을 하니까 깔끔한데 이건 제가 직접 쓰고 스캔하다 보니 배열이 너무 안 맞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작업을 해서 만들었어요. 제 의도는 맘에 드는 사진이 있으면 언제든지 쭉 찢어서 벽에도 붙여놓고 책에도 끼어놓을 수 있는 편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제 손글씨로 쓰게 되었어요.
작품 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독자분이 있으신가요?
어느 독자분이 [진발시 27]을 보고 울었다고 메일을 보내주셨어요. 그렇게 인연이 닿아 연락을 주고받다가 연말에 만나고 싶다고 해서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흔쾌히 수락을 했죠.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연령층과 느낌이 다른 아이가 있는 어머니셨어요. 그분의 20대를 들어보니 제 책을 보고 왜 눈물을 흘렸는지 알겠더라고요. 지금까지 연락을 꾸준히 하면서 얼마 전에 만나서 새로 나온 [진발장 산티아고]를 전해드렸더니 진심으로 축하해 주셨어요. 이렇게 소중한 인연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어요.

초보자들도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떤 게 있나요?
사진을 찍을 대상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구도나 각도에 대한 방법은 전문가에게 듣는 게 맞는 것 같고, 제가 사진 찍을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호기심’이에요. 제 시야에서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찍으면 자신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멋있게 찍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여러 가지 계산해서 찍으면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고 딱딱한 사진이 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나만의 호기심으로 찍으면 내 스타일로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키워드 질문 드리겠습니다. 제가 드리는 키워드를 듣고 떠오르는 생각을 한 마디로 답해주시면 됩니다.
산티아고
또 가고 싶지는 않지만 또 가고 싶은 곳
엄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람
기록
나
발
경험
임진아
멋진 또라이였으면 좋겠어요
‘매일의 기분’ 김동훈 작가가 남긴 질문입니다. 책을 또 내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어떤 책을 내고 싶으신가요? 그렇지 않다면 왜 그런가요?
책을 만들기 위해 글을 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두 작품 모두 콘텐츠가 있고 책을 만든 거라 다음에도 콘텐츠가 쌓일 수 있게끔 경험이라던지 좋은 생각들과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쌓이다 보면 다른 형태라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스스로 재밌는 경험을 많이 하고 싶어요.
다음 인터뷰가 예정된 [누구나 지금이 처음이다]의 강희원 작가님께 남기실 질문은요?
살면서 지금 이 순간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가요?
마지막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부탁드려요.
하나라도 당신께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경험에서 비롯된 모든 기록들 중 단 하나의 문장, 단 한 장의 사진이라도 여러분들께 와닿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책을 만들었기 때문에 작가 이런 것 보다는, 임진아라는 사람의 경험 속에서 여러분과의 연결고리가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아요. 저에게는 두 권의 책이 있지만, 이 두 권 모두 제 자신이거든요. 그래서 제 책을 보셨다면, 저를 만나신 것과 다름 없어요. 인연인거에요. 저와 인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상은 언제나 무언가에 '미친' 사람에게 열광하는 법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미쳐있었던 적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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