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작가 기획 연재 10화 : 그들은 왜 책을 만들었는가?]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 김봉철 작가

기획·연재 / 강문영 / 2019-11-22 15:35:00
저에게는 책을 낸 것이 터닝포인트였기 때문에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어떤 계기로 독립출판을 하게 되셨나요?


제가 블로그를 10년 정도 운영하면서 제 글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책을 내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내가 책을 내면 누가 사서 읽어보겠어.'라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망설이고 있었는데 매니저 친구가 책을 만들어 보자고 적극적으로 권유를 해서 출판을 하게 되었습니다.



블로그 이웃이 약 2천 명 정도 되던데, 많은 방문자와 이웃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다양한 콘텐츠 때문이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작가께서 평소에 글 쓰는 걸 좋아하시나요?


글 쓰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제가 어릴 때부터 친구가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친구가 아닌 아는 사람조차도 없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 필요해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 책 소개에 보면 가혹에 가까웠던 부모님의 훈육과 괴롭힘을 당한 학창시절 이야기라고 쓰셨는데, 남들에게 말하기 어려운 소재를 블로그에 쓰기 시작하면서 책까지 낸 이유가 있으신가요?


예전에는 가족들과 어울리기 어렵고 친구를 사귀기 힘들어서 무조건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어떻게든 나의 단점을 숨기고 좋은 모습만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런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제 스스로가 사람들을 피하고 멀어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블로그만 하게 되었는데 오히려 저의 솔직한 모습을 글로 보시고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셨어요. 이후에 자신감을 얻고 무거운 얘기지만 솔직하게 글로 써서 책으로 내게 된 거죠.



김봉철 작가의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의 모습이다.[출처: 강문영 기자]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의 표지 디자인이 독특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책을 준비하면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표현했어요. 큰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은데, 많은 분들이 다양하게 해석을 해주시더라고요. 보이는 대로 이해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제가 그린 이 그림이 여러 가지로 해석될수록 좋은 것 같거든요.



봉철비전은 고서 느낌인데요, 이 표지는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


봉철비전은 독립출판 가이드북인데요, 이런 내용은 자칫 지루하고 딱딱한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재밌게 만들려고 고서 형태로 디자인하게 되었어요. 마치 헌 책방에서 발견한 느낌인 거죠.



작업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봉철비전' 작업을 하면서 표지 색을 정해 놨었는데 색을 다양하게 하고 싶어서 여러 가지 색으로 만들어보자 했는데 절대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몰래 다른 색으로 만들어서 책방에 입고를 했어요. 그리고 매니저님이 인스타그램에서 제가 다른 색으로 만든 책을 보고 한숨을 쉬더라고요. (웃음)



[봉철비전] 마지막에 빈 페이지를 두셨어요. 그리고 이 빈 페이지를 통해서 누군가의 첫 페이지가 시작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작가께서 [봉철비전]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독립출판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신 건가요?


저는 오랫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만 있으면서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블로그에 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용기를 내서 책을 내었고 그 후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게 된 것 같아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전라도나 경상도에서 제 책을 사고 잘 읽었다고 연락을 주시는 분들을 만나면서 '내가 멋지게 꾸미지 않아도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된 거죠. 이런 기분은 30대 후반인 지금에서야 처음 느껴본 것 같아요. 제가 책을 낸 이후에 독립출판물 축제나 프리마켓, 강의 등을 하면서 집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어요. 저에게는 책을 낸 것이 터닝포인트였기 때문에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오프라인 활동을 하면서 인상에 남은 독자가 있다면?


독립서점에서 강의를 하는 데 문예 창작과를 졸업한 분이 오셨어요. 같은 과를 졸업한 친구들은 지금 취직을 못 하고 백수로 놀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강의를 듣고 활로를 찾고 싶으셨던 것 같은데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뿌듯한 기억이 남네요.



문예 창작과나 국어국문학과 분들이 유입이 됨으로써 독립출판 시장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시는 건가요?


독립출판이 대중들에게 관심이 커지면서 문예창작과나 국어국문학과 분들이 오면 지금과는 다른 형태의 시장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일반적으로 작가가 되기 어렵고 출판하기 어려운 현실이잖아요. 책을 만드는 게 힘들면 책을 읽는 것도 힘들다고 생각해요. 일반인은 넘을 수 없는 높은 진입장벽을 만들어서 대중들에게 멀어지게 하는 거죠. 그런데 저는 독립출판이 그 진입장벽을 낮춰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관련 전공자들이 독립출판을 함으로써 다양한 모습의 책이 만들어져서 많은 사람들이 읽기 편한 책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20대 그렸던 30대 모습과 30대인 현재의 모습이 어떻게 다르신가요?


저는 똑같은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막연하게 30대가 되어서도 나는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할 텐데 세상에 있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죽기 전에 책을 한 권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30대가 되어서도 좀처럼 용기가 나질 않았던 거죠. 그러다 설리만 선생님과 같은 매니저님을 만나서 책을 만들고 제가 생각지도 못한 30대가 되었어요.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독립출판이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쉽게 읽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쉽게 읽고, 쉽게 쓰고, 쉽게 만드는 게 매력이 아닐까요? A4용지를 두 번 잘라서 중철만 해도 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책의 품격을 내려놓아야 가치가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인터뷰 말미에 공통적으로 드리는 질문이 있습니다. 키워드 질문과 직전 인터뷰 작가의 릴레이 질문인데요. 키워드 질문은 제가 드리는 키워드를 듣고 떠오르는 생각을 한 마디로 답해주시면 됩니다.



독자


고객



기록


심심해서 해 본 것



30


오기 전에는 두려웠지만 막상 닥치고 나니 떠나보내기 점점 아쉬워져만 가는 것



일기


지나고 나니 한 편의 아름다운 책이 되어 있는 것



블로그


사람들이 많이 눌렀으면 좋겠다


두 번째 질문은 릴레이 질문으로 이전 인터뷰를 해 주신 [아빠와 나] 김용호 작가가 남긴 질문드리겠습니다. '쓴다'라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말을 잘 하지 못하는 나에게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



다음 인터뷰 예정자인 [매일의 기분] 김동훈 작가께 릴레이 질문을 남겨주시면 됩니다.


왜 퇴사 이후 선택한 것이 글쓰기였나요?



독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 같은 사람이 쓴 글을 재밌게 읽어주셔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책을 보시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실 때마다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던 저에게 여러분들의 관심과 사랑이 치료약이 되어 더 열심히 살게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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