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시인 중 어떻게 불리는 게 좋으신가요?
솔직히 말하면 둘 다 부담스러워요. 제가 작품 활동을 하려고 책을 낸 게 아니거든요.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여서 출판하게 되었는데 '작가님, 입고 요청드립니다.'라는 메일을 받을 때 너무 낯간지럽더라고요. 그래도 둘 중에 하나를 고르자면, 시인보다는 작가가 덜 부담스러운 것 같네요.
독립출판을 하시고 독자들의 반응이 상당하셨어요. 이런 반응 때문에 출판에 대한 욕심이 더 생기지는 않으셨나요?
[순간을 대하는 태도]는 제가 힘들었을 때 스스로 치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기 시작해서 2년 동안 모아둔 글을 담은 책이에요. 그런데 책을 출판하고 홍보를 거의 하지 않았거든요. 홍보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전부인데요, 개인 계정이라 팔로우 수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제 책을 읽으신 분들은 대부분 서점에서 보신 분들인데 그런 분들에게서 반응이 좋았던 이유는 이 책에 담아놓은 저의 진심이 잘 전해진 거라 생각해요. 인기가 많았다고 해서 욕심이 생기진 않았어요. 설령 욕심이 생겼다고 해서 엄청난 양의 책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저는 콘텐츠를 차곡차곡 쌓아서 책을 내고 싶거든요. 그리고 쉽게 풀어쓴 책이라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던 게 아닐까요?
"낭만이라고 칭해도 좋다. 내게 낭만이란 것은 더 이상 허상이 아니다."
제가 맨 첫 장에 쓴 문구인데요, 이 말처럼 제 글은 낭만주의적이에요. 요즘에 사회주의적, 페미니즘 등의 현실을 통찰하는 글이 많은데 저는 이러한 사회 분위기와 다른 이상적인 모습에 대해 글을 썼어요. 그리고 이런 제 책을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셨다는 건 팍팍한 세상이지만 누구나 가슴 속에 이상과 낭만을 품고 살아가기 때문에 좋아해 주신 거라고 생각해요.
첫 독립출판물로 시집을 내셨는데요, 다음 작품도 시를 쓰고 싶으신가요?
다른 글도 쓰고 있지만, 그래도 저는 시가 제일 좋아서 아마 시를 계속 쓰지 않을까요?
많은 장르 중에 시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에세이는 제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야 하지만 시는 제가 설정한 화자를 통해서 이야기를 풀어 갈 수 있어서 좋아요. 제 모습을 직접적으로 다 보여주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리고 화자를 통해 말하면 독자 입장에서도 해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 인터뷰 프로젝트의 첫 번째 인터뷰가 [초보의 순간들]을 쓴 박성환 작가였어요. 순간이라는 같은 키워드가 있어서 [순간을 대하는 태도]라는 제목을 보고 [초보의 순간들]이 연상되었거든요. [초보의 순간들]은 처음 했던 순간들을 뜻하는 제목인데요, [순간을 대하는 태도]라는 제목은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라디오에서 들은 말 중에 감명을 받아서 기억에 남는 문구로 짓게 되었어요. '순간, 순간을 대하는 태도가 인생을 완성시키는 것이다.'라는 말이었는데요, 그 말을 듣고 지금 이 순간들이 굉장히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그 당시에 저에게 정말 와 닿았던 말이라 가슴 한편에 담아두고 있다가 제목을 정할 때 불현듯 생각이 나서 짓게 되었죠. 그리고 [순간을 대하는 태도]의 '순간'은 제가 지키고 싶은 모습들을 의미해요. 책에 담은 시에서 '~하고 싶다.'라는 말미가 많은데요, 그 이유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겠다.'라고 다짐했던 순간들을 말하는 거예요.
시를 좋아해서 독립출판도 시집으로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건가요?
시집으로 출판한 이유는 제가 대학교에 와서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서 힘들어할 때 책을 많이 읽기 시작하면서 우연히 시를 접하게 되었는데요. 그때 제가 추상적으로 느꼈던 보이지 않는 감정을 눈에 보이는 글로 표현한 시가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독립서점에서 독립출판물을 만드는 수업을 듣고 책을 출판하게 되었는데, 시가 주는 느낌이 좋아서 시집을 내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되었어요.

이전 질문의 답변으로 [순간을 대하는 태도]가 2년 동안 써 놓은 글들을 담은 책이라 하셨어요. 평소에 습작을 많이 하시는 편인가요?
습작보다는 평소에 끄적인 글들을 모아두는 편이였어요. 그리고 그 글들을 부끄럽지만 엄마랑 친구들에게 보여줬는데, 주변에서 많이 응원을 해줬어요. 그게 정말 큰 힘이 되었던 이유가 학교에서 국문학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어요. 그때는 서로 쓴 글을 비평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제가 이런 분위기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더라면 지금의 글들을 쓸 수 없었을 것 같아요. 저는 잘한다고 칭찬해줘야 더 잘하는 성격이라 주변에서 저를 북돋아준 게 도움이 많이 되었죠.
[순간을 대하는 태도]를 전국 독립서점에 많이 입고하셨더라고요.
네. 저한테 연락 온 서점에는 거의 다 입고를 했어요.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제 책이 닿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인터뷰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가 독립출판 작가 대부분이 독립출판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계신데요, 작가께서는 독립출판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독자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저 역시 독립출판의 전망은 밝다고 생각해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만의 책을 내고 싶다.'라는 바람이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런 바람을 이룰 수 있는 문화가 생겨났기 때문에 앞으로 독립출판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작가 입장에서 독립출판문화가 고유의 인디문화로 남으면 좋을지, 아니면 대중적인 문화로 나아가면 좋을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독립출판이 인디문화로서 가지는 매력도 상당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나만 알고 있는 인디 가수들이 가지는 매력이 있잖아요. 그렇지만 글이 사람들에게 전해진다고 생각했을 때, 대중화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순간을 대하는 태도]에 수록된 많은 시 중에서 어떤 시가 가장 애착이 가시나요?
편집을 하면서 하나씩 다 읽어봤는데 책에 있는 시는 다 좋았어요. 제가 쓴 시들은 힘들 때마다 썼지만 힘든 모습보다 온기를 품은 시를 쓰고 싶었거든요. 그래도 애착이 가는 시를 고르자면 '달 친구'라는 시인데요, 제가 달을 보면 위안을 받는 느낌이라 참 좋아하거든요. 그런 달에 대해 쓴 시라서 좋아요.

인터뷰 말미에 드리는 고정 질문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작가와 작품 관련 키워드를 선정해서 질문을 드립니다. 키워드를 듣고 생각나는 말을 간단하게 답변해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이전 인터뷰를 해 주신 작가께서 남기신 릴레이 질문을 드립니다. 그럼 키워드 질문부터 드리겠습니다.
순간
영원
낭만
아무리 힘들어도, 간직만 하더라도 모두가 품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영광
연필
책을 읽을 때 항상 필요한 것.
시인
권위가 있지만 권위가 없어야 하는 사람.
두 번째 릴레이 질문드리겠습니다. 이전 인터뷰는 출판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퇴사 이유에 대한 원고를 받아서 [퇴사의 이유]라는 책을 출판하신 편집자 세 분입니다. 이분들이 작가께 남긴 질문은 '독립출판으로 먹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입니다.
제 입장에서는 'Yes!'. 왜냐하면 제가 지금 학생이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 상황이 아니거든요. 독립출판 이전에는 수입이 0이었는데 출판 이후에 정산이 돼서 돈이 들어오기 때문에 +가 되었으니까요. (웃음)
마지막으로 다음 인터뷰 예정인 작가께 남길 질문 부탁드릴게요.
자신이 지키고 싶은 자신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강준서 작가는 자연을 좋아하며 힘들어도 온기를 품은 글을 쓰는 사람이다.
자신처럼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시로 위로할 줄 알고 피하지 않고 즐길 줄 아는 20대의 열정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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