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독립출판 작가들은 한 분만이 나오셨는데, 오늘은 한 분이 아닌 세 분이 나오셨습니다. 퇴사의 이유 편집자 성기병, 한나비, 보노보노씨(익명)를 모셨습니다. 여러 명과의 인터뷰는 처음이라 어떻게 질문을 드려야 할지 고민을 했는데요. 한 분 한 분 차례대로 질문을 받아주시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물론 추가 대답은 누구나 해주셔도 됩니다.
보통 여러 명이 작업을 한다면, 옴니버스 형식의 구성이나, 모음집, 혹은 작가, 편집, 디자인 등의 분업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세분 모두 똑같이 편집자라 소개하셨는데, 같은 작업을 세 분이 함께 하신 것인지요? 세 명이 어떤 일을 함께 하셨는지요.
성.
저는 출판사에서 일하는 편집자입니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커뮤니티에서 팀원을 모으게 되었고 팀원 두 분과 콘텐츠에 대한 아이디어 논의 후 ‘퇴사의 이유’라는 독립잡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기획관리부와 같은 역할로 주로 필자와의 연락을 맡았으며 편집은 팀원 모두가 참여를 했습니다.
한.
저는 교정과 기획 아이디어 및 표지 디자인을 담당했습니다. 그리고 포장을 열심히 했습니다. (웃음)
보.
저는 자금 관리를 맡았습니다. 저희가 명확하게 분업을 하지 않고 모두 비슷한 일을 했는데요. 나비님이 주로 디자인을 맡아서 했고 나머지 원고 작업은 세 명 모두 작업을 했습니다.
한.
네, 맞아요. 그리고 보노보노님이 잡지 뒷부분에 부록 코너를 주로 작업을 하셨어요.

퇴사의 이유. 제목부터 자극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책을 고를 때 다양한 유형이 있겠지만 제목에 이끌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 퇴사를 하고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것 하고 살겠다는 에세이 집으로 생각을 했는데 막상 책을 열어보니 제 생각과 아주 다른 내용이더라고요. 그렇다고 실망한 건 아닙니다. 서두에 퇴사의 이유는 출판노동자들의 퇴사기를 모은 잡지라고 하였습니다. 출판인을 대상으로 한 건 편집자들의 직업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데요. 출판업에 종사하고 계신지요?
모두
네.
물론 편집자들이 종사하고 있는 업종이기에 누구보다 관심이 갔다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도 출판인을 대상으로 한 다른 이유가 있는지요?
성.
저희가 출판 노동자이기 때문에 다른 업종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제대로 된 일인지, 우리 회사의 처우가 다른 출판사들에 비해서 어떤지 알고 싶었어요. 다른 출판 노동자의 삶이 궁금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이를테면 출판업만의 열악한 노동환경이나 고용 폐해를 알리고 싶었던 건 아닌가 싶은데요. 어떻게 해서 이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셨습니까?
한.
첫 질문에서 성기병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성기병님이 커뮤니티니에 재밌는 독립잡지를 만들고 싶다는 글을 올렸어요. 저희가 그 글을 보고 지원을 해서 만나게 되었죠. 독립잡지 콘텐츠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을 해봤어요. 우리가 잘 알고, 잘 알고 싶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결론은 출판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가 되었고 그중에서 폐쇄적인 출판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래서 우리가 나눈 이야기를 책에 진솔하게 담아보자 해서 시작하게 되었죠.
퇴사의 이유는 어떤 직업이든 다양할 것입니다. 퇴사의 경험이 있는 많은 분들이 공감할 만한 부분이 상당할 거라 생각됩니다. 세분도 퇴사의 경험이 있으신지요? 만약 있다면 편집자들의 잊지 못할 퇴사의 이유가 궁금합니다.
성.
저는 퇴사 경험이 한 번 밖에 없는데요.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여기 계신 분들에 비해 평범한 직장생활을 했던 것 같아요. 이전 회사는 강남에 있었고 저는 경기도에서 출퇴근을 했는데, 교통도 불편했고 그때는 출판 업무가 아닌 서점 일을 했어요. 제가 원하는 일도 아니었고 회사 규정에 따른 의복이라던가 사람 관계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출판사는 소박하고 가족 같은 이미지를 생각했었거든요. 회사가 어려운 것보다 저의 마음가짐이 약했던 것 같아요.
한.
제가 기억에 남는 퇴사의 이유는 돈이에요. 시간이 지나도 오르지 않는 월급과 ‘우리가 이렇게 해도 너희는 다닐 거야.’라는 사장님의 태도가 문제였지만 경험이라 생각하고 참고 다녔어요. 결국에는 내가 이렇게 해도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알고 그만두게 되었어요.
보.
저는 퇴사한지 너무 오래되었는데요. 제가 맨 처음 다닌 회사에서는 사장 때문에 그만두게 되었고 이후에 신문사 잡지 분야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겉보기에는 번듯한 회사였지만 실상은 노동력 착취와 성희롱 등의 문제가 많은 회사라 퇴사를 하고 지금의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저는 퇴사의 이유가 사람이었어요. 맡은 업무는 방송 관련 일이라 재밌었거든요. 당시 생활패턴이 저녁 7시 즈음에 팀장이 불러서 술을 마시면 거의 5차까지 가서 아침 6시에 다시 사무실로 가야 해요. 그렇게 2년을 다니다 보니 더 이상 안 될 것 같아서 옮기게 되었죠.
책을 살펴보니 지금도 우리가 안고 있는 사회적인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너네 이 일 돈 벌려고 하는 거 아니잖아?’라는 구절에서의 청년 열정 페이 문제, ‘한 달 급여를 바탕으로 대강의 계획을 세워보기도 했습니다. 적금을 들고 용돈으로 얼마를 쓰고..’라는 구절에서 최저임금보다도 못한 임금 문제, '어느 고깃집 아르바이트생의 그것보다도 못한 초라한 금액이었다 (중략) 아무튼 그것은 내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나의 가치를 대변하는 유일한 숫자였으므로..중요한 것은 먹고사는 문제였다' (중략) '이렇듯 나와 같은 이상주의자에게는 북에디터에 대한 환상을 거두라고 단호히 말하고 싶다. (중략) 나는 출판업을 영원히 떠날 것이고 영원한 독자로 남겠다.'라는 구절에서는 좋아서 선택했던 직업에 대한 자괴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현재에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노동문제라 생각이 듭니다. 이미 어느 정도 알고는 계셨겠지만 투고된 원고를 모으면서 더욱 많은 아픔과 분노가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어떠셨는지요?
성.
저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저자였어요. 저는 편집자의 노동이 저자에게 인정받는 거라 생각해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저자가 안하무인이고 잘못된 이야기를 하면 그 편집자의 노동은 0이 되어버리니까. 최근에 저는 돈보다도 평범한 저자를 만나고 내가 한 노동을 인정해 주는 출판사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
저희가 독자들과 오프라인 만남을 하면서 원고에 있는 이야기가 어떤 회사인지 다 듣게 되었어요. 그 이후로 그 회사의 책을 안 본다던지 소문을 낸다던지 그런 작은 행동을 실천했었죠. (웃음) 저는 출판업계에 발을 들이기 전에 출판업 대나무 숲에서 나쁜 이야기들이 많아서 사실일까 궁금했는데 대부분이 사실이더라고요.
보.
맞아요. 원고를 보면 공통적으로 나쁜 상사들이 등장하잖아요. 어디든지 그런 사람들은 있는 것 같아요. 원고 작업을 세 명 모두 참여를 했기 때문에 투고할 원고를 보면서 심각성을 많이 느꼈어요. 저는 정확하게 말하면 출판은 아니고 잡지에 근간한 출판 업무를 하고 있어요. 잡지도 열악하다고 생각했는데 출판은 더 열악한 환경인 걸 알게 되었어요. 책을 좋아해서 출판업계로 뛰어들었더니 회사에서 체계란 찾아볼 수 없고 규정이나 계약서도 없고 월급은 100만 원부터 시작하고 있더라고요. 신문기사로 봤을 때보다 여기서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로 들으니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저희 회사 막내들도 인턴부터 해서 굉장히 힘든 걸 알고 있었지만 출판 쪽은 굉장히 점잖을 줄 알았거든요. 왜냐하면 출판 업계에 있는 대표들이나 언론에 노출되는 방송인들이 평소에 너무 멀쩡하게 이야기를 하니까요.

오직 출판업만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시 책의 서두를 말씀드리는데요. ‘이 책이 퇴사와 잔류의 경계에서 고민하고 있는 노동자에게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투고 글 중에 ‘아무리 봐도 출판업계의 저임금 구조는 출판산업이 망할 때까지 계속 이럴 것 같다’ 라는 글이 기억에 납니다. 물론 퇴사의 이유이기에 회의적인 표현이기도 했겠지만, 그래도 이 책을 준비하면서 출판업 또는 이 사회의 노동환경 개선을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합니다. 옛말에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가난한 환경일수록 열심히 노력해야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인데요. 하지만 요즘은 이 속담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고 말을 합니다. 사회적 양극화 문제를 말하고 있는 건데요. 이 질문은 세분께 공통으로 드리고 싶습니다. 평소 느끼셨던 것도 있으시겠지만, 특히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사회적 양극화 문제를 한 번쯤은 생각해 보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노동환경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성.
첫 회사는 온라인 서점 업무를 했었고, 지금은 출판 업무를 하고 있어요. 첫 회사는 개인의 생산량보다 야근으로 능력을 평가하는 구조였어요. 대표가 7시 즈음 되면 누가 남아있는지 확인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노동 집약적인 것이 출판 업계의 특징인가 싶었어요. 사람이 자발적으로 일을 한다면 재미가 있을 텐데 할 일도 없는데 수동적으로 앉아있어야 하니까 힘들더라고요. 들어보니 유명 출판사에서도 이러한 관례가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 회사는 휴일도 출근을 해요. 회사에서는 편집자가 정해진 기간 동안에 생산량을 일정하게 유지를 해야 한다고 해요. 평일에 휴일이 있으면 주 5일 근무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으므로 나와야 하며 쉬고 싶으면 개인 연차를 사용해야 하는 거죠. 그리고 저희 회사는 주말에 행사가 많은데 행사를 근무자들이 교대로 맡아야 하고 서점을 하고 있는데 이것 또한 일용직이 아닌 편집자들이 아무런 보상 없이 추가로 근무를 해야 돼요. 회사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노동자를 통해 충당하려는 거죠.
한.
저는 출판계의 실상을 출판업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보통은 유명 작가랑 일을 하면 멋있는 작업의 연속일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사장님을 비롯한 모든 직원들이 그 작가에게 모든 것을 맞춰야 해요. 작가가 12시에 작업을 하려 한다면 전 직원이 12시까지 대기를 하고, 작가가 새벽 2시에 퀵을 받으려 한다면, 새벽 1시 반에 퀵을 보내야 해요. 그리고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요. 회사에서는 ‘당신이 교정을 늦게 보는 것은 원고량이 많아서가 아니라 당신의 능력이 부족해서 그래.’라고 판단을 하는 거죠. 그래서 제 동료분이 수학적으로 계산을 해봤어요. 책이 500페이지인데 1페이지 당 1분의 시간이 소요된다면, 이건 둘이서 밤 12시까지 하더라도 일주일 안에 마감을 할 수 없더라고요. 그리고 분명히 실수가 발생할 것이고 그렇다면 회사의 손해라고 사장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아무 말도 하지 못하셨어요. 야근을 많이 한다고 해서 효율적인 노동력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출판업계에 있는 사장님들이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데 가장 큰 문제라 생각해요.
보.
저는 약간 다른 케이스예요. 90년 대 후반에는 여자들이 일하기 좋은 회사였지만 경기가 안 좋아지자 잡지가 하향세에 접어들면서 광고 수주도 어려운 상황이 되었어요. 예를 들어 저희 시스템이 월간 잡지를 8명 정도가 함께 작업을 한다면, 한 기자가 아이템 15개 정도 맡아요. 생활이 열흘에서 한 달은 새벽 4시에 들어가고, 이후 열흘 동안은 밤 9시에 들어가고, 나머지 열흘은 저녁 6시에 정상 퇴근을 해요. 그럼 야근을 굉장히 많이 하게 되는데, 야근수당이 없었어요. 회사에서는 저녁 밥값과 밤 11시 이후 퇴근 시 택시비가 지원이 됐어요. 동료 중 한 명이 밤을 새우고 아침 9시에 택시를 타고 퇴근을 해서 영수증을 제출했더니 ‘왜 아침에 탄 택시 영수증을 제출했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으면서 다녔어요. 지금은 경기가 더 어려워져서 택시비도 한 달에 두 번으로 줄어들어서 퇴근 후 알아서 집을 가거나 회사에서 밤을 새워야 해요. 불경기 탓에 상황이 더 나빠졌지만 저희는 오래전부터 길들여졌지만 가장 안 좋은 것은 회사에서 부족한 인력을 공채가 아닌 월 급여 50만 원에 보조원으로 채우는 거였어요. 보조원들은 온갖 업무를 다 맡게 되지만, 결국 100명 중에 한두 명만이 인턴으로 채용되거든요. 너무 안타깝죠.
사실 그동안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적 문제를 나누진 않았습니다. 책을 쓴 배경과 작가의 생각 같은 가벼운 이야기만을 나눴는데요.
‘퇴사의 이유’ 내용은 아무래도 사회적 문제가 상당히 반영이 되었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계속해서 드리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가벼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선별과정의 비하인드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책에 싣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던 이야기나 특별했던 원고가 있었는지요?
성.
1호 때는 ‘돈’이라는 주제와 맞는 원고만 받다 보니 다른 주제의 글은 반려할 수밖에 없었죠. 2호 때는 1호 보다 분량을 2배 정도 실으려 했는데 마감일이 다 되었는데도 요청이 없었어요. 그래서 출판 단지에 전단지를 붙였더니 이틀 만에 열다섯 분 넘게 원고가 와서 다행히 분량을 맞출 수 있었죠. 그리고 비하인드스토리로 대통령 탄핵 당시 어떤 분이 정치 만평을 만화로 그려서 보내주셨어요. 저희가 출판 노동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에 정중하게 거절을 했던 적도 있었어요.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원고는 ‘퇴사의 이유’ 2호에 소송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인데, 사장님에게 폭력을 당하고 소송 후에 보상을 받았지만 정신적인 후유증이 남아서 상처가 된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네요.
보.
저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솔직하게 원고를 써주셔서 놀랐어요. 조금만 더 깊게 들어가면 누군지 알 수도 있을 것 같고, 민감한 부분인데 말이죠.
출판업계에서 10, 20년 전에는 ‘좋아서 하는 거지.’라는 생각에 근무시간이나 임금에 생각하지 않고 버티는 경우가 많았을 텐데, 지금은 의식이 많이 바뀌었는데 노동의 지속성이 많이 짧아졌나요?
보.
제가 졸업할 때가 IMF 때라 당시에 졸업한 사람들은 모험을 못하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어요. 어떻게든 월급을 받아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있어서 절대 사업을 하지 않아요. 잠깐의 호시절이 있었지만 먹고살아야 하는 문제는 지금도 마찬가지잖아요. 출판업계를 떠나 영원한 독자로 남겠다는 분들은 굳이 이 일이 아니더라고 먹고 살 수가 있거나 능력이 뛰어나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끝까지 남아 있는 사람들은 이 돈이라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거든요.
한.
제 주변은 두 가지의 부류가 있어요. 하나는 독자로만 남고 떠나버리는 사람과 어딘가에는 좋은 회사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이직을 하는 사람. 편집자의 특성상 기본적으로 1, 2년은 버티다가 아니다 싶으면 이직을 하는데 이직을 할 때마다 퇴사하는 이유가 달라지니까 업계를 떠나지 못하고 전전하는 것 같아요.
성.
보노보노님은 연차가 있으신 만큼 업계에서 일을 오래 하셨지만, 나비님은 앞으로도 출판업계에서 일을 하실 생각이신가요?
한.
네. 저는 계속 지금 회사를 다닐 거예요. 저희 회사도 체계가 없는 편인데, 윗분들이 체계가 없으니까 이제 만들자고 말씀을 하셨어요. ‘네가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면 육아휴직을 만들자. 우리는 너한테 투자를 많이 했으니 퇴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들었어요.
‘육아휴직을 주겠다.’는 것은 당연한 복지 아닌가요?
한.
그렇죠. 하지만 출판업계에 종사한 사람 중 80%가 여자인데 육아휴직을 하는 곳이 거의 없어요. 취직할 때 사장님이 결혼을 할 것인지, 언제 임신을 할 것인지에 대해 물어봐요. 며칠 전 제 친구가 어느 출판사에 면접을 봤는데 이런 질문을 했다 하더라고요.
출판업계가 힘든 점이 많은데, 아직까지 많은 분들이 하려고 하죠. 할 사람들이 많으니까 고용자 입장에서 ‘굳이 당신이 아니어도 괜찮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근무환경이 나아지지 않는 거라 생각해요. 왜 이렇게 출판업을 하려는 사람이 많은 걸까요?
한.
저는 사람들이 그 매력을 아는 것 같아요. 내가 이 작가처럼 책을 쓸 수는 없지만 책을 만들 수 있는 거죠. 그 매력이 엄청나다고 생각하고 저도 그 매력에 이 일을 하고 있어요.
보.
맞아요. 한나비님이 말씀하신 것이 성취감과 관련이 있는데, 저희 회사에서는 새벽 4시까지 일을 하면서도 오래 버틴 이유는 성취감 때문이에요. 내 책이 나오면 힘들었던 것들을 다 잊어버려요. 일반 회사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프로젝트에 대해 일부만 맡기 때문에 성취감이 높지가 않는데 출판은 전부를 맡은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책으로 나오기 때문에 성취감이 상당하다고 생각해요.
서울문화재단 비기너스 프로젝트에 선정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지원을 받고 도움이 되었는지요?
성.
프로그램 이름이 ‘소액多컴’이었는데요, 처음 무언가를 하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지원금을 받아 프로젝트를 할 수 있게 하는 취지였어요. 지원금을 선입금 받아서 영수증 처리 없이 쓸 수가 있었어요. 대신 정해진 기간 동안에 독립잡지가 나오면 1부씩 주고 후원 재단을 표기해 주면 되는 거였어요.
편집자 후기에 ‘이 이어짐이 오래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그럴 것이다’라고 쓴 것은 아마도 프로젝트의 지속을 말씀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추후 계획이 있으신지요?
성.
출판계 퇴사의 이유 중 큰 맥락을 주제로 돈, 사람, 복지에 대해 다루고 마지막은 자유주제로 4호까지 계획이 있어요. 3호까지는 1, 2호와 같은 형식으로 진행될 것 같아요.
보.
아직 정확하게 주제를 정하지는 않았어요.
저희가 인터뷰 말미에 공통적으로 드리는 질문이 있습니다. 키워드 질문과 직전 인터뷰 작가의 릴레이 질문인데요.키워드 질문은 제가 드리는 키워드에 단답을 해주시면 됩니다. 한 가지 단어로 답을 주셔도 괜찮습니다.
사직서
성. 회사마다 사직서 양식을 다르게 하자.
한. 대범함.
보. 늘 업그레이드할 것.
전 직장
성. 1명 정도 연락할 사람이 있는 곳.
한. 폭삭 망해라.
보. 반경 1km 셀프 접근금지.
직장 동료
성. 직장동료는 없고 동료는 있다.
한. 고통을 나누는 사람.
보. 멀리할수록 좋다.
구직
성. 한 번쯤 내 맘대로.
한.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
보. 구직 공고를 믿지 마라.
20년 후
성. 그때까지 이 업계가 살아있었으면.
한. 안녕하세요. 출판사 사장입니다.
보. 태국 이민.
다음 작가에게 남기고 싶은 질문은 무엇인가요?
독립출판으로 먹고 살 수 있나요?

오늘은 정말 특별한 인터뷰였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처음 제안을 세 분이 함께 한다고 해서 취중 인터뷰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술을 못하신다고 해서 평범한 인터뷰로 진행을 했는데요. 결코 평범하지는 않았습니다. 계속되어 왔던 사회적 문제와 연결된 콘텐츠였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노동자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질문에 없었던 것이나 포부와 같은 자유발언의 기회를 한 분씩 드리겠습니다.
성.
저도 좋은 분들을 만난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 이런 관계가 오래 유지되었으면 좋겠어요.
한.
제목이 [퇴사의 이유]이기 때문에 퇴사 후 어떤 회사를 다니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저는 노동력을 소중하게 여기는 출판사에서 일을 하고 싶거든요.
보.
저희가 1년 조금 넘게 일을 하면서 크게 다툰 적이 없어서 그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을 해봤어요. 저희가 깊게 친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어요.(웃음) 키워드 질문에서 제가 동료는 멀리할수록 좋다고 말한 이유도 저희가 굉장히 친했다면 제 일을 떠넘기면서 눈치를 주는 일이 생길 수도 있었을 거예요. 처음보다 많이 친해졌지만 사적으로 깊게 친해졌다면 효율적으로 작업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쓸데없이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분업이 잘 되어서 회사 일보다 이 작업하는 게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좋은 관계였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왜 책에 미쳐있을까요?
보.
어릴 때 다들 활자 중독 아니었어요?
성.
제가 어떻게 출판업계에 오게 된 건지 잘 모르겠는데, 책에 관심이 많았고 수집벽이 있었어요. 그런 관심으로 이 일을 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네요.
보.
책은 제어가 되잖아요. 사람을 제어하는 것보다 물체를 제어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모인 것이 아닐까요? 오래된 속설 중 하나가 책이 신간이 나오면 대부분의 독자는 편집자라고 해요.
한.
제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가장 저렴한 가격에 가장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이야깃거리라 좋아해요. 저는 책을 만드는 과정을 즐기려고 노력해요. 과학에 관심이 없는데 과학 관련 작업을 하면 ‘이런 세계가 있네?’라고 하면서 관심을 가지려 하고, 요즘에 인문?교양 쪽을 많이 하는데 외주로는 문학을 해요. 그게 또 재미가 있더라고요. 그 이야기들이 재미있어서 만들면서 좋아하게 되더라고요.
출판회사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다.
하지만 그들의 열정을 당연시 여기는 고용주의 태도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출판회사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있다.
체계를 바꿀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이러한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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