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테이블라이팅, 일과를 마치고 부엌식탁에 앉아 써 내려간 글

스포츠 / 허상범 기자 / 2019-09-01 00:08:38
계간지 <영향력 11호> 발행 영향력



책 소개


[영향력]은 키친테이블라이팅 계간지이다. '키친테이블라이팅'이란, 전업 작가가 아닌 사람이 일과를 마치고(그 언제라도) 부엌식탁(그 어디라도)에 앉아 써내려간 글을 말한다.


이번 [영향력 11호]는 세 명의 시인이 쓴 시 아홉 편, 여덟 명의 소설가가 쓴 단편소설 두 편 / 초단편소설 두 편 / 장르소설 한 편 / 장편연재소설 두 편, 두 명의 작가가 쓴 산문 두 편, 그리고 [영향력]에 투고로 글을 실어 온 작가들에게 청탁하여 글을 싣는 후반부에는 'Space Oddity'라는 주제로 '나만의 공간'에 대해 풀어낸 세 작가의 시와 산문 3편이 실렸다.


이처럼 다양한 장르의 글로 가득 채워진 [영향력 11호]는 독자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것이다.






[출처: 이후북스]



저자 소개


발행: 영향력


목차



백인경 베니싱트윈 외 2편 - 10


김정애 배우 외 2편 - 16


양수호 교신 외 2편 - 21


단편소설


은미향 눈썹을 만지는 오후 - 30


박영준 소설가가 되고 싶어요 - 50


초단편


김세희 한 사람의 욕조 - 74


함근호 제공된 소외 - 80


이하의파랑 해프닝 - 88


장르소설


송한별 호미 수확철 - 94


산문


장우재 우리, 그리고 우리 - 122


박지니 면접일 - 126


장편소설 연재


이선주 어디선가 커피 냄새가 난다 :: 3화 - 134


박대겸 구원의 궤적 :: 1 - 166



특집 :: Space Oddity


김웅기 같이 살고 싶어 - 204


전물결 외계 증후군을 앓고 있는 젤소미나-F에게 - 206


지우 casa - 028


우리의 영향력 - 214


구독안내 - 217


본문


어느 여름 일요일 오후 낮잠에서 깼을 때 차훈의 얼굴에 풀이 돋아나 있었다. 풀은 오로지 초록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문장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차훈도 그랬다. 차훈의 얼굴 위에 난 풀은 짙은 갈색이었으니까. 그렇다고 우리가 아는 대로 그냥 머리카락이라거나 털이라고 간단히 불러버릴 수 없는, 풀이라고밖에는 부를 말이 없는 그런 것이었다.


풀을 먼저 발견한 건 오후였다. 잠에서 막 깼을 때 눈 위쪽이 무겁고 축축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잠에서 막 깰 때는 으레 그랬기 때문에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얼굴을 맞대고 잠들었던 오후가 눈을 뜨고, 또렷한 시야 속에 차훈의 얼굴을 넣기 전까진 그랬다.


오후가 말했다. 너 얼굴이 왜 그래.


차훈이 눈을 비비며 대답했다. 내 얼굴이 왜.


그때 차훈은 손등으로 드리우는 그늘과 간지러움을 느꼈다. 이게 뭐지. 곧장 욕실로 달려가 거울을 보면서도 차훈은 자기 눈을 의심하고 또 거울을 의심했다. 눈썹 사이사이로 풀이 돋아나 있었다. 할아버지가 아침에 눈 뜨면 가장 먼저 살피러 가던 화단의 풀잎, 대학교 주점에서 장난삼아 파전에 섞어 넣으려고 뜯었던 풀잎, 그런 풀잎 같은 모양과 감촉을 가진 잎들이 눈썹 사이로 일 센티미터쯤, 그보다 조금 더 길기도 한 것 같은 길이로 자라나 있었다.


뽑아 봐. 일어난 자리에서 상체만 일으켜 욕실 쪽으로 돌린 오후가 말했다.


거울로 한참을 들여다보면서도 그게 뽑아야 하는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하염없이 바라만 보았던 차훈은 그제야 손톱으로 풀잎 하나를 잡고 조심스럽게 당겨 보았다.


- 단편소설, 은미향/눈썹을 만지는 오후, 39페이지 중에서 -












[ⓒ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허상범 기자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