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출판사 '책읽는 저녁'에서 출판한 반년간 문학잡지 '비릿'은 한국문학 안에서 그동안 주목 받지 못한 작가를 주제로, 다른 여러 작가가 공동작업한 컴필레이션 앨범 형태의 잡지이다.
'비릿'에서 선정한 1호의 주제작가는 소설가 오선영이다. 그녀는 2017년 12월 첫 소설집 '모두의 내력'을 출간하고, 대학의 시간강사로서,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로서, 소설가로서의 삶을 병행해오고 있다. 그녀의 소설로부터 독자는 한국사회의 메이저리티와 마이너리티를 구분 짓는 여러 가지 척도에 대한 의심을 감지할 수 있다. '비릿'은 인터뷰 트랙을 통해 오선영 소설의 기원과 방향을 묻는다.
'비릿' 창간호에서는 오선영 작가의 인터뷰 트랙 외에 오선영의 소설 혹은 다른 여러 작가들이 주제에 대해 쓴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
'비릿'은 'b'문학이거나 '非'문학에 가까운 것들을 'be'문학으로 이끌 수 있기를, 그리하여 우리 사회에 고착화된 메이저리티와 마이너리티의 경계를 허무는 데 일조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저자 소개
저자: 비릿 편집부
목차
Track 1 Intro
Track 2 Interview
Track 3 강남규, 쓸 수 없었던 이유
Track 4 신아영, 다시 만난 세계
Track 5 이유경, 나는 당신이 보여요
Track 6 배기정, 추천사
Track 7 이라영, 냄새 나는 동물적 육체에서 말하는 정치적 인간으로
Track 8 배수진, 지옥에서 온 페미니스트
Track 9 오길영, 삶의 생기를 다루는 법
Track 10 김진수, 긴 골목길, 망미 1동 944-1 · 1
Track 11 연주, 기일의 밤
Track 12 인아영, 처(處) 없는 생
Track 13 홍승은, 미치지 않으면 안 될 사연 하나
Track 14 한의연, 가족이라는 주제
Track 15 조말선, 소년, 졸음
Track 16 이시성, 소설가를 만나는 방법
Track 17 오선영, 푸른 원피스
Hidden Track 1 이영연, 매체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만든 매체 《쓰레기》
Hidden Track 2
본문
결혼 5년차에 접어들자 주변에서 아이 운운 하는 소리가 더 많아졌다. 남의 말에 이리저리 흔들릴 만큼 줏대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귀를 막을 만한 용기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임신성고혈압, 임신성당뇨, 임신중독증, 소양증··· 텔레비전과 신문에서는 고령출산의 위험도를 마치 말기 암환자의 상태처럼 보도했다. 늦은 임신과 출산이 아기와 산모에게 얼마만큼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는지, 극단적인 사례만을 선별하고 선별해서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런 기사를 읽고 나면 빨리 아이를 낳아야겠단 생각보다는 아이 없이 사는 것이 제일 현명힌 듯 싶었다. 주변 사람들은 남의 사생활에 입 대는 것을 너무 좋아했다. 걱정과 염려라는 이름으로 은근한 악의와 조롱을 내비쳤다. 특히 여자보다 늦게 결혼해서 먼저 아이들을 낳은 친구들의 반응이 제일 독했다.
"애를 낳아봐야 어른이 되지. 나이 더 들면 노산이라 기형아검사, 양수검사도 해야 하고 제왕절개는 필수라니까. 인생선배가 해 주는 덕담이니까 새겨들으라고."
테이블 위에 하얀색 크림소스를 물감처럼 바르고 있는 세 살짜리 아들을 옆에 두고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 Track 17 오선영, 푸른 원피스 중에서 -
[ⓒ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