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2구역서 사상 초유 '밀실 간담회'...SH가 주도한 막장 드라마

건설·교통 / 소민영 기자 / 2022-05-13 21:44:43
시공사 후보 명운 가를 주요 사안에 주민참관 거부 후 밀실논의
의결 없이 SH 논의 확정한 주민대표회의 위원장...”직무상 배임”
위원장 결정, 주민들에겐 불리하고 특정 시공사에만 유리하게
▲ 지난 11일 SH가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주민대표회의 사무실에서 주재한 간담회 현장. 주민들의 간담회 참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주민대표회의 측과 주민들 간 대치 상황이 있었다. 경찰까지 출동해 중재에 나서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사진=주민 제공

 

[소셜밸류=소민영 기자] 공공재개발 1호 사업지 흑석2구역에서 공공 시행자인 SH가 독단적인 행동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시공사 후보들의 명운을 가를 중차대한 사안을 주민 참관도 없이 은밀히 논의한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된다.  

 

간담회에서 논의된 내용이 특정 시공사인 삼성물산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타사에는 불리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주민대표회의 위원장 역시 SH와 함께 삼성물산 밀어주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원장 이 모씨는 이번 간담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필수 의결기구인 주민대표회의 의결조차 거치지 않고 임의로 확정했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주택도시공사(SH·대표 김헌동)는 지난 11일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주민대표회의 사무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시공사 입찰 재공고를 검토했다. 

 

하지만 해당 사실이 알려진 직후 논란이 일었다. 간담회를 주재한 SH가 입찰 참여 당사자인 각 시공사는 물론 주민들의 참관조차 가로막고 비밀리에 간담회를 치렀기 때문이다. 간담회에는 주민대표회의 집행부 일부와 SH 관계자, 서울시 직원 일부만 참석했다. 

 

일부 주민들은 현장을 찾아 간담회 공청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주민들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출동하는 촌극도 빚어졌다. 

 

간담회 다음날인 12일 주민대표회의 위원장 이 모씨가 주민대표회의 의결 없이 재입찰 공고를 내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마찬가지로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다.

 

이 같은 밀실 간담회를 통한 입찰 재공고 결정으로 인해 김헌동 SH 사장의 삼성물산 밀어주기 의혹은 기정사실이 되는 모양새다. 주민들에게 유리한 방향은 신규 입찰임에도 SH가 삼성물산이 요구해온 재입찰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민들은 기존 입찰참여견적서가 주민들에게 불리해 새로운 견적서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재입찰이 아닌 신규 입찰로 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 조합원은 “통상적인 입찰참여견적서는 공사비와 이주비, 특화내용, 분담금 등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는데, 우리 구역의 견적서는 평당 공사비와 이주비 조달 내용만 담겨 있다”며 “주민들이 각 시공사별 제안조건을 비교해 더 나은 업체를 선정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주민들에게는 전혀 좋을 것이 없는 입찰참여자격서를 굳이 유지하려는 SH의 속내는 뻔하다. 삼성물산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려는 것”이라면서 “삼성물산보다 제안조건이 뛰어난 업체가 많은데, 이들이 충분히 어필할 기회를 박탈당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SH가 무리하게 삼성물산을 밀어주고 있다는 지적은 비단 이 때문만이 아니다. 신규 입찰이 아닌 재입찰은 부당하게 경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타사의 입찰을 사실상 차단한 처사여서다.

 

누적 경고가 4회에 달하는 대우건설이 일례다. 재입찰은 신규 입찰과 달리 시공사들이 기존에 받은 경고가 모두 유지된다. 이에 따라 경고를 많이 받은 시공사일수록 재입찰보다는 신규 입찰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경고는 3회 누적 시 입찰 참여자격 박탈 요건이 될 수 있어 입찰을 준비 중인 시공사엔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요소다. 

 

앞서 SH는 편파적인 경고 부여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먼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한 홍보채널 운영을 두고 대우건설에는 경고를 줬지만 삼성물산에 대해서는 일반인 전체에 공개된 채널이라며 경고를 부여하지 않았다. 또 삼성물산이 사업지 내에 홍보현수막을 게재했음에도 현장설명회 이전에 설치했다는 이유로 경고를 부여하지 않았다.  

 

홍보직원이 토지 등 소유자의 영업장을 찾아간 건에 대해서도 법률검토를 하고 있다며 경고를 망설이는 모양새다.

 

▲ SH가 김헌동 사장 명의로 주민대표회의에 발송한 공문 내용 발췌. 대우건설의 입찰참가자격을 박탈하지 않으면 주민대표회의와 맺은 협약을 해지하겠다는 엄포가 담겼다./사진=주민 제공

 

김헌동 SH 사장이 삼성물산의 수의계약을 이끌어내기 위해 주민대표회의를 압박하고 있는 정황도 포착됐다. SH가 김 사장 명의로 주민대표회의에 발송한 공문에서 대우건설의 입찰참가자격을 박탈하지 않을 경우 주민대표회의와 맺은 협약을 해지, 공공재개발 사업지에서 제외시키겠다는 엄포를 했기 때문이다. 

 

입수한 두 건의 공문에 따르면 SH는 "(대우건설에 대한) 입찰참가자격 박탈이 이뤄지지 않고 사업이 진행된다면 주민대표회의와 SH가 맺은 협약의 해지사유가 될 수 있다"며 "흑석2구역은 신규 입찰이 아닌 재공고가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SH는 그동안 시공사 선정 권한이 주민대표회의에 있다고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세 차례 이상 개별홍보 신고를 받아 입찰 자격이 박탈될 수 있는 삼성물산에
산소호흡기를 달아준 것이 SH다. 의도적으로 경고 부여를 미루고, 법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삼성물산은 경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삼성물산과의 수의계약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재입찰 공고로 인해 주민대표회의 집행부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위원장이 의결기구인 주민대표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공고를 올린 것은 직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익명의 한 로펌 관계자는 “위원장의 독단적 결정은 주민들이 고발 등으로 문제를 삼을 경우 얼마든지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며 “위원장이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에 처해질 경우 직을 박탈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 (출처:밀실 간담회 장면/영상=조합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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