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회장 취임 1년...‘AI 전력’ 승부수 띄웠다

K-Biz. / 이국열 기자 / 2026-10-22 16:58:57
힘센엔진 앞세워 미 데이터센터 발전설비 잇단 수주
중공업·마린솔루션·일렉트릭 ‘발전-정비-전력기기’ 밸류체인 구축

[소셜밸류=이국열 기자]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취임 1년을 맞아 ‘발전사업’을 그룹의 새 성장축으로 내세웠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전 세계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조선업에서 쌓은 엔진 기술력과 계열사의 전력 인프라 역량을 한데 모아 데이터센터용 발전설비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 것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산업기계·정유에 이어 발전이 그룹의 4대 핵심사업으로 떠오르면서, 정 회장이 그리는 ‘HD현대 2기’ 포트폴리오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지난해 열린 ‘APEC CEO SUMMIT 퓨처 테크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HD현대 제공

 

◇ 엔진 기술로 전력 시장 공략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는 물론 국가 전력망과 자가발전 설비 수요가 크게 늘면서 발전용 엔진의 쓰임새도 넓어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런 시장 변화에 맞춰 독자 개발한 4행정 중속엔진 브랜드 ‘힘센엔진(HiMSEN)’을 앞세워 데이터센터용 발전설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미국 데이터센터용 발전설비 시장은 AI 서비스 확산과 클라우드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미국 전력연구원(EPRI)은 미국 전체 전력 소비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2030년까지 최대 3배 이상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 미 데이터센터 시장용 수주 잇따라

 

성과는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미국 에너지 기업들과 잇달아 발전설비 공급계약을 맺으며 데이터센터 전력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지난 4월에는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기업 에이페리온에너지그룹(Aperion Energy Group)과 6271억원 규모의 20MW급 힘센엔진 기반 발전설비 공급계약을 맺으며 미국 데이터센터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이 설비는 안정적인 대용량 전력 공급이 필요한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에 쓰일 예정이다.

 

8월에는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기업 코반에너지그룹(Corban Energy Group)과 약 1조원 규모의 9.6MW급 힘센엔진 기반 발전설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 설비는 미국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원으로 활용된다.

 

◇ ‘발전-정비-전력기기’ 그룹 시너지

 

다른 계열사들도 발전 관련 사업을 넓히며 힘을 보태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힘센엔진을 중심으로 HD현대마린솔루션의 유지보수, HD현대일렉트릭의 전력기기 사업을 묶어 전력 인프라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달 초 선박·육상발전용 엔진 서비스 전문기업 골텐스(Goltens)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단기간에 구축하기 어려운 해외 수리 거점과 대규모 전문 기술 인력, 여러 브랜드 엔진을 정비할 수 있는 역량을 한꺼번에 확보하게 돼 핵심 사업인 AM(After Market) 경쟁력이 한층 강해질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힘센엔진 발전설비의 글로벌 공급이 늘면 유지보수와 부품 공급 등 후속 서비스 시장에서도 새 성장 기회를 얻을 수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개별 전력기기를 공급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배전기기를 패키지로 공급하는 체계를 갖췄다. 지난 7월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최대 1조1,212억 원 규모의 장기 공급 기본계약을 맺었다.

 

초대규모(Hyperscale) 데이터센터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품질이 핵심인 만큼, 이번 장기 파트너십으로 북미 전력 시장에서 입지를 더 굳힐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전력 인프라 투자와 데이터센터 증설로 수주가 늘자 HD현대일렉트릭은 연간 수주 목표를 기존 42억2200만달러에서 51억8500만달러로 22.8% 올려 잡았다.

 

◇ 조선·산업기계·정유·발전 4대 축

 

정 회장 체제의 HD현대는 조선·산업기계·정유라는 기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발전을 새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다.

 

엔진 제작(HD현대중공업)부터 유지보수(HD현대마린솔루션), 전력기기 공급(HD현대일렉트릭)까지 그룹 안에서 이어지는 구조를 갖춘 만큼, 데이터센터용 발전설비를 비롯한 전력 인프라 사업이 그룹 포트폴리오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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