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복귀 실패에 비상코드로 진입
EASA, “항상 두 명 이상 조종사 탑승 규정 강화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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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대기 중인 루프트한자 여객기들/사진=연합뉴스 제공 |
[소셜밸류=최연돈 기자] 지난해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 여객기가 약 10분간 조종석에 아무도 없는 상태로 비행한 사실이 최근 뒤늦게 밝혀졌다. 당시 기내에는 승객 199명과 승무원 6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이 사고는 조종사의 건강 문제와 보안 시스템의 한계가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발생했으며, 유럽 항공 당국은 조종석 인원 규정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스페인 항공사고조사위원회(CIAIAC)는 2024년 2월 17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세비야로 향하던 루프트한자 LH1111편(A321 기종) 여객기가 조종사 없이 약 10분간 자동항법장치에 의해 비행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 기장 화장실 간 사이, 부기장 실신…문은 잠기고 응답은 없어
당시 기장이 조종석을 잠시 비운 사이, 부기장이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으면서 조종석은 무인 상태가 됐다. 자동조종 장치 덕분에 항공기는 일정 고도와 속도를 유지하며 비행을 이어갔지만, 조종석 외부에 있던 기장은 보안 코드를 입력해도 문을 열 수 없어 진입에 실패했다.
기내 승무원도 조종석 내 부기장과의 전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응답이 없었다. 납치 상황 등을 대비해 설정된 보안 시스템은 문이 내부에서 수동으로 열리지 않는 한 외부 접근을 제한하는 구조였다.
결국 기장은 비상 접근 코드를 입력했고, 조종석 문이 자동 개방되기 직전 부기장이 의식을 회복해 스스로 문을 열었다. 이후 기장이 조종석에 복귀해 기수를 돌렸고, 항공기는 목적지인 세비야 대신 인근 마드리드 공항으로 우회 착륙했다.
■ 부기장, 발작 진단…이전 신체검사로는 이상 발견 못 해
착륙 직후 병원으로 이송된 부기장은 발작 장애 진단을 받았으며, 이전 항공 신체검사에서는 해당 증상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건강을 회복한 상태다.
스페인 항공당국은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종석 내 항상 두 명 이상의 인원이 배치되어야 한다”고 지적했고, 유럽항공안전청(EASA)은 조종석 보안 규정 강화 여부를 검토 중이다.
■ “조종석 1인 운항의 위험성 드러난 사례”…유럽 안전 규정 재정비 움직임
이번 사건은 최근 항공업계에서 일부 저비용 항공사를 중심으로 시도되는 ‘1인 조종석 운영’ 실험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종사가 건강 이상으로 조종 불능 상태가 될 경우, 2인 조종체계가 갖는 안정성이 재조명되면서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2020년 12월에도 발생한 바 있다. 당시 브리티시항공 여객기가 런던에서 아테네로 향하던 중 부기장이 실신해 취리히 공항에 비상 착륙했으며, 유독가스 노출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항공 전문가들은 “기계 시스템이 아무리 정교해도 결국 마지막 안전 장치는 사람”이라며 “조종사 건강 관리를 강화하고, 응급 상황 대응 매뉴얼을 보다 유연하게 보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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