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이후의 선택…삼성전자, ‘AI 패키징’으로 반도체 승부 다시 건다

전자·IT / 최연돈 기자 / 2026-01-16 15:47:49
충청권 패키징 팹 증설로 전략에 힘 싣는 삼성
HBM 경쟁 이후 파운드리 반전의 열쇠로 떠오른 후공정

[소셜밸류=최연돈 기자]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대를 맞아 후공정, 특히 첨단 패키징 경쟁력을 차세대 반도체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재정렬하고 있다. HBM을 둘러싼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단일 칩 성능을 넘어 시스템 전체를 묶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다.

 

반도체 산업은 오랫동안 미세 공정과 칩 설계를 중심으로 경쟁해 왔지만, AI 확산과 함께 경쟁 구도가 달라지고 있다. GPU와 HBM, 로직 칩을 하나의 고성능 가속기로 구현해야 하는 AI 환경에서는 개별 칩 성능보다 이들을 얼마나 촘촘하고 효율적으로 연결하느냐가 전체 성능과 전력 효율을 좌우한다. 이 과정에서 패키징 기술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삼성전자 로고/이미지=자료

 

이 같은 변화는 실제 투자 움직임에서도 확인된다. SK하이닉스가 지난 13일 충북 청주시에 19조원 규모의 첨단 HBM 후공정 시설을 새로 짓겠다고 밝힌 가운데, 삼성전자 역시 충남 천안시에 패키징 관련 생산 시설을 증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급증하는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반도체 후공정 투자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패키징 팹 증설을 단순한 생산능력 확대가 아닌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HBM 시장에서 주도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메모리 단일 품목 경쟁을 넘어 파운드리와 후공정을 결합한 통합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AI 반도체에서는 메모리와 로직, 패키징 간 최적화 여부가 시스템 성능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삼성 파운드리 전략 역시 이 흐름 속에서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미세 공정과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를 중심으로 기술 경쟁을 펼쳐왔지만, 최근에는 공정 기술에 첨단 패키징을 결합해 고객에게 보다 완성도 높은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확장하고 있다. 이는 2.5D 패키징을 앞세워 AI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한 TSMC의 CoWoS 전략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첨단 패키징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후공정의 위상 변화가 있다. 과거 후공정은 생산의 마무리 단계로 인식됐지만, AI 반도체 시대에는 기술 진입 장벽과 부가가치가 크게 높아졌다. 다수의 칩을 고밀도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신호 지연과 발열, 전력 소모를 동시에 제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패키징 설계에 따라 동일한 칩이라도 실제 성능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충청권에 패키징 투자를 집중하는 점도 주목된다. 수도권 반도체 생산 거점과 비교적 가까운 입지 조건에 더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균형 발전 이슈가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부각된 점 역시 기업들의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충청권이 AI 반도체 후공정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메모리 사업에서 축적한 HBM 기술과 파운드리 공정, 후공정 역량을 결합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개별 공정 경쟁을 넘어 시스템 반도체 전반에서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으로, 장기적으로는 AI 반도체 공급망 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전문가들은 향후 AI 반도체 시장에서 첨단 패키징 역량이 기업 간 격차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 워크로드 특성상 데이터 병목과 전력 효율 문제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만큼, 고급 패키징 기술을 확보한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세 공정 경쟁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삼성전자가 HBM 경쟁 이후 패키징을 전략 전면으로 끌어올리고 실제 투자로 이어가는 점은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을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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