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옹벽 참사, 오산시·현대건설·LH…반복된 붕괴 전조에도 ‘책임 떠넘기기’

사회 / 최연돈 기자 / 2025-07-21 15:30:14
오산 옹벽 참사, 1년 전 경고도 묵살
2018년엔 반대편 옹벽 붕괴로 보강공사 전례
여전히 책임 공방만 벌이는 관계자들에 시민들은 분노
▲오산 가장교차로 고가도로 옹벽 붕괴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최연돈 기자

 

[소셜밸류=최연돈 기자] 경기 오산시에서 발생한 옹벽 붕괴 참사가 ‘명백한 인재’로 규정되는 가운데, 사고의 책임을 둘러싼 오산시·LH(한국토지주택공사)·시공사 현대건설의 무책임한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 주민 신고 묵살한 오산시, "이상 없다" 답변 반복

 

1년 전 주민들의 구체적인 붕괴 우려 신고가 접수됐지만 오산시는 이를 묵살했고, 시공·설계상 문제점을 지적받고 있는 현대건설과 LH는 ‘하자보수 기간 만료’와 ‘기부채납’ 뒤로 숨으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지난 16일, 오산시 가장교차로 고가도로 옹벽 붕괴로 40대 가장이 숨졌다. 그러나 사고 1년 4개월 전부터 시민들은 "옹벽이 불룩하다", "벽에 긁힌 차들이 많다"며 붕괴 위험을 지적했지만, 오산시는 "이상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현장을 직접 확인했다는 시청 관계자들은 지난 4월부터 진행한 안전점검 결과를 핑계로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미 2018년 반대편 옹벽이 붕괴돼 보강공사가 진행됐던 구간임에도 또다시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 LH·현대건설, "우리 책임 아니다" 발 빼기 급급

 

책임 소재를 두고 시행사 LH와 시공사 현대건설도 발을 빼는 분위기다. 해당 옹벽은 LH가 2011년 준공 후 2012년 오산시에 기부채납해 관리 책임이 시로 넘어갔다는 이유에서다. 시공사인 현대건설도 “발주처 LH의 지시에 따라 시공했으며, 하자보수 책임 기간도 지났다”고 주장한다. 골재 사용과 시공 공법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하청업체 소관”이라며 선을 긋는 중이다.

 

◆ 전문가들 "배수 부실이 붕괴 원인"…전조증상 방치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리드 방식 보강토 옹벽에서 핵심인 배수 설계·관리가 부실했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 사고 현장에서는 수년간 이어진 물 자국과 백태 형성, 벽체 변형 등 전형적인 붕괴 전조 증상이 수차례 시민 신고와 온라인 커뮤니티 제보를 통해 공유됐다. 전문가들은 “몇 년 동안 서서히 진행된 사고”라며 인재임을 지적하고 있다.

 

◆ 무능·책임 회피가 부른 총체적 안전 실패

 

이번 참사는 오산시의 무능과 책임 회피, 시공사·발주처의 관리 부실이 복합된 총체적 실패로 평가된다. 2018년 붕괴 사고, 2023년부터 이어진 옹벽 변형, 주민 민원 등 수많은 경고를 무시한 결과가 한 가족의 비극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사고 직후 오산시와 LH, 현대건설은 명확한 책임 규명보다는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권재 오산시장은 “포트홀 보수 공사는 준비 중이었다”며 면피성 발언을 했고, 현대건설은 “하자보수 기간이 끝났다”며 법적 책임만을 따졌다.

 

◆ 안전 불감증이 부른 참사…사과와 재발 방지 시급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행정과 기업들이 최소한의 경각심조차 갖추지 못한 채 ‘책임 떠넘기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 여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사고는 관리 책임자와 시공 주체 모두의 안전 불감증이 부른 참극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이에 오산시와 LH, 현대건설은 지금이라도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과 함께 피해자 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정부와 사법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함께 중대시민재해법 적용 여부에 대한 검토도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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