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과잉 해소 위해 논콩 장려…콩 자급률 38.6%로 상승
풀무원·CJ·대상 정상 생산…상황 장기화엔 10월 차질 가능성
[소셜밸류=한시은 기자] 정부가 쌀 생산 과잉을 줄이기 위해 논콩 재배를 장려한 가운데, 올해 수입콩 공급을 줄이면서 두부업계의 원료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업계는 추석 연휴가 끝난 이후인 다음달부터 수입콩 조달에 어려움이 커져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주 중 가공업계와 농업인단체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수입콩 공급량과 배분 방식 개선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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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사진=연합뉴스 제공 |
박정훈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시장 여건은 충분하다고 보지만 수입콩 가공업체가 3000여개인 점을 고려하면 모든 업체가 만족하기는 어렵다”며 협의체를 통해 정책 조정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전국 6개 지역 연식품협동조합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공용 수입 대두 공급 확대와 수입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협동조합 측은 국내 가공용 대두 업계가 필요로 하는 수입 대두 물량은 연간 최소 25만톤이지만, 올해 정부 공급계획은 22만3899톤에 그쳐 약 2만6100톤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 논콩 재배 장려한 정부…국산콩 재고는 역대 최대
정부는 쌀 생산 과잉에 따라 논 타작물 재배를 장려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공익직불제를 도입했고, 윤석열 정부는 2023년 전략작물직불제를 도입해 논에 벼 대신 콩 등 대체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했다. 콩 재배 직불금은 2024년 헥타르(㏊)당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인상되기도 했다.
정책 시행 이후 콩 재배면적은 2021년 5만4000ha에서 2024년 7만4000ha로 늘었고, 콩 자급률도 같은 기간 23.7%에서 38.6%로 상승했다. 전체 콩 생산량은 2023년 14만1000톤에서 2024년 15만5000톤, 2025년 15만6000톤으로 증가했다.
반면 국내 1인당 연간 콩 소비량은 2015년 8.2㎏에서 2022년도에 7.3㎏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이같은 소비 속도가 생산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정부가 수매·비축하는 물량이 빠르게 늘었다.
농식품부의 국산콩 공공비축 매입량은 2022년 1만8697톤에서 2023년 3만2524톤, 2024년 4만9770톤, 2025년 5만7000톤으로 매년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국산콩 비축재고는 올해 4월 약 12만4000톤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2026년산 콩 공공비축 매입량을 지난해 계획 물량 6만톤의 절반 수준인 3만톤으로 줄일 계획이다.
◇ 국산콩 재고 해소 나선 정부…가공업계는 대체성에 의문
농식품부는 국산콩 재고 해소를 위해 비축콩을 식품업체에 할인 공급하고, 수입콩 도입 물량은 줄인다는 방침이다. 올해 대두(콩) 수입량은 24만9427톤으로, 전년(26만8362톤) 대비 7.1% 감소했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정해진 기본 수입 물량 수준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올해 가공용 식용 대두 공급량이 평년보다 약 3만톤 줄었지만, 국산 비축콩 2만1000톤을 할인 공급하고 정부가 보유한 수입콩 재고 1만3000톤도 추가로 공급해 전체 물량은 평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산 비축콩 공급가격은 ㎏당 1600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이는 ㎏당 1400원 수준인 수입콩 직배가격보다 200원 높은 수준이다.
다만 업계는 국산콩을 할인 공급하더라도 수입콩을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반박한다. 국산콩과 수입콩은 콩알 크기와 단백질 함량 등 가공 특성이 달라 혼용할 경우 제품 품질과 생산 수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정부 “수입콩 부족분 국산콩으로 보완”…업계 “품질·수율에 대체 어려워”
식용대두에 대한 할당관세도 업계가 문제로 지적하는 부분이다. 협동조합에 따르면 착유용 대두는 0% 할당관세가 적용되고 실수요자 단체를 통한 자율적인 직수입이 가능하다. 반면 가공용 대두는 aT가 국영무역으로 수입한 뒤 직배나 공매 방식으로 공급한다.
착유용 대두는 식용유 원료로 쓰이고, 가공용 대두는 두부·두유·된장·간장 등에 사용된다.
특히 가공용 대두는 저율관세할당(TRQ)에 따라 정해진 물량까지는 0~5% 관세로 수입할 수 있지만 이를 넘으면 487% 관세가 적용된다. 관세에 더해 수입이익금도 부과돼 중소 식품업체의 원재료 부담이 커진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TRQ는 일정 물량까지 낮은 관세로 수입을 허용하는 제도다. 할당 물량을 넘으면 높은 관세가 적용되는 만큼 중소업체가 부족분을 추가 수입하기 사실상 어려워진다.
◇ 두부 3사 “현재 차질 없어”…수입콩 부족 장기화엔 우려
대형 식품업체들도 이 같은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현재까지 두부 생산에 큰 차질은 없지만, 수입콩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경우 일부 업체는 다음달부터 생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풀무원은 현재까지 생산 차질이나 제품 공급 문제는 없지만, 정부 정책에 맞춰 수입콩과 국산콩을 혼용해 생산에 대응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이우봉 풀무원 대표는 국산콩이 수입콩보다 가격경쟁력이 낮은 만큼 국산콩과 수입콩의 가격 차이를 줄이고, 국산콩 소비 확대를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CJ제일제당은 두부 생산에 사용하는 원료콩의 국산·수입 비중이 약 4대6이다. 연식품협동조합을 통해 정부 TRQ와 FTA 물량을 공동 조달하고 있지만, 현재 수입콩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기존 수입콩 두부를 생산하던 라인에서 국산콩 두부를 생산하는 등 원료 전환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대상 청정원은 두부 생산에 사용하는 대두의 국산·수입 비중이 약 25대75로, 별도의 직수입 물량 없이 정부가 배정하는 수입 원료를 활용하고 있다. 수급 불안이 이어질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아직까지 정상 생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통업체 자체브랜드(PB) 제품군에서는 이마트가 노브랜드와 5K프라이스 두부 2종에 수입콩을 사용하고 있지만 원료 수급에 따른 생산·판매 영향은 없다는 설명이다. 롯데마트는 수입콩 100%를 사용하는 ‘더 큰두부’ 제품을 파트너사를 통해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어 상품 운영에 특이사항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입콩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 10월부터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며 “협동조합을 통한 업계 공동조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인 만큼 특정 업체에 국한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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