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식 디콕션 매싱에 국내산 흑미 접목해 ‘두 양조 문화의 만남’ 구현
[소셜밸류=소민영 기자] 체코의 오랜 라거 양조 전통과 서울의 크래프트 맥주 문화가 한 잔의 맥주에서 만났다. 체코 정통 라거 브랜드 부드바르(Budvar)와 서울브루어리가 손잡고 체코 전통 양조법에 한국산 흑미를 접목한 ‘서울 메이트 체코 다크 라거(Seoul Mates, 이하 서울 메이트)’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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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드바르와 서울브루어리가 '서울 메이트'를 7일 첫선을 보였다./사진=서울브루어리 제공 |
7일 오전 서울브루어리 성수점에서 ‘서울 메이트’를 처음 선보이는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부드바르 글로벌 앰버서더 라딤 자노벡(Radim Zvanovec)과 서울브루어리 이수용 대표가 참석해 제품과 협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협업은 부드바르가 세계 각국의 로컬 브루어리와 진행해온 파트너십 프로그램의 첫 아시아 프로젝트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체코 라거의 전통을 그대로 복제하기보다 서울브루어리의 양조 기술과 한국의 식재료를 결합해 새로운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현장에서 만난 이수용 서울브루어리 대표는 이번 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으로 ‘두 문화의 진정한 결합’을 꼽았다.
이 대표는 “부드바르의 헤리티지를 서울이라는 도시 한복판의 양조장에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며 “이 모든 것을 맥주 한 잔의 진정성으로 담아 소비자에게 전달했을 때 정말 체코와 한국이 만나 소울메이트가 됐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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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서울부르어리 성수점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이수용 서울브루어리 대표(왼쪽)와 라딤 자노벡 부드바르 글로벌 앰버서더가 인사하고 있는 모습/사진=소민영 기자 |
◇ 체코의 디콕션과 한국의 흑미가 한 잔에
서울 메이트는 알코올 도수 4.7%의 체코 스타일 다크 라거다. 핵심은 부드바르의 효모와 체코 전통 ‘디콕션 매싱(Decoction Mashing)’ 방식에 국내산 흑미를 결합했다는 점이다.
디콕션 매싱은 당화 과정에서 맥아 일부를 별도로 덜어 끓인 뒤 다시 섞는 과정을 거치는 전통적인 체코 라거 양조 방식이다. 일반적인 당화 방식보다 공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맥아에서 비스킷과 토스트, 빵 껍질 등을 연상시키는 깊고 고소한 풍미를 끌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서울 메이트는 전통적인 디콕션 공정을 통해 부드럽고 깔끔하면서도 깊이 있는 몰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며 “단순히 흑미를 더한 라거가 아니라 부드바르의 전통적인 양조 기술과 한국의 쌀 문화, 서울브루어리의 레시피가 만나 탄생한 새로운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산 흑미는 서울 메이트에 ‘한국적인 맛’을 부여하는 핵심 재료다. 맥아가 만드는 진한 몰트 풍미에 쌀 특유의 은은하고 고소한 맛을 더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거칠 수 있는 몰트의 질감을 부드럽게 보완한다.
다만 흑미를 맥주에 적용하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았다. 흑미는 백미보다 단단해 별도의 분쇄 과정이 필요했고, 맥주 양조에 투입하기 전 장시간 끓이는 작업도 거쳐야 했다. 여기에 다시 디콕션 공정을 적용하면서 제조 과정의 난도가 높아졌다.
부드바르 측에서도 한국의 쌀을 활용한 양조 방식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라딤 자노벡은 “유럽에서는 쌀을 끓여 맥주를 만드는 방식을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아 우리에게도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었다”며 “서울브루어리가 가진 전문성을 활용해 어려운 과정을 함께 풀어나갔고, 우리 역시 이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부드바르는 체코 유일의 국영 브루어리에서 생산되는 정통 체코 라거 브랜드다. 지하 300m 빙하기 대수층의 물과 사츠 홉, 모라비아산 맥아 등을 사용하며 최장 90일간 저온 숙성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자노벡은 “부드바르에게 맥주는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체코의 양조 문화와 전통을 이어가는 일”이라며 “좋은 원료를 사용하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맥주를 만들며 무엇보다 맛의 균형과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부드바르는 이 같은 전통을 세계 각 지역의 문화와 연결하는 글로벌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로컬 브루어리에 체코 스타일 라거에 대한 전문성을 공유하고, 파트너 브루어리는 현지의 식문화와 재료를 활용해 새로운 맥주로 재해석하는 방식이다. 서울브루어리는 이 프로그램의 첫 아시아 파트너가 됐다.
서울브루어리 역시 ‘서울’이라는 도시의 에너지와 한국의 식문화를 맥주에 담는 것을 지향한다. 합정에서 출발해 성수에 수직형 양조장을 구축했으며, 국내산 곡물과 제철 과일, 허브 등을 활용해 한국적인 크래프트 맥주를 개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부드바르와의 관계에 대해 “여러 페스티벌에서 계속 만나면서 서울브루어리 팀이 부드바르의 맥주를 좋아하게 됐고, 부드바르 팀 역시 저희 맥주를 좋아해 줬다”며 “자연스럽게 맥주의 ‘소울메이트’가 됐고, 거기에서 ‘서울 메이트’라는 이름이 탄생했다”고 소개했다.
◇ 체코식으로 직접 따른 ‘서울 메이트’…“거품도 맥주의 일부”
공식 일정이 끝난 뒤에는 라딤 자노벡이 직접 서울 메이트 생맥주를 따르는 시연도 진행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거품도 맥주의 일부’라는 체코식 탭핑 문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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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딤 자노벡이 시연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소민영 기자 |
자노벡은 맥주를 따르는 방식에 따라 드라이폼과 웻폼 등을 만들어 내며, 같은 맥주라도 따르는 방법에 따라 맛과 질감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는 시연 과정에서 “거품 또한 맥주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 20만캔 생산…아시아 넘어 체코 현지에도 선보인다
서울 메이트는 500ml 캔과 생맥주 두 가지 형태로 출시된다. 캔 제품은 전국 CU와 주요 대형마트 등을 통해 판매하고, 생맥주는 서울브루어리를 비롯한 수도권 주요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초도 생산 물량은 약 20만캔 규모다. 서울브루어리에서는 6000리터 탱크를 활용해 생맥주를 생산했으며, 캔 제품은 대량 유통을 위해 서울브루어리와 동일 계열 설비를 갖춘 외부 생산시설을 활용했다.
이 대표는 판매 목표보다 이번 프로젝트 자체의 의미에 무게를 뒀다. 그는 “콜라보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며 “한국적인 재료와 체코의 양조 방식으로 두 문화가 만난 맥주가 실제 한국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고 말했다.
서울 메이트는 국내에 머물지 않고 해외 무대에도 나선다. 서울브루어리는 베이징에서 열리는 크래프트 비어 페스티벌을 통해 제품을 소개하고, 이후 체코 프라하에서 열리는 ‘윈터 어페어(Winter Affair)’ 크래프트 비어 페스티벌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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