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차량 R&D 디지털 전환 속도…SDV 시대 대응력 강화

K-Mobility / 최연돈 기자 / 2026-07-02 14:36:16
가상 검증·데이터 측정·3D 프린팅·제어기 자동검증 확대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아우른 미래 모빌리티 개발체계 강화

[소셜밸류=최연돈 기자] 현대차·기아가 차량 연구개발 전 과정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남양기술연구소에서 가상 검증과 데이터 기반 품질 관리, 적층 제조, 제어기 자동 검증 등 연구개발(R&D) 디지털 전환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SDV는 차량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구조를 뜻한다.

 

차량은 전동화와 자율주행, 커넥티드 기술 발전으로 전기·전자 아키텍처와 소프트웨어 구조가 복잡해지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이런 변화에 맞춰 실물 차량을 제작하기 전 가상공간에서 성능을 검증하고, 데이터로 품질을 예측하며, 설계 데이터만으로 부품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개발 체계를 바꾸고 있다.

 

▲드라이빙 시뮬레이터의 외관/사진=현대차·기아 제공

 

◇ 가상공간서 주행 성능 검증

 

현대차·기아는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실제 도로와 차량을 가상으로 구현하고 주행 성능을 평가하고 있다. 시작차를 제작하기 전 차량의 성능 변화를 예측하고 평가해 개발 속도와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는 6자유도(6DOF) 모션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전후, 좌우, 상하의 직선 운동과 롤(Roll), 피치(Pitch), 요(Yaw)의 회전 운동이 복합적으로 구현되며 실제 차량의 성능 육성과 검증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거동을 정밀하게 재현한다. 270도 곡면 스크린에는 30도씩 영역을 분담하는 4K 해상도와 240Hz 고주사율을 지원하는 프로젝터 9개가 적용됐다.

 

콕핏에는 스티어링 휠과 시트, 페달, 내부 트림 등 양산 부품을 적용해 실제 차량과 유사한 조작감을 구현했다.

 

현대차그룹은 남양기술연구소 주행시험장을 1㎜ 단위로 정밀 스캔해 노면 경사와 요철, 과속방지턱, 아스팔트 질감 등을 가상공간에 반영했다. 가상 차량이 주행하는 위치 주변의 데이터만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지형 서버 방식도 적용했다.

 

이 시뮬레이터는 양산차 개발뿐 아니라 현대 N, 제네시스 마그마 등 고성능차 개발에도 활용된다. 노면에서 전달되는 최대 40Hz의 미세 진동까지 재현할 수 있어 다양한 주행 조건과 부품 세팅을 시험할 수 있다.

 

▲광학식 3D 스캐너로 수치 측정을 하는 모습/사진=현대차·기아 제공

 

◇ 치수 품질 데이터로 관리

 

디지털 측정 센터(DMC, Digital Measuring Center)는 차량의 치수 품질을 측정하고 분석하는 역할을 한다. 외관 틈새와 단차, 소음, 누수 등 고객 체감 품질과 관련된 요소를 데이터로 관리하는 조직이다.

 

DMC는 외관 품질, 소음·진동·승차감(NVH), 수밀, 기능 및 조립성 등 4대 검증 항목을 중심으로 차량 치수를 관리한다. 바디 스트럭처 측정에는 3차원 측정장비 CMM(Coordinate Measuring Machine)이 활용되며, CMM이 차 한 대당 측정 포인트는 약 1000개에 이른다.

 

측정 체계는 약 600개 평가 항목으로 구성된다. 현대차·기아는 이를 양산 공장에도 이관해 동일한 기준의 품질 관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후드와 도어, 테일게이트 등 무빙 부품은 광학식 3D 스캐너로 측정한다. 자율주행 운반 로봇으로 측정물을 이송하고, 로봇 암에 장착한 3D 스캐너가 형상을 자동 측정해 작업자의 개입을 줄였다.

 

완성차 단계에서는 바디, 무빙, 장착, 의장 부품 등 단계별 측정 데이터를 바탕으로 문제 발생 지점을 추적한다. 

 

▲WAAM 장비가 금속을 적층하는 모습/사진=현대차·기아 제공

 

◇ 금형 없이 부품 제작

 

적층 제조 솔루션 센터(AMSC)는 설계 데이터만으로 부품을 제작하는 3D 프린팅 기반 제조 거점이다. 금형 없이 재료를 한 층씩 쌓아 다양한 형상의 부품을 제작할 수 있다.

 

AMSC는 설계부터 출력, 후처리, 검사까지 적층 제조 기술 전 과정을 연구한다. 현대차그룹이 1996년 최초의 3D 프린터를 도입한 이후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그룹사 간 연계 비즈니스도 지원하고 있다.

 

센터에는 액상 레진을 자외선으로 경화시키는 폴리머 광중합 설비와 금속 와이어를 녹여 쌓는 WAAM(Wire Arc Additive Manufacturing) 설비 등이 마련됐다. WAAM 방식은 강, 스테인리스, 알루미늄, 티타늄 등 다양한 금속을 활용할 수 있고 대형 구조물이나 일체형 부품 제작에도 적용할 수 있다.

 

금속 분말을 레이저로 녹여 쌓는 금속 분말 용융 설비와 플라스틱 분말을 활용하는 폴리머 분말소결 설비도 운영된다. 출력된 부품은 3차원 측정과 인장강도, 굽힘강성, 충격 평가 등을 거쳐 실제 사용 가능 여부를 검증한다.

 

현대차·기아는 적층 제조 기술을 헤리티지 차량 복원, 모터스포츠용 경량 부품, 단종 모델의 애프터서비스(AS) 부품 공급 등에 활용하고 있다. 현대모터스포츠법인과 협업해 안티 롤 바 블레이드, 댐퍼 브래킷, 브레이크 덕트 레일 등 고강성 경량 부품도 제작했다.

 

▲와이어카를 활용해 차량 기능과 제어기 검증을 하는 연구원의 모습/사진=현대차·기아 제공

 

◇ 실차 이전 제어기 검증

 

노바 랩(NOVA Lab)은 차세대 개방형 제어기 검증실이다. 완성차를 제작하기 전 차량 전체의 전기·전자 시스템을 실물 하드웨어로 연결한 와이어카를 통해 기능과 통신, 진단을 검증한다.

 

대형 차종의 경우 연결되는 제어기와 전장 부품은 300~500개, 와이어링 커넥터는 약 500개에 달한다. 노바 랩은 시험차 제작 전 단계에서 제어기 간 통신 상태와 기능 작동, 진단 오류 등을 사전에 확인한다.

 

검증은 회로, 통신, 기능, 진단 등 4개 항목을 중심으로 자동 진행된다. 통합 전원 장치를 활용해 저전압과 과전압 등 가혹 조건을 모사하고, 공조와 램프, 시트 등 주요 기능도 시나리오별로 검증한다.

 

노바 랩은 실차와 유사한 주행 조건을 구현하기 위해 차량 구동 부하 장치와 이동식 소형 다이나모미터도 도입했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시뮬레이터를 통해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후측방 충돌 경고, 차로 유지 보조, 전방 충돌 방지 보조 등 첨단 운전자보조 기능도 시험한다.

 

SDV 전환에 따라 차량 제어기는 고성능 컴퓨터 기반의 존 제어 구조로 통합되고 있다. 전원 체계는 12V에서 48V로, 통신은 차량내부통신망(CAN)에서 고속 이더넷 중심으로 바뀌고 있어 사전 검증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노바 랩을 그룹사와 협력사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오픈형 플랫폼으로 운영하고 있다. 신차 한 대를 개발하는 동안 와이어카 단계에서 평균 150~200건의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기아는 남양기술연구소의 디지털 기반 R&D 기술을 통해 차량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품질 완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가상 검증, 데이터 측정, 적층 제조, 제어기 자동 검증을 결합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경쟁력을 함께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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