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삼성화재 편입, 금융지주사 전환 정지작업 시나리오 부상
▲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삼성바이오로직스 건물/사진=연합뉴스 자료/최성호기자 |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분할 발표를 계기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가 시장의 주요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축 중 하나인 삼성생명이 이재용 회장의 지배력 강화 전략에 있어 중대한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이재용 회장 → ▲삼성물산 → ▲삼성생명 → ▲삼성전자 순으로 연결된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직접 지분율은 불과 1.65%에 불과하지만, 삼성물산을 통해 간접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을 통해 신설되는 ‘삼성에피스홀딩스’ 지분을 삼성물산이 활용할 경우, 삼성전자 지분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8.5%)이 핵심 자산으로 부각되고 있다.
◆보험업법 개정 통과 시, 삼성전자 지분 최대 19조 원어치 매각 가능성
현재 국회에는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를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바꾸는 보험업법 개정안(일명 ‘삼성생명법’)이 계류 중이다.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시가 기준으로 삼성전자 보유 지분을 자산의 3% 이하로 줄여야 하며, 약 19조 원 규모의 매각이 필요해진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 인적분할로 확보한 유동자산을 활용해 삼성생명으로부터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하는 시나리오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이는 이재용 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확대, 동시에 법적 규제 대응, 지배구조 단순화라는 세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삼성화재 자회사 편입, 금융지주사 전환 정지작업 해석도
또 다른 주목 포인트는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자회사 편입이다. 보험업법상 보험회사는 자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의 지분을 15% 이상 보유할 수 없기 때문에 삼성화재의 자사주 소각으로 지분율이 15%를 초과하자 삼성생명이 자회사 편입을 선택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삼성생명이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등 주요 금융 계열사를 이미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지주사 전환을 염두에 둔 정지작업으로 해석되며 ‘비금융-금융 이원 분리 구조’ 구축을 위한 장기 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도와 시장 사이, 배당 기대감도 한몫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와 법 개정 논의가 맞물리며, 삼성생명 주가는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 종가 8만8,200원이던 주가는 27일 기준 9만2,000원까지 상승했고, 장중 9만7,500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이는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생명의 대규모 유동성 확보 → 배당 확대 가능성으로 연결된다는 기대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 “지금은 예열 단계, 법 통과 여부가 향후 수순 가를 것”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지배구조 개편이 당장 실행 국면으로 들어갔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한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지 여부, 그리고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의 입법 가능성이 변수로 작용한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삼성그룹이 내부적으로 시나리오별 ‘준비 모드’에 들어섰고, 지분구조 재정비를 위한 퍼즐을 하나씩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법 개정과 함께 대선 이후 삼성전자 지분 매각 이슈가 재점화될 수 있으며, 지배구조 재편과 배당정책이 동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의 다음 수, 정치와 입법이 변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분할은 단순한 사업 구조 조정이 아니라,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개편 전략에서 매우 상징적인 조치로 해석된다. 삼성생명은 그 구조 속에서 핵심적 고리를 차지하고 있다.
법 개정의 유무에 따라 그룹 전체의 전략이 달라질 수 있는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놓여 있다. 한국 재계와 금융시장 모두, 삼성의 다음 수와 국회의 입법 레이더를 동시에 주시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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