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반도체 공장/사진=연합뉴스 자료/최성호기자 |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흐름이 3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다. 인공지능(AI) 수요 폭증이 설비투자를 견인하고 있으며, 특히 AI 전용 고성능 반도체 생산을 강화하려는 주요 기업들의 전략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산하 닛케이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 10개사의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설비투자 총액은 1,350억 달러(약 187조1천억원)로 전년 대비 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2022년 이후 처음으로 나타난 증가세다.
이번 조사에서 TSMC, 마이크론, SK하이닉스, SMIC 등 6개 기업이 전년 대비 투자 확대에 나섰으며, 반면 삼성전자와 인텔 등은 보수적 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회복 이끄는 건 AI…“메모리보다 파운드리가 더 공격적”
투자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AI 반도체 수요의 폭발적 성장이다. 특히 파운드리 분야의 선두주자인 TSMC는 올해 최대 420억 달러(약 58조2천억원)를 투자할 계획으로, 이는 전년 대비 약 30% 증가한 수치다. 일본 구마모토 제2공장 착공, 미국 애리조나 공장 확장, 독일 드레스덴 공장 건설 등 글로벌 다지역 생산 거점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전년 대비 70% 증가한 140억 달러(약 19조4천억원)를 투입해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능력 확장에 나선다. 이는 AI 학습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전략적 대응이다.
SK하이닉스 역시 AI 반도체 핵심인 HBM에서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 3년 만에 투자 규모를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세부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작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美 텍사스 공장 집중…국내 투자는 축소 조짐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신공장에 대한 투자는 늘리는 반면, 메모리 시장 침체 여파로 국내 투자 규모는 다소 축소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닛케이는 삼성전자의 연간 전체 투자액이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메모리 부문에서의 실적 개선이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과,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택적 집중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TSMC에 비해 파운드리 매출 비중이 낮은 편으로, 미국 시장에서의 고객사 확대와 수율 개선이 중장기 과제가 되고 있다.
인텔은 투자 감축…“6분기 연속 적자 여파”
미국의 인텔은 180억 달러(약 24조9천억원) 규모의 투자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작년보다 약 30% 감소한 수준으로,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재무 부담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최근 AI 반도체 경쟁에서 후발주자로 밀리며, 엔비디아·AMD·TSMC 등에 기술 주도권을 내준 상태다.
AI가 이끄는 반도체 시장…스마트폰 의존 벗어나는 업계
AI 중심 반도체 수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산업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중장기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AMD에 따르면 AI 반도체 시장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세 배 이상 성장해 5,000억 달러(약 691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기존 반도체 수요를 이끌던 스마트폰 시장은 2025년 이후 연간 성장률이 한 자릿수 초반에 머물 것이라는 분석이 딜로이트컨설팅 등에서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설비투자는 메모리나 모바일 수요에 따라 움직였지만, 이제는 AI 데이터센터와 연산용 반도체가 투자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축이 되고 있다”며 “AI 전용 반도체 기술력 확보 여부가 향후 글로벌 점유율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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