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경남 창원시 현대로템 창원공장에서 열린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A 출고식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이덕형 기자 |
[소셜밸류=이덕형 기자] 현대로템의 고속철도 수주 논란은 단순한 기업윤리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 공공기관, 민간대기업이 얽힌 ‘전관 유착 구조’를 제어할 수 있는 입법적 장치가 부재하다는 국가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사후 감시도, 사전 예방도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국책사업은 고위 관료들의 ‘퇴직 후 낙하산 착륙지’로 전락하고 있다.
◇퇴직 3개월 만에 ‘자문역’?
국민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로템이 채용한 코레일 출신 1급 간부들 다섯 명은 대부분 퇴직 2~4개월 내 자문역으로 영입됐다. 이들은 EMU-320 입찰의 기술 기준 설정, 평가 체계 설계 등에 실질적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다.
형식은 법적 하자가 없다. 하지만 실질은 ‘공공정보의 사적 유출’, ‘경쟁 왜곡’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야기한다. 문제는 △ 공공정보를 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위치 △ 경쟁사 대비 입찰 기준에 대한 정보 비대칭 △ 공정성을 위협하는 유착 관계 형성 가능성 등 모든 것이 현재 공직자윤리법의 범위 밖에 있다.
◇공직자윤리법, ‘1급 이상’만 규제… 나머지는 무풍지대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1급 이상 퇴직 공무원에 대해 퇴직 후 3년간 취업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2급 이하, 실무 핵심 간부들에 대한 취업 제한은 없다. 게다가 ‘자문역’이라는 비상근·무기한 계약 형태는 감시 대상에서도 빠져 있다.
이로 인해 ‘입찰 정보를 설계한 이가 퇴직 후 곧바로 낙찰 기업에 들어가는’ 구조가 아무런 제재 없이 반복되고 있다.
◇해외 사례는? “입찰 참여 제한 + 정보접근 차단”이 원칙
미국 연방정부 계약법(FAR)은 고위직 퇴직자의 경우 퇴직 후 1년간 관련 기업에 직무 수행 불가 원칙을 명문화하고 있다. EU 공공조달지침은 입찰 평가에 참여한 인물이 퇴직할 경우, 입찰기업 취업 시 평가 무효화 규정을 두고 있다.
대한민국은 ‘퇴직 이후 일어나는 일은 기업 자율’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공공성과 공정성 모두를 기업의 ‘자정 능력’에 맡기고 있는 셈이다. 현대로템의 경우 80% 이상의 사장을 잠식하고 있는 기업의 반독점 체제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무엇보다 독점 구조를 앞세운 기업이 제도적 빈틈을 파고 들며 전관 낙하산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으며 그들의 경력을 앞세워 입찰을 독식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감시보다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새롭게 출범하는 이재명 정부에서는 이력 강력하게 규제하는 대안과 대책이 요구된다.
[ⓒ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