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배 현대로템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K-방산수출 지원을 위한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이덕형 기자 |
[소셜밸류=이덕형 기자] 대한민국 고속철도 차량의 핵심 기술 공급을 둘러싼 국책사업이, 기술과 경쟁의 장이 아니라 ‘전관과 독점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1조7,960억원 규모의 EMU-320 고속차량 사업에서 드러난 현대로템의 전관 채용 논란은 단순한 일탈이 아니다.
국책사업 전반에 걸친 ‘낙하산-독점-묵인’의 3중 구조가 공공시스템 전반을 마비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경고한다.
◇협상계약제도, 공정한가? 구조 자체가 기울었다
문제의 핵심은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이다. 입찰 참가업체가 제출한 제안서에 대해 기술 평가와 가격 평가를 동시에 진행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이 방식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 심사위원단의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크며, 이로 인해 “심사 기준을 설계한 이가 누군지를 아는 기업이 유리하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실제 이번 입찰에서도 기술평가 배점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전직 코레일 기술본부 간부들이 자문으로 포진된 현대로템이 이를 싹쓸이했다. 결과적으로 ‘경쟁’은 있었지만, ‘결과’는 예고된 것이었다.
◇ “공정 경쟁” 외친 정부, 낙하산은 방치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수차례에 걸쳐 “불공정 하도급 개선”, “공정경제 구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 조달과 입찰 구조 안에서 벌어지는 ‘정실 낙하산 구조’에는 침묵하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은 1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퇴직 후 취업 제한만을 규정하고 있으며, 실제 현대로템이 채용한 코레일 출신 간부들 대부분은 이 규정에서 벗어나 있다.
그러나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이는 ‘위법은 아니지만 명백한 불공정’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 독점 구조는 기술혁신을 막고, 혈세를 낭비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독점의 고착화다. 현대로템은 이미 국내 철도차량 납품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게다가 기술 사양 기준조차 자사 플랫폼에 유리하게 설계되는 구조에서 후발 중소기업이나 외부 기술기업은 아예 시장에 접근조차 어렵다.
한 중소 신호장비 기업 관계자는 본지에 “외산 기술을 쓰면 기술점수가 떨어지고, 로템 계열 솔루션만 기술적 기준에 부합하도록 설계돼 있다”며 “결국 ‘한 곳을 위한 규격’이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셈”이라고 일갈했다.
◇ 조달시스템 신뢰 무너지면, 국익도 무너진다
고속열차 사업은 단순한 철도 사업이 아니다. 이는 국가 교통망과 수출 산업, 그리고 국민 세금이 총동원되는 국가 전략사업이다.
그렇기에 더욱더 △공정성△기술력△경쟁 원칙 등이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 드러난 모습은, “제안보다 인맥, 실적보다 전화번호”가 더 중요한 구조로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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