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물가 안정 기조 속 농식품부 주요 라면업체 4사 소집
업계 “밀가루 원가 비중 10%대…팜유·물류비 부담 여전”
[소셜밸류=한시은 기자] 정부가 가공식품 물가 안정에 고삐를 죄면서 라면 가격 인하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한 가운데, 제분업계의 밀가루 출고가 인하 흐름과 맞물려 주원료로 소맥분(밀가루) 사용하는 라면 역시 가격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만 라면업계는 라면 제조 원가에서 밀가루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10% 수준에 불과해 밀가루 가격 인하 만으로 제품 가격을 낮추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팜유 등 유지류 가격 상승과 환율·유가 등 대외 변수 영향으로 원가 부담이 이어지면서 인하 요인이 상당 부분 상쇄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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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소비자가 마트에서 라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오후 농심·삼양식품·오뚜기·팔도 등 주요 라면업체를 소집해 가공식품 물가 관련 회의를 연다. 정부의 민생 물가 안정 기조에 따른 가격 인하 협조 요청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밀가루 가격 담합 의혹과 관련해 CJ제일제당과 대한제분 등 7개 제분사에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밀가루 출고가가 약 5% 안팎 인하됐다. 이후 상미당홀딩스(옛 SPC)의 파리바게뜨와 CJ푸드빌의 뚜레쥬르 등 주요 제빵 브랜드도 일부 베이커리 제품 가격을 낮췄다.
이에 밀가루를 대량 사용하는 라면·제과 업계 역시 가격 인하에 동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23년 6월 추경호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제 밀 가격 하락을 언급하며 라면 가격 인하 필요성을 제기하자 같은해 7월 농심·오뚜기·삼양식품·팔도 등 주요 라면업체가 제품 가격을 인하한 바 있다. 다만 지난해 삼양식품을 제외한 3사는 라면 출고가를 4~7.5% 재인상했다.
◇ 밀가루 제외 원가 90%…라면값 인하 쉽지 않아
라면업계는 밀가루 가격 인하 만으로 제품 가격을 조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라면 제조 원가는 밀가루뿐 아니라 팜유, 스프 원료, 포장재, 물류비, 인건비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는 만큼 단일 품목 가격 변화가 최종 제품 원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한 라면업계 관계자는 “밀가루 가격은 라면 가격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로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며 “밀가루를 제외한 요인이 전체 원가의 약 9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거시경제 물가 상승으로 기타 원재료 가격과 경영 비용이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고 환율 변동성까지 확대되면서 원가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오뚜기는 가격 인하 여부를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과 삼양식품, 팔도 등은 신중한 입장이다.
농심은 원자재 가격 변동과 국제 유가, 환율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고 전했다. 삼양식품 역시 “제조 원가는 여러 요인으로 구성돼 있어 밀가루 가격 인하만으로 라면 가격을 낮추기 어렵다. 현재는 가격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오뚜기는 “밀가루는 자사 라면 제조 원가에서 약 15~17% 수준에 불과하지만 시장 분위기와 상황에 따라 다른 인하 요인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며 “국내 제분사 밀가루 가격 인하가 원가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팔도는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공감한다”며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심에서 공시한 소맥 가격은 하락세인 반면 튀김유로 사용되는 팜유 가격은 상승세다. 수입 소맥 가격은 2023년 톤당 236달러에서 2024년 210달러, 2025년 상반기 200달러로 낮아졌고, 팜유 가격은 같은 기간 톤당 876달러에서 962달러, 1033달러로 상승했다.
삼양식품의 유지 가격도 2023년 ㎏당 1491원에서 2024년 1543원으로 오른 데 이어 지난해 상반기에는 1839원까지 상승했다. 오뚜기 역시 2023년 톤당 871달러에서 2024년 906달러로 오른 뒤 2025년 상반기에는 1098달러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팜유 가격이 수급 상황과 국제 원자재 가격, 유가, 글로벌 경기 흐름 등에 영향을 받는 만큼 단기간에 안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기후 변수와 지정학적 갈등, 미국의 관세 정책 등 대외 요인이 겹치면서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라면 한 개가 2000원 한다는데, 진짜냐”며 가공식품 물가 가운데 라면 가격을 직접 언급한 바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현재 전국 판매점(대형마트·백화점·기업형 슈퍼) 기준 라면 5개입 평균 가격은 삼양식품 ‘삼양라면’ 4102원, 농심 ‘신라면’ 4572원, 오뚜기 ‘진라면 매운맛’ 4269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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