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정원철 상무(왼쪽부터), 구자흠 부사장, 강상범 상무가 화성캠퍼스 3나노 양산라인에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자료/최성호기자 |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시스템반도체 패권을 향한 전쟁이 본격화됐다.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에서 반전을 꾀하며 대만의 TSMC를 따라잡겠다는 계획이지만, 시장은 여전히 삼성의 기술적 완성도와 수율, 고객 신뢰도 측면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기술력 하나만으로는 부족한 시대. ‘설계·수율·생태계’ 3박자를 모두 갖춘 기업이 최종 승자가 될 전망이다.
◇ ‘2나노’가 뭐길래?…AI 전쟁의 진짜 심장
2나노(nm) 공정은 반도체 회로의 최소 폭을 의미한다. 공정이 미세할수록 같은 면적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할 수 있어, 전력 효율과 연산 속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특히 2나노는 AI 반도체·스마트폰·고성능 서버 칩 등 미래 디지털 시장을 선점할 핵심 인프라로 평가된다.
TSMC는 오는 하반기 2나노 공정을 양산할 예정이며, 이미 애플, 엔비디아, 퀄컴 등의 주문을 확보한 상태다. 반면 삼성전자는 2025년 말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구체적인 고객 수주 성과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 TSMC, 기술보다 강한 ‘고객 장악력’
TSMC가 무서운 건 단순한 기술 때문이 아니다. 이미 글로벌 팹리스 기업들과 수십 년간 쌓아온 고객 네트워크와 생태계를 기반으로, 신기술이 개발되기 무섭게 실제 수주로 연결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 거의 모든 핵심 칩을 TSMC에서 위탁생산하고 있으며, 이는 수조 원 단위의 안정적 매출로 이어진다. 엔비디아 역시 H100·B100 등 AI 칩 생산에서 TSMC의 패키징·테스트 역량에 의존하고 있다. 삼성은 이 같은 ‘고객 락인 구조’를 아직 갖추지 못했다.
◇ 삼성의 약점은 ‘수율’과 ‘검증’
삼성전자는 기술 개발에서는 결코 뒤처지지 않았다. 2019년 3나노 GAA 공정을 세계 최초로 발표했으며, 현재 2나노 양산을 위한 공정 개발도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 문제는 수율이다.
삼성은 3나노 초기 생산 과정에서 수율 문제로 고객 신뢰에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이후 개선이 이뤄졌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삼성은 기술은 있지만, 안정적 생산이 어렵다”는 시선이 강하다.
게다가 팹리스 기업들은 칩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오류나 패턴 결함을 감지하기 위해 검증·디자인키트·IP 생태계를 중시하는데, 이 역시 TSMC가 삼성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 ‘가격 경쟁력’이라는 양날의 검
삼성은 최근 고객 확보를 위해 TSMC 대비 저렴한 생산 단가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는 “반도체는 ‘가격’보다 ‘신뢰’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가가 낮아도 수율이 낮거나, 칩에 문제가 생기면 고객사의 전체 제품 출하가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TSMC가 단가를 올리면서도 고객을 놓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돈보다 일정, 일정보다 품질”이 반도체 업계의 절대 원칙이라는 것이다.
삼성의 반격 조건은 무엇인가 삼성이 TSMC와의 2나노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다음 세 가지를 확보해야 한다.
△수율 안정성 확보=기술 개발이 아닌 실제 양산 환경에서 90% 이상의 수율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고객사 설계 변경 없는 ‘플러그 앤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신뢰를 의미한다.
△디자인 생태계 강화=삼성은 미국, 국내 팹리스들과 협업을 강화해 EDA 툴, 설계IP, SDK를 제공하는 방식의 생태계 구성이 시급하다.
△고객사 유치·공개 계약 확보=불확실성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2나노 고객사 계약 명단을 공개하거나, 최소한 테스트 협의 내용이라도 명시적으로 언급해야 한다.
◇기술보다 무서운 건 신뢰다
2나노는 단순한 ‘공정 경쟁’이 아니다. 그것은 고객과 신뢰, 생태계를 모두 아우르는 종합 전쟁이다. 삼성전자가 기술력으로 TSMC를 따라잡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기술이 ‘시장에서 살아 있는 기술’이 되기 위해선 고객이 삼성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
지금 삼성은 기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신뢰받을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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