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열린 '세계 최초 GAA 기반 3나노 양산 출하식'에서 관계자들이 3나노 웨이퍼를 공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료/최성호기자 |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133조원을 투입하고 1만5000명 이상의 인력을 채용하겠다는 대규모 전략을 꺼내들었다. 반도체 ‘초격차’의 기조를 다시 되살리겠다는 포석이다.
하지만 당장의 실적은 녹록지 않다. TSMC와의 기술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고, 올해 상반기까지도 파운드리 부문은 적자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왕국’으로 복귀하려면 기술·고객·수익성 삼박자가 동시에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시스템반도체’가 미래다…왜 133조원이나 투자하나
삼성전자는 지난 2025년부터 시스템반도체 사업 강화를 위해 133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를 발표했다. 메모리 반도체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스템반도체는 AI, 자율주행, 스마트폰, 서버 등 거의 모든 IT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전통적으로 수익성도 메모리보다 높다.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1위(점유율 60% 이상), 삼성전자가 2위다. 하지만 수익성이나 고객 수에서는 아직 격차가 크다. 특히 파운드리 부문은 2025년 상반기 기준으로도 적자를 기록 중이다.
◇‘기술격차 해소’가 급하다…삼성의 세 가지 전략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전략은 △초미세 공정 기술 강화 △AI 칩 전용 공정 개발 △국내외 팹리스와의 생태계 구축이라는 세 축으로 요약된다. 우선 삼성은 현재 3나노 양산에 이어 2나노 공정 조기 상용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TSMC와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데, TSMC는 이미 애플, 엔비디아, 퀄컴 등 주요 고객을 선점한 상태다.
또한 삼성은 AI 전용 반도체 수요에 맞춘 맞춤형 공정, 설계지원, 전용 SDK 제공 등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국내 팹리스 기업들과의 공동개발, 고객 맞춤형 패키징 기술 등도 도입해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주기 생태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수익성 회복은 2026년?…‘시간 싸움’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부문 적자 탈출 시점을 2026년 상반기로 잡고 있다. 이를 위해 고수익 제품 위주의 공정 집중, 고객사 다변화, 수율 안정화 등 내부 체질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또한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반도체 산업 보조금 경쟁도 변수다. 삼성은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대규모 파운드리 라인을 건설 중이며, 미국 정부의 지원 규모에 따라 투자 속도와 범위도 달라질 수 있다.
◇기술만으론 부족하다…고객과 시장이 반응해야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기술개발 역량은 충분하지만, 문제는 고객이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TSMC가 설계 지원, 생태계 연계, 테스트 IP 등 전방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데 비해 삼성은 아직 고객 밀착도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또한 엔비디아, 애플 등 주요 팹리스들은 이미 TSMC와 깊은 협력관계를 맺고 있어, 삼성의 2나노 공정이 양산되더라도 실제 수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기술·고객·수익성 ‘3박자’ 모두 잡아야 가능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패권을 잡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다.
2나노 공정에서의 기술 우위, AI 반도체 전용 공정 상용화, 팹리스 생태계 유인, 그리고 파운드리 수익성 개선이라는 네 가지 고지를 동시에 점령해야 한다.
삼성의 ‘왕국 복귀’는 결국 2026년까지의 이 모든 퍼즐이 맞춰졌을 때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 중요한 ‘승부의 2년’이 시작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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