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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사옥 로고/사진=연합뉴스 제공 |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2025년 중반, 삼성전자의 위상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반도체 코리아’의 상징이었던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고도화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넘겨주며, 주가는 6만 원 중반대에서 정체 중이다. 한때 시총 1위 기업으로 500조 원을 넘나들던 삼성전자는 현재 350조 원대에 머물러 있으며, 메모리 주도권 싸움에서도 고전 중이다.
이와 달리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주가와 시총 모두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기술, 수익성, 투자자 신뢰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벌어지고 있다.
◇HBM에서 밀린 삼성, ‘AI 시대 주도권’ 내준 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격차는 단순한 메모리 생산 경쟁이 아니다. 인공지능(AI) 전성시대의 ‘심장’인 HBM3E 제품 경쟁에서 SK하이닉스가 50% 이상의 글로벌 점유율을 선점하며,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AI 반도체 고객사로부터 확고한 신뢰를 얻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3E의 수율·품질 안정화에 시간이 더 걸리고 있는 상황이다. 애초 2025년 상반기 내 승인을 목표로 했지만, 주요 고객사와의 검증이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 차이는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돼, 하이닉스는 시총 200조 원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지만, 삼성전자는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파운드리도 위태…TSMC 추격 실패, 수익성 ‘적자’
HBM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에서도 삼성전자는 힘을 잃고 있다. 시장 1위 TSMC와의 기술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으며, 공정 전환(3nm → 2nm) 과정에서 고객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 부문은 2025년 1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하며, 수익성 면에서도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은 133조 원 규모의 시스템 반도체 투자 계획을 다시 점검하며, 내부 조직개편과 고객 맞춤형 서비스 확대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하반기부터 반등?…“2분기 실적이 저점” 전망도
다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하반기 반등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KB증권은 최근 리포트에서 “2분기를 바닥으로 반도체 업황 회복과 함께 실적 반등이 기대된다”며, 목표 주가를 82,000원으로 제시했다.
특히 3분기에는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8조 원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AI 수요 회복과 재고조정 사이클이 마무리되는 타이밍에 삼성전자의 공급 능력이 발휘될 수 있다는 기대에 기반한다.
◇반격의 조건은?…‘HBM4·파운드리·AI 인프라’ 3박자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를 다시 추격하려면 다음 3가지 조건이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HBM 기술력 조기 회복=삼성전자는 HBM3E 수율·품질 경쟁력을 확보한 뒤, HBM4 조기 양산으로 곧바로 다음 단계로 진입할 계획이다. 3D 적층 기술 고도화, 냉각 기술 개발 등이 변수다.
△파운드리 수익성 개선=AI 칩 전용 공정 개발과 국내 팹리스 기업 유치 등 ‘인하우스 중심 전략’을 병행하면서 TSMC와는 다른 차별화된 고객 전략을 확립해야 한다.
△AI 인프라 전환 선도=삼성은 데이터센터·모바일·엣지 디바이스용 AI 반도체를 포함한 풀스택 대응 전략을 통해 AI 수요 전반을 흡수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 보조금 수혜도 병행된다면 반격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삼성’은 죽지 않았다, 하지만 예전 같지도 않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최대 생산능력과 자본력을 가진 기업이다. 하지만 ‘규모의 삼성’이 아닌 ‘속도의 삼성’, ‘기술의 삼성’이 되어야 한다는 현실적 과제 앞에 서 있다.
SK하이닉스에 HBM 시장을 내주고, 파운드리 수익성에서도 주춤한 지금, 삼성의 위기 탈출 전략은 단기 이벤트가 아닌 구조적 전환의 진정성에서 갈릴 것이다. 왕좌는 오래 비어 있지 않는다. 삼성의 반격은 시작됐지만, 그 방향과 속도가 향후 주가뿐만 아니라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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