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구조조정 신호탄…석유화학 ‘빅딜’ 정리 들어가나

산업·기업 / 최성호 기자 / 2025-07-09 09:57:01
中 저가공세에 생존 위협…정부, 합병 통한 체질 개선 유도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 회의실에서 미국 상호관세 대응을 위한 석유화학 업계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료/최성호기자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대대적인 구조조정 국면에 진입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제상황점검단과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가 최근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과 잇따라 간담회를 연 데 이어, 정부 차원의 합병 유도와 업종 정비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5월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 등과의 현장 간담회를 계기로, 동종 업종 간 중복 생산라인을 정리하거나, 경쟁력 약화 기업 간 합병을 유도하는 방식의 고강도 체질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중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과 초저가 수출 공세로 인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 생산량 감축, 가동률 하락 등의 삼중고를 겪고 있는 데 따른 대응이다.

◇“공급 과잉 시대, 생존 위해 합병 외엔 답 없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중국이 에틸렌, 폴리에틸렌, 프로필렌 등 주요 기초소재 생산량을 급격히 늘리면서 가격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납사 기반의 고비용 구조와, 범용 제품 위주 생산으로 인해 글로벌 경쟁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제는 중복된 설비와 생산구조를 유지할 여력이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구조적 재편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공유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상은 누구?…“중복 생산 기업 우선 정리”

업계에서는 생산 품목이 겹치거나, 수익성이 취약한 기업들 간의 ‘빅딜’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예를 들어, 폴리에틸렌이나 스티렌모노머(SM), 합성고무 분야 등에서 국내 복수 기업이 경쟁 구도를 이어가는 구조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친환경·고부가가치 제품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에는 세제 혜택과 정책금융을 확대하는 반면, 구조조정에 소극적인 기업에는 기존 지원을 줄이거나 제외하는 방식으로 ‘선택과 집중’을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발 충격, 범용제품 위주 한국 산업 ‘직격탄’

중국은 최근 석탄·가스 기반의 저원가 설비를 앞세워 아시아 시장에 막대한 물량을 공급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기업들이 납사 기반 고정비 구조로는 도저히 맞설 수 없는 수준이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 다수가 올 상반기 석유화학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했고, 일부 기업은 생산 라인을 중단하거나 감산에 들어간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독자 생존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범용제품을 따로따로 만들다가는 모두 공멸할 수밖에 없다”며 “합병이나 생산 통합이 불가피한 시점”이라고 했다.

◇정부, ‘산업위기 선제 대응지역’ 지정도 병행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여수·대산·울산 등 대형 석유화학단지 지역을 ‘산업위기 선제 대응지역’으로 지정해, 구조조정과 산업 재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용 충격에 대응하겠다는 방침도 세운 상태다.

관련 법안인 ‘주력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은 현재 국회에서 심의 중이며, 여기에 석유화학 업종이 주요 적용 대상으로 명시돼 있다.

◇‘합종연횡’ 통해 살아남아야…‘제2의 철강 구조조정’ 될까

이번 정부 및 여당 주도의 구조개편 움직임은, 과거 1990년대 말 철강·중공업 업계의 ‘빅딜 구조조정’을 연상케 한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는 이 과정을 통해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재도약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아니면 퇴출과 도태의 국면으로 전환될지를 주목하고 있다.

향후 발표될 정부의 구조조정 로드맵, 산업부의 재편 가이드라인, 그리고 대형사 간 협상 구도가 석유화학 업계의 향방을 가르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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