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2028년 생산량 절반 이상 장기계약으로 묶어...“2030년까지 공급 부족”
배당·자사주 합쳐 약 100조 주주환원...키옥시아 수익은 특별배당으로
[소셜밸류=이국열 기자] 100원어치를 팔아 80원을 남겼다. 제조업에서는 보기 어려운 숫자다.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 영업이익률 80%를 기록하며 국내 기업 처음으로 분기 매출 100조원 고지를 넘었다. 1년 전 24조원대였던 분기 매출은 네 배 넘게 불었다. 회사는 이 흐름이 일시적 호황이 아니라고 본다. 2030년까지 메모리가 모자랄 것으로 보고, 2년 뒤 물량까지 미리 팔아뒀다.
◇ 1년 만에 매출 4배·영업이익 7배
SK하이닉스는 28일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04조6155억원, 영업이익 83조3338억원, 순이익 39조775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률은 80%(79.7%), 순이익률은 38%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매출 79조3187억원, 영업이익 60조5426억원)보다 각각 32%, 38% 늘었다. 지난해 3분기(매출 24조4489억원, 영업이익 11조3834억원)와 비교하면 매출은 328%, 영업이익은 632%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로, 6개 분기 연속 기록을 새로 썼다.
시장 예상도 크게 웃돌았다. 증권사 컨센서스(영업이익 약 76조9640억원)보다 6조원 넘게 많았다. 최근 원화 강세로 수출 기업의 실적 눈높이가 낮아졌던 상황이라 이번 ‘어닝 서프라이즈’는 더 두드러진다.
다만 순이익은 전분기(93조9226억원)보다 58% 줄었다. 2분기에는 키옥시아 지분 관련 대규모 영업외이익이 반영됐지만, 3분기에는 이 효과가 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영업 체력과 별개로 투자자산 손익이 순이익을 크게 흔드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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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
◇ HBM4가 이끌고 DDR5·eSSD가 받쳤다
이번 실적을 이끈 것은 데이터센터용 고부가 제품이다. D램에서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 출하가 본격화됐고 서버용 DDR5 판매가 크게 늘었다. 낸드에서는 321단 TLC 기업용 SSD(eSSD) 판매가 확대됐다.
세대교체 속도도 빨라진다. 회사는 연말까지 청주 M15X 공장의 생산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HBM4 생산을 늘린다. 이에 따라 4분기에는 HBM4가 출하량과 매출 모두에서 HBM3E를 앞질러 주력 제품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D램은 10나노급 6세대(1c) 공정 비중을 높이고 AI 서버용 LPDDR5 SOCAMM 판매를 늘린다. 낸드는 4분기에 321단 공정 비중을 국내 생산능력의 절반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 “2030년까지 모자란다”...2년 치 물량 절반 미리 팔았다
SK하이닉스는 이번 호황의 근거로 ‘AI 선순환’을 들었다. 소프트웨어 개발, 고객 응대, 검색 등에서 AI가 실제 생산성과 매출을 만들어내면서, 사용량 증가가 다시 인프라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 주체도 소수 빅테크에서 일반 기업과 국가로 넓어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기업·개인용 AI가, 중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로봇 같은 피지컬 AI가 수요를 이끌 것으로 봤다.
공급은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선단 공정의 난도가 높아지고 공장 하나를 짓는 데 수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회사는 2030년까지 수요가 공급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이 판단은 계약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대형 클라우드 기업(CSP)을 포함한 14개 주요 고객과 장기공급계약(LTA)을 맺었다. 확보한 물량은 2027년과 2028년 전체 생산능력의 50%를 넘는다.
일부 고객과는 통상 5년인 계약 기간을 더 늘리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가격은 미리 정한 범위 안에서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방식이다. 업황이 꺾여도 수익성을 지키고, 가격이 오르면 일부를 누릴 수 있는 구조다.
◇ 곳간 114조...순현금 100조원 눈앞
재무구조도 단단해졌다. 3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114조5000억원으로 석 달 새 26조5000억원 늘었다. 차입금은 2조8000억원 줄어든 15조8000억원이다. 순현금은 98조7000억원으로 100조원에 다가섰다.
이 돈은 증설에 쓰인다. 내년에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이 본격 가동되는 등 국내외 투자가 늘어나 투자 규모가 올해보다 크게 커질 전망이다.
다만 회사는 수요, 제품 경쟁력, 수익성, 투자 효율을 따져 규모와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절하겠다고 했다. 과거 호황기 과잉투자로 불황을 겪은 메모리 업계의 경험을 의식한 대목이다.
◇ 주당 2만원 배당...키옥시아 수익도 주주 몫
주주환원 규모도 전례가 없다. SK하이닉스는 2026 회계연도 기준 현금배당 30조원 이상, 자사주 매입·소각 60조원 이상(8월 발표한 40조원 포함) 등 총 약 100조원 규모의 환원을 추진한다.
잉여현금흐름(FCF)의 50% 이상을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8월에 발표한 40조원 자사주 매입은 지난주 끝났고 곧 소각한다.
이날 이사회는 3분기 현금배당 14조원과 자사주 매입 20조원을 결의했다. 자사주 중 10조원은 전량 소각하고, 나머지 약 10조원은 임직원 보상용이어서 주주환원 규모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3분기 배당금은 주당 2만원이다. 실적 배당 1만원에 키옥시아 투자 성과를 나누는 특별배당 1만원을 더했다. 회사는 올해 키옥시아 투자로 실현한 수익 대부분을 주주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앞으로도 배당은 영업 실적에 따라 정하되, 큰 투자 수익이 나면 특별배당으로 추가 환원하고 자사주 매입은 매 분기 이어간다는 원칙을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견조한 메모리 수요 성장과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만들고, 이를 주주와 꾸준히 나누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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