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이덕형기자 |
[소셜밸류=이덕형 기자] 2017년 9조3000억 원 규모의 미국 하만 인수를 끝으로 멈춰 섰던 삼성의 인수합병(M&A) 시계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10년에 걸친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려는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 복귀가 있다.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삼성은 멈춰 있던 글로벌 ‘빅딜 전략’을 재가동하며 새로운 성장축을 재정비하고 있다.
M&A는 단순히 덩치를 키우는 것이 아니다. 기술 패권 전쟁이 벌어지는 시대에선 기술·시장 선점을 위한 선제적 투자이자, 기업의 ‘전략적 DNA’를 상징하는 신호다. 이제 삼성은 그 침묵을 깨고, 다시 미래로 달리기 시작했다.
◆ 하만 이후 8년…삼성의 인수는 ‘스톱’ 상태
삼성전자가 마지막으로 대규모 M&A를 단행한 것은 2016년 하만 인수였다. 미국의 대표적인 전장·오디오 기업을 품은 이 거래는 글로벌 전기차 및 커넥티드카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후 삼성은 단 한 건의 대형 M&A도 하지 못했다. 그 시점은 공교롭게도 이재용 회장이 사법 리스크에 휘말린 직후와 일치한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법적 불확실성이 그룹의 과감한 의사결정 구조에 제약을 걸었다는 평가가 끊이지 않았다.
하만 이후 8년의 공백은, 결과적으로 삼성의 글로벌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됐다. 경쟁사들이 AI, 바이오, 클라우드 등 미래 산업에 거침없이 투자하는 동안, 삼성은 내부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 2024년부터 ‘빅딜 시계’ 재가동…3건의 연쇄 인수
하지만 2023년 2심 무죄 이후 삼성의 전략은 달라졌다. 2024년부터 삼성은 ‘3건의 연쇄 인수’를 통해 다시 세계 시장의 중심으로 복귀하고 있다.
▲2024년 4월 – 미국 마시모(Masimo) 오디오사업부 인수 (약 5,000억 원) → 자회사 하만을 통해 진행된 거래로, 커넥티드 오디오·음향 기술 역량 강화 목적.
▲ 2024년 5월 – 독일 플렉트(Plect) 인수 (약 2조 4,000억 원) → 고성능 공조 시스템 전문기업으로, 삼성의 스마트홈·친환경 인프라 확대 전략과 연계.
▲ 2025년 7월 –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젤스(Zelss) 인수 →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연동 가능한 AI 헬스 데이터 솔루션 확보.
잇따른 M&A는 단순한 공격적 행보가 아니다. 디지털 전환·AI·친환경·헬스케어라는 4대 전략 축 위에 철저하게 맞춰진, ‘타겟형 성장 시나리오’로 분석된다.
◆지배구조 불확실성 해소…삼성 미래전략 ‘정조준’
M&A 확대는 이재용 회장의 ‘경영 정상화’가 확실해졌다는 내부 시그널이기도 하다. 삼성은 오랜 시간, 총수 부재와 사법 리스크라는 ‘이중 족쇄’ 속에서 주도적 의사결정이 어려웠다.
특히 ESG·글로벌 자본시장의 압박 속에서 삼성만큼의 현금과 기술을 가진 기업이 왜 M&A를 하지 않느냐는 비판도 반복됐다.
하지만 이제 사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순간, 삼성은 주저 없이 ‘재도약 기어’를 넣을 준비를 마쳤다. 재계 관계자는 “플렉트와 젤스 인수는 이 회장이 주도한 시기와 맞물려 있다”며 “삼성이 다시 투자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내부 확신이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AI·반도체·스마트기기 연결하는 삼성의 미래 포석
삼성이 인수한 기업들을 보면, 모두 디지털·AI·헬스케어·지속가능성이라는 키워드와 맞닿아 있다. 이는 단순한 몸집 불리기가 아닌, ‘플랫폼 삼성을 향한 전략적 재설계’로 읽힌다.
▲플렉트 인수는 탄소 절감 및 냉난방 시스템의 스마트화 ▲마시모 오디오사업부는 차량 내 AI 음성 비서·연결성 강화 ▲젤스는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의 헬스케어 솔루션 확장이다.
이 모든 퍼즐을 맞추면, 삼성은 AI 반도체 → 스마트 디바이스 → 데이터 → 헬스/환경 플랫폼으로 이어지는 수직 통합형 미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시계는 다시 움직인다…다음은 어디?”
삼성전자는 이미 추가적인 전략적 M&A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설계 회사, AI 칩 스타트업, 바이오 생산시설 등이 차기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특히 TSMC·애플·엔비디아·구글 등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려면, 전략적 투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삼성은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는 M&A보다 내재적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속도’와 ‘선점’이 답이다.
[ⓒ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