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발언을 들으며 메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이덕형기자 |
[소셜밸류=이덕형 기자] 10년. 한 사람의 인생에서, 한 기업의 역사에서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삼성의 이재용 회장은 지난 10년 동안 ‘사법 리스크’라는 족쇄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그룹을 이끌어 왔다. 그리고 오는 17일, 마침내 그 오랜 굴레를 벗을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대법원은 17일 이 회장이 기소된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앞서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된 만큼, 대법원에서도 무죄 취지의 판단이 확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재계는 이번 판결을 “삼성이 다시 전진할 수 있는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무죄 기조 이어진 1·2심…대법도 기류 바꾸기 어려워
이재용 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시세조종·부정거래 등을 통해 경영권을 승계하려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미래전략실 등 사내 조직을 동원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고 주장했지만, 1심과 2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2심 재판부는 “합병 비율 산정이 적법했고, 회계 처리에도 위법성이 없다”고 명시했다. 이 회장이 시세조종에 직접 관여했다는 증거도 인정되지 않았다. 법리적으로 완결된 판단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대법원 역시 하급심 판단을 뒤집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한 법조계 인사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예상되는 사건인 만큼 대법원도 신중을 기하겠지만, 명확한 무죄 판단이 2차례에 걸쳐 내려진 사건의 판결을 변경하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 2017년부터 10년…멈춰 있던 삼성의 시계
이 회장은 2017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이후, 삼성은 사실상 오너 리더십이 마비된 상태에서 10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대규모 인수합병(M&A)은 2016년 하만 인수를 끝으로 멈췄고, 국내외 현장 경영도 제한적이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삼성의 투자·결단 타이밍을 끌어내렸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실제로 삼성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클라우드, 반도체 패키징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때 다소 보수적인 스탠스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시스템 반도체·AI 반도체 등 차세대 전략 기술 확보 경쟁에서 다소 뒤처졌고, 반도체 시장의 위기 국면에서도 과감한 구조조정이나 전략 전환이 어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 리스크 해소 조짐에 살아나는 삼성의 ‘결단력’
하지만 2023년 2월 2심 무죄 이후 삼성의 분위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룹 차원의 M&A가 다시 가동되며, 이 회장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그룹의 ‘리더십 복귀’를 시사했다는 평가다.
▲ 2024년 4월, 삼성전자는 자회사 하만을 통해 미국 의료기기 기업 마시모의 오디오사업부를 인수▲ 2024년 5월, 독일 냉방·공조 전문 기업 플렉트 인수(2.4조 원 규모) ▲ 2025년 7월,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젤스 인수 등을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은 지난 8년 동안 멈춰 있던 삼성의 ‘빅딜 시계’가 다시 움직이고 있음을 뜻한다.
◆“사법 족쇄가 풀리면, 삼성은 더 강해진다”
대법원 판결 이후 이 회장이 완전히 자유로운 경영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삼성은 다시 세계 무대에서의 패권 경쟁자로 도약할 수 있다.
우선 메모리 반도체 초격차 전략 재정비, TSMC와의 파운드리 경쟁 본격화, AI 반도체 및 패키징 투자,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 등이 그 중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삼성의 AI 전략은 단순 기술 확보를 넘어, AI 하드웨어 생태계 전체를 장악하려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사법 리스크 해소 없이는 속도를 내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재계 "삼성의 시간, 다시 움직일 것"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에 대한 무죄 확정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신뢰 회복과 글로벌 투자자에 대한 시그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삼성이 다시 전력 질주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7일, 한국 최고 기업의 최고 경영자가 다시 발을 내디딜 수 있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멈춰 있던 삼성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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