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사각지대 우체국금융, 반복되는 시스템 장애-예금 횡령-내부통제 부실 도마

금융·증권 / 황동현 기자 / 2024-01-03 09:26:19
지난해만 전산 장애 6회…공공 IT 강국 위상 추락 불명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관리 감독...새마을금고와 비슷한 경우
예금 횡령과 전산 오류 등 꾸준히 발생...엄격한 감독 필요

[소셜밸류=황동현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우체국금융의 시스템 장애가 반복되면서 내부통제 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만 전산 장애가 6회 발생하는 등 공공 IT 강국 위상 이 추락하며 불명예를 안기고 있어 조해근 본부장이 이끄는 경영진이 시급히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빠르게 자산을 확대해 온 우체국금융을 바라보는 시선은 아직 불안하다. 잇따른 전산사고와 금융사고, 부실한 리스크 관리 등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우체국 금융서비스는 지난달 30일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가 18시간 만인 31일 새벽 정상화됐다. 지난해 5월 새로운 금융 시스템을 도입한 후 접속 장애나 오류가 발생한 여섯 번째 사례다.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우정사업본부는 원인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사진=연합뉴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우본)는 3일  "우체국 금융서비스 일부 사용자 접속 지연 해결을 위해 긴급조치를 시행한 결과 지난달 31일 오전 1시 20분부터 서비스가 정상 재개됐다"라며 "고객께 불편을 드려 죄송하며 앞으로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을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우체국 금융 인터넷뱅킹과 스마트뱅킹, 포스트페이는 전날 오전 7시쯤부터 접속이 안 되거나 지연되는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연말과 새해를 앞두고 부모님과 자녀 용돈 등 출금이나 이체, 대금결제 등이 필요한 이용자 다수가 상당한 불편을 겪었다.

문제는 우체국 금융 전산 시스템 장애가 되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본은 지난 2000년 금융 시스템을 도입한 후 23년 만인 지난해 5월 차세대 종합금융시스템을 새로 구축했다. 총 3420억 원 규모 프로젝트로 SK C&C, 펜타시스템테크놀러지, 케이씨에스, 알앤비소프트, 바이브컴퍼니 등 5개 컨소시엄 주 사업자와 20여 개 소프트웨어(SW) 기업이 하도급 업체로 참여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변재일 국회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우본으로부터 제출받아 지난 10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5월 8일 우체국 차세대금융시스템 서비스 개시 당일 접속량 급증으로 스마트뱅킹 접속 장애, 간편인증 속도 저하, 서비스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하며 총 4차례의 시스템 장애가 발생했다.

또한 지난 7월에는 1700여 개 기관을 대상으로 자동이체 오류가 발생했으며 추석 연휴를 앞뒀던 9월 27일에도 1시간 넘게 접속 장애가 일어나 이체와 출금 거래가 중단돼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전문가들은 국가기관이 민간기업에 비해 전산시스템 운용과 관리 문제를 소홀하게 다루는 게 전산 장애가 반복되는 원인이라고 본다. 전산시스템 구축 후 관리감독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부족한 데다 민간 기업처럼 긴밀한 대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체국 금융 시스템의 인프라나 인증, 운영 관리 등 문제가 원인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우체국금융을 견제할 장치가 부재하기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우체국금융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어려운 특수성이 경쟁력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당국이 비은행 사업자도 단순 은행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은행대리업 제도' 도입을 추진하면서 우체국의 금융 권한은 더욱 커질 예정인데, 우체국 예금의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의 우정사업본부가 맡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에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서 보다 촘촘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우체국 예금 또한 새마을금고처럼 감독권 이관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체국 예금은 대출 업무를 하지 않아 여신 건전성 문제에서는 자유롭지만, 고객의 예금·보험을 통해 자금을 운용하고 있고 이에 따라 수익성 악화에 대한 걱정은 타 금융사와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최근 새마을금고도 금융당국의 규제 바깥에 있어서 연체율 관리가 안됐다는 지적과 함께 감독권을 행안부에서 금융위로 옮기려 하는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2013년 ‘우체국예금보험법’ 개정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금융위에 우체국 예금·보험 사업에 대한 검사를 요청하도록 했으나, 법 개정 이후 과기정통부가 금융위에 검사 요청한 경우는 2019년 4월 한 차례 이후로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체국금융은 내부 리스크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금융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022년에는 지방 한 우체국 직원이 고객예금 1억7000여만원을 횡령한 사고가 적발되기도 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전남의 한 섬지역 우체국장이 우체국 금고에 있던 공금 1억2000여 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발각돼 경찰에 고발됐다. 해당 우체국장은 횡령한 돈을 생활비와 도박 빚을 갚는 데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우정사업본부는 징계위원회를 열고 해당 우체국장을 파면했다.


주무 부처인 과기부의 감독도 금융 당국에 비해 느슨하다. 정기 검사는 아예 이뤄지지 않고 예금사업의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자기자본비율 및 산출 근거를 매년 결산 이후 금융위에 제출하는 절차가 전부다. 우체국금융은 감독 당국인 과기부에 예금·보험과 관련한 자료를 반기에 한 번씩만 보고한다. 매월 잔액과 분기별 건전성 지표를 공개하고 정기·수시 검사를 받는 은행과 큰 차이를 보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출영업에 제한이 있어 큰 금융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예금 횡령과 전산 오류 등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금융에 특화된 기관에서 관리·감독을 진행한다면 신뢰가 더 쌓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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