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칼이 된다’…상법 개정, M&A 시장 흔들고 투자 위축 부른다[상법개정 2부]

경제일반 / 최성호 기자 / 2025-07-03 09:01:16
다중대표소송제·감사위원 분리선임제 도입, '경영권 무장해제' 우려 현실화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 추진과 관련해 경제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경제6단체 부회장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최성호기자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이 기업 경영의 ‘리스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겉으론 ‘소액주주 보호’지만, 기업들 사이에선 “이제 법이 기업 경영의 칼이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핵심 쟁점은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임제. 겉으론 지배구조 개선, 실상은 적대적 M&A와 외부 개입을 부추기는 ‘촉진 장치’라는 게 재계의 해석이다.


◇ "행동주의 펀드의 신무기 될 것"

법 개정으로 가장 혜택을 보는 주체는 누구일까?
 

재계는 "행동주의 펀드와 외국계 사모펀드(PEF)"라고 입을 모은다.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은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게 하는 조항이다. 이때 소송은 단지 '경영 개선 목적'이 아니라 전략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높다.

과거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한 방식, 한국 행동주의 펀드 KCGI가 한진칼에 개입한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법 개정 이후엔 표 결집 없이도 법을 무기로 삼아 경영진에 압박을 가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로펌 기업담당 변호사는 “지분 0.5%만 보유해도 다중대표소송이 가능해지면, 사냥감처럼 특정 기업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 M&A 시장은 '몸 사리기'로 전환

상법 개정이 M&A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경영권 방어장치가 무력화되면 피인수기업의 반격 수단이 사라진다. 이 경우, 인수자 입장에서도 불필요한 분쟁 가능성이 커져 적극적 M&A를 회피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 글로벌 M&A 시장에 비해 적대적 M&A가 활발하지 않은 구조였다. 그러나 상법 개정은 이 같은 관행을 뒤흔들 수 있다. 경영진은 방어 논리를 잃고, 투자자는 법적 리스크를 우선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S지주 전략기획 임원 “적대적 M&A에 대응하려면 명확한 방어전략과 법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지금처럼 제도만 열고 대응책은 없다면, 투자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죠.”라고 밝혔다.

◇외국계 자본에 ‘쏠림현상’ 심화될 수도

다중대표소송제는 투자자 친화적 제도로 보이지만, 국내 자본보다 정보력과 로펌 연계력이 뛰어난 외국계 자본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블랙록·엘리엇·서스퀘하나 등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기업 지배구조 분석 역량과 법무 대응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수 지분만으로도 실질적 경영 간섭을 시도해왔다. 상법 개정이 이들에게 '제도적 근거'를 부여하는 셈이다.

재계는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기 자본에 기업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며 “장기 투자·고용·기술개발과 같은 본질적 기업 가치와는 상충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 자율적 경영은 실종, ‘법률전쟁’만 남는다

상법 개정은 외형상 '주주권 강화를 통한 자율 경영 유도'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론 법률 리스크만 키우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크다. 모 대기업 사내변호사는 "경영진이 경영 판단보다 소송 대응을 먼저 고민해야 하는 구조가 된다면, 기업의 전략적 결단은 모두 위축될 것"이라며 “이사 선임 한 건, 자회사 투자 하나에도 소송 가능성을 따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자 보호” 구호 속에 감춰진 ‘역설’

기업들은 이번 상법 개정을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 속에 경영권 해체가 숨어 있는 역설적 입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개정안이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입법 퍼포먼스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진짜 투자자는 기업이 지속가능하게 성장하길 바란다”며 “정치권은 ‘단기 투자자’와 ‘장기 투자자’를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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