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러시아 제재 하나마나?...루블화 가치 전쟁 이전 수준 회복

경제 / 김완묵 기자 / 2022-04-16 07:24:39
다른 나라산 원유 50.01%에 러시아산 49.99% 섞은 석유제품 판매 성행
올해 러시아 에너지 수출액 3210억달러 달해 지난해보다 33% 급증할 것
미 달러 대비 루블화 환율 80.12루블로 마감 거의 전쟁 이전 수준 회복
러시아의 석유시추 장비/사진=연합뉴스 제공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허점이 노출되고 있어 제재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개전 직후 서방이 금융제재를 시작하자 가치가 폭락했던 러시아 화폐 루블의 가치도 최근 전쟁 이전 수준까지 반등하면서 에너지·식량 대국인 러시아를 겨냥한 제재의 실효성에 회의론이 나온다. 

 

16일 블룸버그통신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유럽 최대 석유회사 셸은 다른 나라산 원유 50.01%에 러시아산 원유 49.99%를 섞은 석유제품을 유럽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이렇게 판매하는 석유제품은 러시아산 혼입 비율이 50% 미만이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러시아산 제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서방의 제재를 피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런 제품을 석유 거래업자들은 보통 '라트비안 블렌드'(Latvian Blend)라고 부른다. 러시아의 대표적 석유 수출항인 프리모르스크에서 출발한 선박이 대형 석유 저장시설이 있는 라트비아의 벤츠필스항에 도착해 하역한 뒤 이곳에서 혼합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러시아산 원유를 다른 나라산과 섞는 작업은 종종 네덜란드의 석유 터미널이나 공해상에서 이뤄지기도 하지만 석유 거래상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석유제품을 통칭해 '라트비안 블렌드'로 부른다.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의 생산 물량을 우회해 판매하기 위한 이런 수법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안 되지만 윤리적으로 지탄받을 소지가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유럽과 러시아 간 에너지 거래는 서방의 제재 발효 이후에도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럽은 380억 달러(약 47조 원) 상당의 러시아산 에너지를 구매했다고 보도했다.

 

이 중 30%가량의 물량은 우크라이나를 가로지르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에 유통됐는데도 우크라이나는 이를 건드리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14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이날 모스크바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대비 루블화 환율은 80.12루블로 마감해 거의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루블화 가치는 일련의 서방 제재로 인해 한때 사상 최저인 달러당 121.5루블까지 떨어진 바 있다. 

 

블룸버그는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이 루블 가치를 떠받치는 한 러시아 정부와 올리가르히(신흥재벌)에 대한 서방의 제재와 서방 기업의 연이은 탈러시아 행보가 러시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그러면서 올해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액이 3210억 달러(약 389조원)에 달해 지난해보다 33% 이상 급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막대한 에너지 수출은 러시아의 경상수지 흑자로 이어져 루블화 가치 상승에 기여할 수 있다. 개전 초기 폭락했던 루블화 가치 반등은 서방의 제재가 기대만큼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셸 등 주요 석유회사들이 '상표 갈이' 방식으로 여전히 러시아산 원유를 유통하고 있는 데다 중국과 인도 등은 서방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제재에 동참한다며 러시아 사업 철수를 선언한 서방 기업 중 일부가 이런저런 논리를 내세우며 여전히 러시아에서 사업을 하는 것도 제재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많은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이 일부 '생활필수품'을 제외하고 러시아에서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생필품으로 보기 어려운 상품들이 여전히 팔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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