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출근길에 도움의 손길 전한 시민과 119에 거듭 감사를 표합니다

인물·칼럼 / 김완묵 기자 / 2022-04-03 07:53:56
생을 다시 얻은 듯 매일매일 감사하게 살아가고 있어
도움의 손길을 주신 시민 두 분과 119구급대원은 평생의 은인
나도 똑같은 상황이면 아낌없이 도움의 손길 전하고 싶어
119 구급차·응급환자 병원 이송/사진=연합뉴스 제공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본인이 심근경색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난 지가 벌써 140여 일 가까이 된다. 지금은 워낙 활기차게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어서 얼마 전에 심근경색이라는 큰 질환을 겪었던 환자였다는 사실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이 사실에 나는 생을 다시 얻은 듯 매일매일 감사하게 살아가고 있다. 아울러 도움의 손길을 주신 시민 두 분과 119구급대원에게 평생의 은인처럼 느끼며, 나도 똑같은 상황에 처한 다른 사람이 있다면 아낌없이 도움의 손길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지난해 11월 18일 회사 출근길에서 일어난 일이다.  

 

15~17일에 걸쳐 2박3일 형제들 간 제주여행을 다녀온 이튿날이다. 전날 저녁부터 전조증상은 약간 있었다. 여행길에서 집에 늦게 도착한 때문인지 오르막길을 걷던 내 발길이 부담스럽고 약간 숨이 찬 모습이었다.  

 

이내 18일 7시 무렵 회사를 향해 씩씩하게 집을 나섰지만 왠지 컨디션이 예전 같지는 않았다. 강남 신논현역 근처에서 내려 2호선 강남역으로 향하던 내 발길은 앞이 흐려지고 식은 땀마저 흐르는 형국으로 변해 있었다.

 

왜 그러지라는 말을 되뇌며  역사로 들어간 나는 어렵사리 전철을 기다려 승차했다. 그러나 좌석에 앉은 나는 뭔가 탈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증세가 무엇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나는 전철에서 내리기 싫다는 생각을 뒤로하고 매일 내리던 문래역에서 내려 출구를 어렵사리 빠져나왔다.  

 

그리고 끝내 더는 걸어갈 수 없다는 생각에 잠시 쉬어가기 위해 문래역 근처의 시멘트 턱에 그대로 걸터앉았다. 그리곤 누군가 깨우는 소리에 깨어 머리를 들으니 시민 두 분께서 열심히 나를 흔들고 있었다.

 

정신이 들어온 나에게 갑자기 쓰러진 것 같아서 정신이 들게 하기 위해서였다며 빨리 119를 불러야겠다고 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정신이 몽롱한 와중에도 넘어져서 안경알은 깨져 있고 얼굴에도 뭔가 생채기가 발생한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아마도 시멘트 턱에 앉아 있다가 졸도해서 그대로 쓰러진 때문으로 여겨졌다. 시민 두 분은 이구동성으로 빨리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반복해서 해주셨다. 그러면서 119를 불렀으니 곧 도착할 거라며 그냥 회사에 갈 생각은 마시라고 당부해주셨다.  

 

하지만 상황을 잘 모르는 나는 알아서 할 테니 그냥 가시라는 말로 미안함을 대신했다. 그러나 시민 두 분은 자기들 일은 전혀 걱정 말라며 무사하게 119에 태워드리겠다고 계속해서 말씀하셨다.

 

출근길이어서 그런지사람들의 발길은 많았고 내 생각에 이렇게 기다리며 5분여가 흐른 뒤 119구급차가 도착했다. 그리고 구급대원들은 여러 사실을 물어서 체크한 뒤 가야 할 병원을 알아봐주셨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만연한 상황임을 감안해 비교적 큰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며 이곳저곳 알아보기를 반복하는 듯했다. 이렇게 다시 5분여가 흐른 뒤 목적지를 정한 구급대원들은 일어서거나 걷기조차 힘든 나를 부축해  구급차에 실어주었다.

 

시민 두 분 역시 나와 한몸이 되어 주셔서 걱정하고 이것저것 물어봐주시고 여러 도움의 손길을 주는 데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구급차에 몸을 실은 뒤에야 이 분들은 나를 잘 부탁한다는 말을 뒤로하고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하늘이 도왔는지 나는 천만다행으로 문래역에서 제법 거리가 있었지만 최신 시설을 갖춘 대형 병원인 발산역에 위치한 이대서울병원에 갈 수 있었다. 출근길이고 해서 다소 시간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큰 고통을 견뎌야 했지만 뒤돌아보면 그때 이대서울병원 같은 큰 병원에 가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발생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결국 심근경색증이라는 사실을 재빨리 파악한 의료진은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나를 시술실로 데려가 성공적으로 심장 스텐트 시술을 마칠 수 있었다. 다른 수술이나 시술은 진행할수록 아픈 증세를 느끼지만 심장 스텐트 수술은 진행할수록 '아 살았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해줬다.

 

아마도 혈관의 막힌 부분을 뚫어주는 시술이기 때문에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면서 느끼는 해방감이 더 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쩌튼 의사 선생님 말씀이 병원에 정말 일찍 와서 시술을 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굉장히 나쁜 결과를 초래했을 수도 있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내가 추정해보면 쓰러진 시각이 8시 30분쯤이고 시술을 마친 시간이 10시40분쯤으로 기억되는데, 2시간 정도라는 짧은 시간에 모든 과정을 마쳤기에 큰 사고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말씀으로 해석된다.

 

이후에도 의사 선생님은 빠른 수습으로 심장에 큰 부담을 주지 않고 치료할 수 있었다며 '다행이다'라는 말씀을 반복해서 해주셨다.  

 

뒤돌아보면 지각 출근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15~20분 정도 도움의 손길을 주신 시민 두 분의 헌신이 없었다면,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 말끔하게 건강을 회복해 활력있게 살아가는 지금의 내 삶이 다시 존재하기나 했을까.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내 삶을 다시 살아가면서 언제나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그리고 나도 이런 위기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아끼지 않고 사랑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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