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책임을 물을 사람을 찾아 들끓어 있어
축구협회는 과학적이며 합리적이고 미래를 내다보는 축구 행정을 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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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는 일본 선수들/사진=연합뉴스 제공 |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한국 축구가 이번에도 속절없이 무너져 내려 실망이 큰 반면, 일본 축구는 자국의 국민들에게 또 한번 낭보를 전했다.
일본은 4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2024 AFC U-23 아시안컵 결승에서 승리해 8년 만에 정상 탈환에 성공함과 동시에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쾌거를 거뒀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오는 7월 개막하는 파리올림픽에 여자핸드볼 외에는 단체 구기 종목에서 모두 탈락하는 이변을 기록했다. 즉 축구, 농구, 배구, 하키, 럭비, 수구 등 다른 단체 구기종목에서 모두 올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되는 실망스런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이런 결과를 놓고 볼 때 우리 스포츠계 특히 지도자 층에서 크게 각성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마침 오늘은 어린이 날이다. 자라나는 어린 새싹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자는 의미에서 우리 축구계를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해보고자 한다.
먼저 한국 축구의 색깔을 찾을 때라는 말을 하고 싶다. 옆집 일본 축구를 보면 매번 이젠 그들만의 색깔을 완성했다는 느낌을 갖는다. 하지만 한국 축구는 감독에 따라 컬러의 차이가 크고 그에 따라 결과의 차이도 크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뭔 이야기냐 하면 우리 축구가 나아갈 방향은 이미 히딩크 축구에서 완성이 됐다고 본다. 한국 축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과 컬러는 이미 제시를 했는데, 아직도 우리가 그것을 찾지 못하거나 방치한 채 계속해서 감독마다 나름의 시행착오식 실험을 하다 보니 편차가 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필자는 히딩크 축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한국 선수들의 장점과 특성을 살려 압박과 수비를 강화한 축구라는 생각을 한다. 즉 한국 선수들의 신체 특성이나 기질 이런 것을 감안할 때 아무래도 골을 많이 뽑아낼 수 있는 공격 축구에는 능하지 못한 대신, 근성이 강한 민족적 특성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비를 통해 상대를 압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면 후반 무렵에는 무섭게 상대를 몰아치며 역전 내지는 한두 골 뽑아 승리하는 축구를 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미 히딩크 감독은 이런 한국 축구의 강점을 간파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에 전반전을 강한 압박으로 잘 버티고 후반전에 몰아칠 수 있는 체력을 가진 선수들을 선발하고 이들에게 지옥에 가까운 환경을 만들어 혹독하게 체력훈련을 시킨 게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히딩크 이후에 나온 우리의 국가 대표 감독 중에서 이런 스타일을 구사하는 감독은 보지 못한 것 같다.
차라리 이번에 인도네시아 축구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신태용 감독이 결국 이길 수 있는 길을 찾다 보니, 히딩크 축구 스타일을 찾아냈고 이를 인도네시아 축구에 접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보니 마치 2002년 월드컵 우리 국가 대표팀이 경기 하는 것을 보는 듯했다. 그만큼 경기 하는 스타일이 비슷해 보였다는 이야기다. 동남아 팀이라고는 생각되지 않게 체력적으로 준비가 잘됐고 이를 바탕으로 압박 축구를 하며 찬스가 나면 과감하게 공격에 나서는 자신감 있는 축구를 한다는 느낌을 가졌다. 결국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은 우승 후보인 호주 축구를 침몰시키더니 자신의 모국인 한국 축구마저 8강에서 힘 한 번 제대로 못 쓰게 하고 집으로 보내는 아프고 쓰리지만 인도네시아에는 좋은 결과를 낳았다.
아울러 한국 축구의 장점은 강한 선후배 간의 결집력, 국가에 대한 사랑에서 출발한 희생정신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나 클린스만과 같은 무능한 감독이 오면 이마저도 무너져 내려 한국 축구의 컬러를 전혀 찾지 못한 채 선수들 기량에 의존한 제각각의 축구를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약팀들에게서 대량 골에 만족하고 강팀에는 전술 한번 구사하지 못한 채 약한 모습을 드러내 보였다. 황선홍 감독도 결국 우리 축구에서 잘 보지 못한 공격 축구를 구사하는 강점을 갖고 있지만 상대팀을 압박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잘 준비된 팀에는 약한 모습을 보인 게 아닌가 생각된다.
다만 한국 축구의 태생적 약점으로 지목되던 기술이나 기량은 국가 대표팀을 비롯해 아마추어나 프로 축구에서도 이젠 선진 축구에 버금이 갈 정도로 올라오지 않았나 이런 생각을 갖게 된다. 이강인, 손흥민 등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 축구를 구사하는 선수들이 속속 탄생하면서 한국 축구가 기량에서 약하다는 이미지는 완전히 불식시키지 않았나 판단된다.
결국 어느 정도 실력이 잘 갖춰진 선수들을 발굴해 이들이 국가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원팀이 되고, 이들이 잘 갖춰진 체력을 바탕으로 1.2배 상대보다 많이 뛰는 축구를 구사한다면, 오는 2026년 북미월드컵에서 8강 내지는 4강에 올라가는 기적을 보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판단을 한다.
현재 북미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를 이끌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정하기 위한 작업이 축구협회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에도 외국인 감독이 선정될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어떤 근거에서 외국인 감독을 선정할지 국민의 눈높이가 굉장히 높아진 점을 감안해야 한다. 또다시 무뇌에 가까운 감각으로 외국인 감독을 선정하고 그 감독에게 전권을 줘 한국 축구를 맡기기는 것은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것보다는 히딩크 감독 시절 한국 축구가 선보인 강점을 뽑아내 교본으로 만드는 작업을 선행하길 권하고 싶다. 이걸 바탕으로 한국 축구를 이끌어 갈 감독 후보군을 선정하고 이들에게 이를 잘 수행할 수 있는지 의사를 타진해 최종 선발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하는데, 한국 축구의 장점과 약점을 먼저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그런 연후에 한국 축구의 컬러를 바탕으로 디테일을 완성해갈 수 있는 감독을 선정하기 바란다. 이를 계기로 서둘러 외국인 감독을 선정해 이 사람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지금까지 축구협회의 일 처리방식도 개선했으면 바란다.
차기 감독을 수행할 인물이라면 이번에 패배한 황선홍 감독을 비롯해 얼마든지 다양하게 우리 가족에서도 후보군을 발굴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연후에도 적합한 인물이 없다면 해외 감독에게도 범위를 넓혀 후보를 물색했으면 한다.
이제 우리 대한축구협회도 정신을 차릴 때다. 실패한 클린스만 감독만으로도 이미 한국 축구팬들은 지쳐 있고 누군가 책임을 물을 사람을 찾아 들끓어 있다. 또다시 시행착오를 해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길 때가 아니다. 아무쪼록 과학적이며 합리적이고 미래를 내다보는 축구 행정을 해보길 바란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축구의 백년대계를 이끌 지도자군을 자료로 축적하고 필요할 때 이를 꺼내 쓰는 방식으로 처리해도 좋다.
한마디로 한국 축구의 컬러를 찾아내 잘 살려갈 수 있는 인물이라면 누구든 후보군이 되는 것이고 그때그때 디테일을 잘 살릴 인물을 발탁해 전권을 맡기면 되는 것이 아닌가. 이번에 축구협회가 고심의 흔적을 드러내고 역작을 만들어갈 감독을 잘 발굴하는 선구안을 가져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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