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알토란 같은 비철-희귀금속 공급망 '고려아연' 경영권 사모펀드에 넘길 건가

인물·칼럼 / 김완묵 기자 / 2025-01-12 07:06:44
국회, 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시도가 '외국인 투자' 범위에 해당하는지
산업부의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
한국ESG평가권 "해외 매각 등의 우려는 없는지 살펴야"
▲강원도 영월 상동읍 선광공장 건립 현장/사진=연합뉴스 제공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우리 정부는 경영권 향방을 두고 사모펀드와 분쟁 중인 고려아연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요즘 세계는 4차산업혁명이 일어나 비철금속과 희귀금속 등 광물 자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핵심 광물 자원들이 특정국에 공급망이 편중돼 있으면서 자원 수급을 향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부존량이 적은 비철금속이나 희귀금속의 경우 공급망의 주도권을 잡은 중국과 러시아가 서방을 향한 경제 제재와 압박의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그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대통령이 오는 20일(현지시간) 취임하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광물자원에 대한 글로벌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그 어느 때보다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미국의 전략은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해 '자원 제국주의'가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광물 자원을 향한 강대국의 무한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좋지 않은 예감이다. 

 

실제로 최근 덴마크령인 그린란드에 대해 트럼프는 미국 군대를 파견해 점령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강경 발언을 했는데, 그 이면에는 그린란드에 있는 광물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있다.

 

그린란드에는 석유, 가스뿐 아니라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등 반도체나 전기차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 광물이 풍부하게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지구 온난화로 그린란드 주변 빙하가 녹으면서 일대 천연자원 발굴이 더 용이해질 수 있다는 점을 트럼프 당선인이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광물자원을 외국 기업에 넘겨준 아픈 손가락이 있다. 바로 강원 영월 상동읍에서 채광이 추진되고 있는 '푸른 보석' 텅스텐이다. 대한중석 상동광업소를 인수한 알몬티대한중석은 30년 전 폐광한 상동광산을 다시 열어 2025년 말부터 생산라인을 재가동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영월 상동읍 구래리 옛 상동광업소가 자리했던 곳에서는 품위 0.44%의 원석을 가공해 품위 65%의 텅스텐을 얻기 위한 선광공장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1916년 문을 연 상동광업소는 1985년까지 69년 동안 연간 평균 2700t의 중석을 생산했지만, 1986년부터 중국산 중석이 덤핑으로 국제시장을 공략하면서 상동광업소는 쇠퇴하기 시작했고 결국 주인이 바뀌게 되었다. 상동광업소는 개광 76년 만인 1992년 채광을 중단하고 사실상 폐광하고 말았는데 2000년대 들어 이를 인수한 곳이 캐나다 기업인 알몬티다. 우리 정부나 기업들이 방치한 상태에서 그 경제적 가치를 알아본 캐나다 울페 마이닝(Woulfe Mining)이 2006년 이를 인수한 뒤 2015년 알몬티가 이를 인수합병하면서 현재는 알몬티대한중석이 광업권을 확보하고 있다. 알몬티는 캐나다 기업으로 워런 버핏이 투자를 한 회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세계 공급량의 80∼90%를 중국산에 의존하는 상태에서 불행 중 다행히 상동광산은 캐나다 기업이 개발을 하고 있어 국내 텅스텐 공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쉬움은 있다. 김경수(57) 상동읍 현안대책위원장은 "핵심 전략물자가 전량 수출을 통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은 아닌지, 외국 기업이다 보니 지역사회에 기여도가 적은 것은 아닌지 걱정이 크고 아쉬움도 많다"고 전했다. 

 

이제 눈을 돌려 고려아연은 우리나라 비철금속과 희귀금속 공급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경영권 분쟁을 정부는 먼 산에서 벌어지는 남의 일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 

 

고려아연은 지난주 보도자료에서 반도체와 배터리 등에 쓰이는 전략광물자원인 ‘안티모니(안티몬)’을 자사가 국내에선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 측의 공급 통제로 안티모니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전 세계적인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지만, 고려아연이 국내 공급의 70%를 담당하면서 국내 산업계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고려아연은 또 다른 전략광물자원인 비스무트, 텔루륨 등 희귀·희소 금속의 회수율을 높여 국내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통상 제련소들은 목적금속 회수 후 잔재를 폐기물로 처리한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전 세계 유일하게 아연-연-동 통합공정을 운영해 아연/연 정광 안에 포함된 극소량의 희소, 희귀금속 10여 종을 추출하는 기술역량을 보유 중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현 경영진이 기초금속과 귀금속에 더해 전략광물자원과 희소금속을 주요 사업으로 낙점한 점이 주효했다”며 “안티모니를 비롯해 고려아연이 공급하고 있는 주요 광물들이 국내 산업에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는 한편 국가기간산업을 투기적 사모펀드의 적대적M&A로부터 지켜내고, 해외로 기술 유출이 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고 23일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 판가름이 날 것이다. 하지만 사모펀드인 MBK가 적대적 인수합병의 주체로 나섰다는 점에서 산업계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태껏 수수방관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시장에서 벌어지는 민간기업의 인수합병 시도에는 우리 정부의 산업정책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국회 입법조사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시도가 '외국인 투자' 범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9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국가첨단전략산업법·산업기술보호법령상 외국인 투자로 봐야 하는지 묻는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 질의에 이같이 답변했다.

 

회답서에서 입법조사처는 "MBK 연합(MBK파트너스와 영풍, 한국기업투자홀딩스)은 모두 국내 법인이나 이번 공개매수를 실질적으로 이끈 것으로 알려진 MBK파트너스의 주요주주(김병주 회장)가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해당 건을 외국인 투자로 보아야 한다는 보도가 다수 있다"며 "MBK 연합의 인수합병 시도가 외국인 투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법령에 근거해 기술보호 당국인 산업부의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ESG경영평가원은 오는 23일 예정된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윤범 회장 등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을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한국ESG경영평가원은 지난 7일 발간한 '고려아연 주주총회 의안 분석 리포트'에서 주주들은 이번 임시 주총에서 "사모펀드와 오너 대주주 중 누가 주주가치에 도움이 될지를 결정해야 한다"면서 "현재 지분율은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높지만, 국민연금과 일반주주의 표심에 따라 경영권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평가원은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고려아연의 장기 지속 성장과 주주 권익 측면에서 현 경영진 측이 보다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평가원은 "누가 경영을 맡아야 미래 지속 가능 성장과 주주 권익 강화에 도움이 되는지, MBK가 경영권을 차지했을 때 긍정적·부종적 변화. 사모펀드 특성상 (MBK가) 결국 매각을 추진할 텐데 해외 매각 등의 우려는 없는지 등을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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