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제조업으로 사업 다각화 '다시 뜨는 롯데' 위해 정중동 행보

인물·칼럼 / 김완묵 기자 / 2022-10-16 07:21:04
롯데 신동빈 회장,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 시작돼
미래산업 꽃 피우고 고용창출로 젊은 세대에 기여하길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국내 5위 롯데그룹을 이끌고 있는 신동빈 회장(67)의 경영 행보에 최근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 눈길이 간다.

 

제조업이나 바이오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가 하면 적기적소(Do the right thing, at the right time)에 투자를 통한 그룹 재건의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런 행보는 글로벌 경제가 위기를 벗어나 성장국면에 접어들 때 큰 빛을 발하리라 기대를 해본다. 


지난해 롯데그룹이 e커머스의 강자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적극 나서지 않은 것이 변곡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때부터 롯데그룹이 유통업 중심에서 한 발 발을 빼는 대신 좀 더 넓은 시야에서 사업 구조를 바라본 게 아니냐 하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번에 롯데케미칼이 2조7000억원에 달하는 과감한 투자로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면서 수면 위로 모습을 일부 드러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현재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로 분류되는 동박 생산에서 세계 4위지만 상당한 기술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돼 투자만 뒷받침된다면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여겨진다.

 

롯데그룹 김교현 화학군 총괄대표는 “일진머티리얼즈는 세계 최초로 초고강도(90kgf/㎟) 동박(Elecfoil)의 개발에 성공할 만큼 우수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며, “롯데그룹 화학군은 적기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지소재사업의 사업 역량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고, 계열사간 유기적인 협업으로 회사와 고객, 주주의 가치 향상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화학군 내 회사들을 통해 다양한 전지소재사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롯데알미늄 등의 회사들이 배터리 4대 소재(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에 직간접적으로 투자·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전지소재사업은 당초 2030년까지 총 4조 원을 투자해 연간 매출액 5조 원 목표를 설정했으나, 이번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로 그 규모는 훨씬 확대될 전망이다.   

 

그렇다고 롯데그룹이 유통업을 등한시하겠다는 자세는 아니다. 오히려 무차별적인 확장보다는 효율화를 통한 구조 혁신에 더욱 관심을 두고 있는 듯하다.

 

탈중국 이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베트남 등 해외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데서도 일단을 엿볼 수 있다. 2019년 9조342억원이던 롯데그룹의 해외 매출은 내년 1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어서 중국시장에서 매출 감소를 대부분 상쇄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7월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그룹의 체질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신 회장은 "금리 인상과 스태그플레이션 등 경제 위기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매출, 영업이익 등 단기 실적에 안주하면 더 큰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며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고민하고 적시에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발 맞춰 롯데케미칼은 수소에너지와 배터리 소재, 친환경 사업 확장 등에 2030년까지 11조원을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중 절반이 넘는 6조원을 투자해 120만t 규모의 청정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유통, 활용해 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해 미래 에너지원으로 뜨고 있는 수소사업에서 대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수소사업은 수소전기차와 같이 수소를 이용하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소를 생산하는가 하는 과제도 중요한데, 이 분야에서 롯데가 큰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의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바이오산업에서도 칼을 갈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바이오 의약품 시장은 지난 2020년 3천400억달러에서 오는 2026년 6천220억달러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6년 새 거의 2배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어서 비로소 의약품 시장에서도 바이오 제품이 대세를 이룰 것이란 예상이다.  

 

이에 롯데그룹은 지난 5월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새롭게 출범하고, 바이오산업에 향후 10년간 2조5천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10위권의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를 육성할 것이라는 전략을 발표했다. 

 

롯데그룹 이사회는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에 있는 제약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바이오 의약품 공장을 약 2천억원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롯데그룹은 추가적인 투자를 통해 항체의약품 CDMO 사업을 확장하고 완제 의약품(DP)과 세포·유전자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내부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즉 각사 CEO가 단기 성과에 매몰되지 않도록 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각 사업군을 총괄하는 HQ(헤드쿼터)와 계열사 간 관계를 효율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얘기다.  

 

HQ가 좀 더 긴 시각에서 그룹의 미래를 발굴하고, 사업군에 속한 계열사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조정하되 계열사 나름의 독창성을 인정해주는 방식이다. 아울러 신 회장은 계열사 CEO들이 젊은 직원과 긴밀히 소통하도록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신동빈 회장은 자신의 전철을 밟지 않게 하기 위해 후계자 경영 수업에도 일찍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즉 장남인 신유열(36) 씨의 공개 석상 참석을 자연스럽게 유도해 매스컴에 인지도를 높이는 한편 경영자로서 역량을 키우도록 돕고 있다는 해석이다.

 

재계에서는 신유열 씨가 지난 5월 롯데케미칼 일본 지사 상무로 부임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경영행보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지난달 신동빈 회장의 베트남 출장길에 동행을 하는가 하면 지난달 28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노무라 교류회'에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신동빈 회장이 펼쳐갈 길은 형제와의 싸움도, 고 신격호의 회장의 아들로서도 아닌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펼쳐갈 미래에 박수를 보내며 많은 고용창출로 우리 산업과 젊은 세대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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