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레터]#16 여름에 어울리는 청명한 그림

인물·칼럼 / 이수아 / 2021-07-27 11:22:23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계절, 여름

여름은 뜨거운 날씨만큼 우리를 열정적이고 활동적이게 만드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여름밤은 어떤가요? 순수하게 오래 간직하고 싶은 아름다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지 않나요? 여름이라는 계절은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원천이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그림은 자연 빛을 탁월하게 이용한 인상주의 전성기 시대의 작품들입니다. 인상파 화가들은 “앙플레네르(en plein air)”페인팅을 선보였는데, 이것은 “열린 공간에서(in the open air)”라는 뜻으로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말합니다. 즉, 순간의 색채를 포착하기 위해 휴대용 이젤, 브러시, 그리고 페인트 튜브를 야외에서 꺼내 들었죠. 이 작품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여름의 기분 좋은 햇빛을 받는 느낌이 들 것입니다.



1. 아스니에르에서 물놀이 - 조르주 쇠라


사진: 아스니에르에서 물놀이, 조르주 쇠라, 1884, National Gallery, London, UK.
사진: 아스니에르에서 물놀이, 조르주 쇠라, 1884, National Gallery, London, UK.

조르주 쇠라는 빛의 대조를 잘 표현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쇠라가 선명하고도 섬세한 색의 대비를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아주 작은 점들을 하나하나 찍어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하는 점묘화였기에 가능했죠. 점묘화는 적은 색으로도 효율적인 명암을 나타내는 장점이 있지만, 작업 시간이 일반 그림의 2배 이상이 걸리는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쇠라는 특히 파리 사람들이 휴식과 여유를 찾는 시간의 세느 강 풍경 그림을 여러 차례 그렸습니다. 이 그림 속 사람들은 여유롭게 자신의 시간을 즐기고 있습니다. 옷을 훌러덩 벗어놓은 채 물가에 들어가 시원하게 수영하는 학생들과, 배 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보이네요. 쇠라가 그린 '그랑드자트섬의 일요일 오후’에선 상류 부르주아들이 격식을 차리고 체면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아스니에르에서 물놀이’는 서민들의 편안한 여가 생활을 묘사하여 당시 사람들의 생활방식의 차이를 잘 드러냈습니다.


그랑드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조르주 쇠라, 1884-1886, Art Institute of Chicago, USA.
그랑드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조르주 쇠라, 1884-1886, Art Institute of Chicago, USA.


2. 파라솔을 든 여인 - 클로드 모네


사진: 파라솔을 든 여인, 클로드 모네, 1875,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C., USA.
사진: 파라솔을 든 여인, 클로드 모네, 1875,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C., USA.

클로드 모네는 바람이 부는 여름날에 아내 카미유와 아들 진을 그렸습니다. 힘찬 붓놀림이 당시 세차게 불던 바람을 느끼게 합니다. 모네가 위쪽을 바라보며 그린 이 작품은 일반적인 조망 각도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새롭습니다. 아내의 옷 주름을 통해 바람이 불고 있는 방향이 어느 쪽인지 알 수 있고, 관객 쪽으로 드리워진 긴 그림자는 정오를 전후해 이 장면을 그렸다는 것을 알려주네요. 카미유가 들고 있는 양산은 1800년대 후반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한 소품이기도 합니다. 모네는 10여 년 후 자신의 아내이자 모델이던 카미유의 죽음 이후 재혼한 부인의 딸 수잔을 비슷한 방식으로 그렸습니다. 그만큼 카미유를 쉽게 잊지 못하고 그녀와 이 작품을 무척 아꼈던 것으로 보입니다.



3. 사치, 평온, 쾌락 - 앙리 마티스


사진: 사치, 평온, 쾌락(Luxury, Calm and Pleasure), 앙리 마티스, 1904, Musée d’Orsay, Paris, France.
사진: 사치, 평온, 쾌락(Luxury, Calm and Pleasure), 앙리 마티스, 1904, Musée d’Orsay, Paris, France.

앙리 마티스는 프랑스 리비에라에서 진보적인 후기 인상주의 작품을 그렸습니다. 그가 사용한 색의 화려함에서 그것을 볼 수 있는데요. 따뜻한 햇빛이 마티스의 세계를 아름답고 빛나게 합니다. 하늘에 사용한 여러 색채는 태양의 열기 때문에 떨어져 나간 무지개처럼 보이죠.


마티스는 폴 세잔의 영향으로 빠른 붓 터치를 했고, 이는 여름의 빛을 더욱 강렬하게 만듭니다. 쇠라의 작품에서처럼, 마티스 또한 색색의 점들을 그림 속에 채워 넣지만 덜 기술적이고 본인이 하고싶은 대로 표현하면서 그림 전체에서는 빛이 더 많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마티스가 이 유쾌한 여름 작품을 여름에 시작했지만 완성은 겨울에 실내 작업실에서 끝냈다는 것입니다.



4. 수확하는 사람 - 빈센트 반 고흐


사진: 수확하는 사람, 빈센트 반 고흐, 1889, Van Gogh Museum, Amsterdam, The Netherlands.
사진: 수확하는 사람, 빈센트 반 고흐, 1889, Van Gogh Museum, Amsterdam, The Netherlands.

여름날 행해진 이 수확은 여러 시대의 많은 예술가들이 전원적인 시골 풍경화를 그리는데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고흐는 당시 신경쇠약에 시달렸고 프랑스의 남쪽 햇살 좋은 곳에 위치한 정신병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가 그의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에서 이 그림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얘기해줍니다. 그는 병원의 방 안에서 이 밀밭을 내다보았고, 농부가 밀을 수확하는 모습을 죽음으로 비유했습니다.


“수확하느라 뙤약볕에서 온 힘을 다해 일하고 있는 흐릿한 인물에서 나는 죽음의 이미지를 발견한다. 그건 그가 베어 들이는 밀이 바로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의미에서다. 그러나 이 죽음 속에 슬픔은 없다. 태양이 모든 것을 순수한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환한 대낮에 발생한 죽음이기 때문이다.”


반 고흐의 머리 속에 있던 죽음에 관한 무서운 이미지는 따뜻한 여름 색채 덕분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선회하고, 그 결과 명작으로 탄생했습니다.



"사랑이 없는 인생은 여름 없이 보내는 일년과 같다." - 스웨덴 속담


뜨거운 햇빛, 다채로운 하늘색, 열기를 식히는 바람, 밤에 걷는 산책… 이 모든 아름다움이 있는 여름을 온 몸으로 즐기길 바랍니다.



▶ 아트레터란?


예술을 통해 영감을 얻고 내면의 성찰을 바라며 아트레터는 시작되었습니다. 마음을 풍요롭게 만드는 아트 스토리와 미감을 높여줄 예술 작품을 '아트램프'가 제공합니다.



[소셜밸류= 이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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