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레터]#14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 탐구하기

인물·칼럼 / 이수아 / 2021-05-20 17:59:17
천지창조를 그린 것처럼, 맑은 하늘을 그려본다.

5월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초여름 더위가 찾아왔다가 여러 날에 걸쳐 전국 곳곳에 비가 내리고 있다.


비 오는 하늘을 자꾸 올려 보니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가 떠올랐다. 좋아, 오늘은 천장화다! 이번 아트레터에서는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에 그림이 왜 그려졌는지, 그림을 그린 미켈란젤로는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세상의 만물을 그려냈는지 알아보도록 한다.



1.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 명소 ‘시스티나 성당’


사진: 시스티나 대성당 [출처 = Google Image]
사진: 시스티나 대성당 [출처 = Google Image]

이곳은 새 교황이 선출되는 장소이며, 동시에 미켈란젤로의 웅장한 프레스코로 실내가 장식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 중 하나이다. 이 예배당은 바티칸 시국의 교황 관저인 사도 궁전 안에 있는 성당인데, 특히 그 모습은 높은 직사각형 모양으로 구약성경에 나온 솔로몬(예루살렘) 성전을 본떠 디자인되었다.



2. 무엇을 그릴지 모르던 청년 미켈란젤로


Michelangelo, The Delphic Sibyl, detail, Sistine Chapel, Vatican. [사진 제공 = 아트램프]
Michelangelo, The Delphic Sibyl, detail, Sistine Chapel, Vatican. [사진 제공 = 아트램프]

사실 시스티나 성당에는 산드로 보티첼리, 피에트로 페루지노, 핀투리키오, 도메니코 기를란다요, 코시모 로셀리 등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로 이루어진 팀이 모세의 삶과 예수의 삶을 그린 벽화를 먼저 선보였다. 하지만 1508년 교황 율리오 2세의 명을 받아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그리기로 한 33세의 미켈란젤로는 첫날, 한 줄도 스케치하지 않았다. 위원회 측은 주변 삼각형에 12 사도들을 그리고 중앙엔 풍경화 장식을 그려달라고 했지만, 미켈란젤로는 그림의 내용에 있어서 자유로워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미켈란젤로는 결국 구약성서의 창세기(Genesis)를 모티브로 천지 창조, 신과 인류와의 관계(아담과 하와의 에덴 동산 추방), 인류가 신의 은총으로부터 멸망하는 것(노아의 방주와 홍수)을 보여주는 9개의 그림을 그려 넣었다. 커다란 삼각형 위에는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를 보낼 것을 예언한 예언자들을 포함한 남녀 12명을 그리고, 창문의 윗부분에는 그리스도의 조상(다윗 왕조)들을 그려 지금의 천장화가 완성된 것이다.



3. 엄청난 작업양에 겁 먹은 미켈란젤로


미켈란젤로가 만든 산 피에트로 인 빈콜리 성단 안의 교황 율리오 2세의 무덤 (실제 시신은 성 베드로 대성전 안에 있다.) [사진 제공 = 아트램프]
미켈란젤로가 만든 산 피에트로 인 빈콜리 성단 안의 교황 율리오 2세의 무덤 (실제 시신은 성 베드로 대성전 안에 있다.) [사진 제공 = 아트램프]

의뢰를 받긴 했지만 사실 미켈란젤로는 처음에 엄청난 규모의 작업에 겁을 먹고 거절의사를 밝혔다. 그는 자신이 화가라기보다는 조각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생각으론 자신이 이 일을 실패하면 경력을 망칠 것이고, 경쟁자인 라파엘로가 그의 실패를 이용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시기에 미켈란젤로는 이미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대리석 무덤작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매우 바빴던 터라 이 일까지 맡게 된다면 감당이 안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4. 어려운 일을 해내는 미켈란젤로


사진: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출처 = Google Image]
사진: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출처 = Google Image]

예배당의 천장(높이 20.7m, 아파트 5-6층 높이)은 꽤 높았다. 미켈란젤로는 작업을 위해 건축가 도나토 브라만테에게 밧줄로 공중에 매달릴 발판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으나, 브라만테는 만족하지 못할 결과물을 가져왔고 미켈란젤로는 이마저도 직접 개발하고 만다.


천장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니 발판에 누워서 그림을 그렸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는 4년의 시간 동안 거의서서 목과 머리를 뒤로 젖힌 채 작업했다. 게다가 프레스코화는 잘못하면 회반죽이 떨어지기 일쑤에다가 그걸 피하려면 회반죽이 마르기 전에 그림을 그려야 해서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작업을 해야 했다. 회고하기로 미켈란젤로의 인생에서 가장 우울하고 힘든 시기였다고 한다.



5. 그림 속에 숨겨진 미켈란젤로 코드


사진: 인간의 뇌에서 신과 아담이 만들어졌다는 가설을 보여주는 그림 [출처 = Google Image]
사진: 인간의 뇌에서 신과 아담이 만들어졌다는 가설을 보여주는 그림 [출처 = Google Image]

천장화의 <아담의 창조> 부분에서 뇌가 보인다는 설이 있다. 하나님을 둘러싸고 있는 천사와 복장이 합쳐진 형태가 뇌간, 전두엽, 동맥으로 이루어진 인간의 뇌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미켈란젤로가 해부학 공부를 많이 했다는 걸 떠올리면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사진: 미켈란제로라 시스티나 성당에 그린 또 하나의 걸작, 최후의 심판 [출처 = Google Image]
사진: 미켈란제로라 시스티나 성당에 그린 또 하나의 걸작, 최후의 심판 [출처 = Google Image]

천장화를 완성한 지 30년 후, 미켈란젤로는 다시 한번 시스티나 성당의 벽화를 그리게 된다. 바로 이 작품 또한 너무나 유명한 '최후의 심판'인 것이다. 이 작업 또한 에피소드가 많았고, 결론적으로 이 작품때문에 미켈란젤로는 카라파 추기경과 격렬한 논쟁에 휩싸이게 된다. 신성한 성당 안에 있는 그림이 나체와 과격한 묘사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림을 가리고, 지우고, 다시 그리고 하는 많은 수정 작업 때문에 후에 미켈란젤로는 기저귀를 그리는 화가라고 불리기도 했다.



온라인 바티칸 미술관에서 제공하는 시스티나 성당의 360˚ 버추얼 투어, 사진 캡처: 바티칸 미술관 홈페이지
온라인 바티칸 미술관에서 제공하는 시스티나 성당의 360˚ 버추얼 투어, 사진 캡처: 바티칸 미술관 홈페이지

코로나 19로 인해 시스티나 성당이 폐쇄되며 많은 관람객들이 아쉬워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대표 관광지답게 온라인 3D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어 오히려 수많은 인파에 둘러싸여 힘들게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닌, 집에서 하늘을 보듯이 성당의 천장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문화 유산의 훌륭한 장면들을 감상하며, 새롭고 맑은 하늘이 열리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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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밸류= 이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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