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부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는 유혜정 작가의 에세이다.
책은 작가가 8년간 다닌 회사가 아닌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진 순간, 용기를 내어 '회사 안'에서 답을 찾아간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작가는 커리어 코칭을 받고, 상사에게 면담 요청을 하고, 새로운 부서에 지원해보기도 했다. 그 과정 속 일상에서 만났던 사람들, 화나고 속상했던 순간들 그리고 '회사 안'에서 용기를 낸 행동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유혜정 작가의 에세이 <부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는 회사를 다니면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법이 궁금한 사람, 상사에게 용기를 내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말하고 싶은 사람, 퇴사는 답이 아닌 것 같은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직장인들에게 용기와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유혜정
목차
들어가는 말
오직 나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 4
나에게 맞지 않은 옷 10 / 회사 나가면 뭐하고 싶은데? 16 / 진급을 엄청 하고 싶진 않지만, 되지 않는다면 서운할 것 같다 18 / 워라벨은 없어요, 워크앤레저라면 모를까 22 / 당신에게 희망을 26 / 나의 정체성을 찾아서 30 / 유혜정 대리 미안한데, 올해는 안 될 것 같아 34 / 그래도 일하면서 즐거웠던 순간은 있다 40 / 나도 언젠가는 월급을 줘볼 수 있을까? 46 / 한남동 나들이 50 / 퇴사하고 뭘 할 것인지, 나를 설득해봐라 54 / 배고플 때 장보지 말자 58 / 부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62 / 일하는 마음 68 / 답을 찾아가는 과정 72 / 인생에도 LRP가 있어야죠 76 / 아마존의 혁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78 / 나를 찾는 진정한 휴가 82 / 새로운 부서에 지원해보는 마음 86 / 난 결국 인정받고 싶은 존재였다 90 / 꿈꾸는 바보들을 위하여 94 / 내가 더욱 간절해지기를 98 / 진정한 번아웃 104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목적을 찾고 싶다 108 / 국화차 향기 나는 응원 112 / 세상은 원래 내 맘대로 되지 않아요 114 / 이직은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일 때만 하려고요 120
나가는 말
혜정답게 살아갈 수 있기를 124
본문
이번에는 반드시 회사를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리라 굳게 다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나를 평가하는 팀장에게 면담을 요청한 일,
서먹한 아빠와 퇴사 고민을 나누던 일,
새로운 부서에 지원하고 면접을 본 일.
나에게 회사는 너무 답답했다. 불합리한 의사 결정, 갑갑한 상사의 리더십······. 뭔가를 내가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도 없었거니와 결정하고 싶은 사안도 없었다.
조직이라는 곳은 개인이 원하는 모든 의사가 반영되지는 않으니까. 아무리 노력해도 답답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타닥타닥 글을 썼다. 하루는 한풀이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기도 하고,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아 썼던 걸 몽땅 지우기도 했다. 그렇다고 글을 쓰지 않으면 스스로 왜 화가 나고 답답한지 알기 힘들었다. 글을 쓰면서야 내 감정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유혜정'이라는 사람의 경험과 고민을. 내가 회사 안에서 어떻게 길을 찾아가고 있고 무엇을 얻었는지.
'퇴사 에세이'가 난무한 시대에 회사 안에서 답을 찾아가려고 노력한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으면 한다. 보통은 회사를 만족스럽게 다니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으니까. 그리고 퇴사만이 정답은 아니니까.
누군가는 회사는 돌벌이 수단이라고 한다. 경력을 쌓아서 더 좋은 곳, 더 인정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가는 도구에 불과하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마음으로 회사를 다니려니 너무 재미없고 답답했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에게 맞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데.'
나는 늘 마음속 나침반을 들고 살아가고 싶었다. 회사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아무리 일을 잘하고 인정받아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곳이 조직이고 사회다. 나는 이 조직에서 오래 남고 싶은 마음을 품기보다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길 바랐다.
그 첫걸음으로 회사 안에서 용기를 내어 답을 찾으려고 노력한 나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하는 일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글을 쓰는 것은 단순히 쓰는 행위가 아니라 삶을 되돌아보고 담는 일이다. 내가 살아온 삶의 단면과 생각을 담은 글이 누군가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고, 영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라 믿는다.
"이 세상에는 나보다 학식이 높은 사람, 문장력이 탁월한 사람, 감각이 섬세한 사람, 지구력이 강한 사람 등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많고도 많다. 그런 생각을 하면 기운이 빠진다. 이미 훌륭한 글이 넘치므로 나는 글을 써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내 삶과 같은 조건에 놓인 사람,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 나의 절실함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쓸 수 있는 글은 나만 쓸 수 있다고 생각하면 또 기운이 난다. 글을 써야 하는 이유다." - 은유 『글쓰기의 최전선』 中
이 글귀를 읽고 더욱 용기를 내어 글을 써보기로 했다. 나는 그 누구보다도 절박하게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고, 내 안의 모든 용기를 끌어내어 부장님게 면담 요청을 했으니까.
모든 사람이 작가가 될 수 있지만, 누구나 될 수는 없다. 누구나 글을 쓰고 출판을 할 수는 있지만, 본인의 감정과 생각을 글로써 진실되게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란 일상의 순간도 글감으로 만들 수 있는 연금술과 본인의 삶을 남에게 보여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오직 나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로 작은 용기를 내어 도전해보고 싶다.
작가라는 길을.
- '들어가는 말, 오직 나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 중에서 -
회사 안이냐, 밖이냐를 고민하기보다는 회사 내에서 팀을 옮겨보는 것도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이 회사에서 방향을 찾는다면 나는 A팀에 가고 싶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걸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을 이끌어낼 때 보람을 느끼는 나의 성향이 A팀이 하는 일과 잘 맞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일하는 팀에서 A팀으로 옮겨 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회사라는 곳은 개인의 성향과 희망대로 순순히 팀을 배치해주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의 푸념을 들은 K 과장은 팀장과 면담해보라고 조언했다. K 과장은 오랫동안 우리 팀에서 일하다가 작년에 다른 조직으로 이동한 선배였다.
"너 그렇게 고민하고 힘들어할 바에야 팀장이랑 면담 한 번 해. 팀 이동도 생각하고 있다고."
"인사고과 안 좋게 나오면 어떡해요, 나 밉보이는 거 아니에요?"
"무슨 상관이야? 네 인생인데? 네가 즐겁게 일하는 게 회사를 위하는 일이기도 해."
"그렇겠죠? 음······."
K 과장의 말을 듣고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그래. 회사 나갈 생각하고 있는데 인사고과가 왜 중요해. 일단 질러보자.'
방에서 혼자 리허설도 해보고, 면담 당일 긴장을 풀기 위해 스트레칭도 했다. 너무나 떨렸다. 팀장에게 업무 이외의 용건으로 면담을 요청하긴 입사 이래 처음이었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이메일을 적었다.
제목: 면담 요청
내용: 부장님, 드릴 말씀이 있어 면담 요청합니다.
괜찮으신 시간에 알려주세요.
1분도 안 되서 회신이 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사무실에서 조금 떨어진 회의실에서 엄청난 떨림과 고민 끝에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스스로 이루고 싶은 목적 없이 회사를 다니고 있는 것,
그리고 진급과 회사 내의 성장 방향성에 대해서.
퇴사를 희망한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고 A팀으로의 이동을 원한다고 말씀드렸다.
그래, 그나마 퇴사하지 않는다면 나에게는 그 팀에서 일하는 것이 더 의미 있을 것이다. 말을 꺼내니 더 분명해졌다. A팀의 팀장에게는 아직 말하지 않았는데, 우리 팀장의 지원 없이는 부서 이동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A팀 팀장이 너무나 의아해할 것 같았다.
여름휴가가 지나면 회사의 스케줄대로 내년 업무를 계획해야 한다. 주변 사람들은 나보고
"혜정 대리, 내년에 진급 해야지. 주도적으로 일하고, 임원한테 보고도 자주해야 해." 라고 말을 걸 것이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내가 힘든 이유는 진급이 누락되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회사에서 이루고 싶은 비전과 목적 없이 과장 진급 대상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이해해주는 사람은 드물었다. 돈 별려고 회사 다니지 이루고 싶은 목적을 가지고 회사 다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고 나를 설득할 것이 뻔했다. 내 이야기를 들은 부장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유혜정 대리,
내가 회사 20년 넘게 다녀보고 많은 조직을 경험했잖아.
회사 일은 어디 가나 다 비슷비슷해.
A팀 간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어.
본인이 주도적으로 의미를 찾아가며 일하는 게 중요하지.
한 가지 업무를 주잖아.
그럼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모든 사람들이 다 다르게 일한다고
본인이 그 일을 어떻게 생각하면서
임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거야."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다. 그건 사장을 비롯한 모든 임직원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다. 그리고 부장님은 내가 했던 업무에서 부족한 점과 보완할 점에 대해서 말씀해주셨다. 내 나름대로 담당 프로젝트와 업무에 최선을 다했지만, 나를 평가하는 그의 눈에는 한참 부족해 보였나보다.
한 시간 넘게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려니 허탈하고 서운해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뚝뚝 눈물이 떨어지자 부장님은 휴지와 매실 캔 음료를 가져다주셨다.
- '부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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