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 기획 연재 2화 :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혁신가를 찾아서] 홈리스의 자립을 돕는 사회적 기업 빅이슈코리아 이선미 부국장

기획·연재 / 권호 기자 / 2019-11-08 02:34:00

서울 지하철역 출구에서 "빅이슈입니다"라는 목소리를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빨간 조끼를 입고, 하루도 빠짐없이 항상 그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잡지를 파는 빅이슈 판매원이 궁금해졌고, 인터넷을 통해 처음 '빅이슈'라는 잡지를 알게 되었다. 뮤즈 기획 연재인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혁신가를 찾아서'의 두 번째 주인공은 잡지를 제작을 통해 홈리스에 자립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 빅이슈코리아의 창립 멤버 이선미 부국장이다.



빅이슈코리아 이선미 부국장이 빅이슈 잡지를 들고 있다[출처:빅이슈코리아]


Q: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A: 저는 사회복지를 전공했는데 그 무렵 고민이 많았어요. 어떤 일을 해야 될까. 그런데 거리에 있는 빅이슈 판매원들을 간간히 보고 알고 있어서 홈리스 분들이랑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어떤 것이 있을까 평소에 생각했어요. 의식주가 무너진 상태로 거리에 있는 홈리스 분들을 봤을 때 진짜 어떻게 저렇게 사나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사람의 삶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어요, 어떻게 보면 존엄이 무너진 것처럼. 그래서 마음이 쓰였고 뭐라도 같이 하고 싶다. 어떠한 형태로든, 이 분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일어서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빅 이슈 창간 소식을 들었거든요. 그리고 이 잡지가 가진 가치가 너무 신선한 거예요.


빅이슈의 가치는 문제의 당사자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잡지를 판매하고 그것을 잡지라는 도구로 가능하게 만든다는 거잖아요. 저는 전에 빅이슈 판매원 옆에서 자원봉사를 했는데 빅이슈 판매원들이 멘트를 하기 어려워하실 때, 이 분들 곁에서 안녕하세요 빅이슈입니다. 희망의 잡지 빅이슈입니다. 하고 같이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목소리 판매 동호회라는 걸 했어요. 그 활동을 하다가 빅이슈에서 사람을 뽑는다. 코디네이터가 필요하다고 해서 이력서를 써서 입사를 하게 됐죠.



Q: 빅이슈 코리아는 어떻게 창립됐나요? 언제 멤버로 들어가게 되셨는지?



A: 빅이슈 코리아가 창간된 계기는 독특한데 해외에서 빅이슈를 경험하신 분들이 한국에도 빅이슈란 사업이 진행되면 좋겠다는 인식을 가지게 된 데서 출발했어요. IMF 이후에 굉장히 많은 분들이 거리에 나오게 됐고 이러한 사회 문제들이 불거지게 됐잖아요. 그래서 빅이슈라는 사업이 한국에도 하나의 기회로서 발현됐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을 가지신 분들이 생겼고, 온라인에서 창간 준비 모임을 가지게 됐죠. 그분들이 처음 창간 준비를 했고 실제로 2010년 7월에 창간을 하게 돼요. 그렇게 매월 잡지를 만들고 있을 때 저는 2010년 11월 정도에 창간 소식을 듣고 코디네이터로 입사를 하게 됐어요.



Q: 빅이슈에서 일하면서 행복한 기억이 있을까요?



A: 빅이슈 판매원분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임대주택에 들어가거나 주거상향을 하실 때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거리 노숙을 하거나 쉼터나 쪽방 혹은 피시방에서 지내시던 분들이 빅이슈에 들어와 꾸준히 주거 상향을 하게 되시거든요. 얼마 전에 어떤 분이 처음 신입으로 오셨는데 이런 질문을 했어요. 선생님 혹시 오늘 어디서 주무셨어요? 그러니까 들판에서 주무셨데요. 다음엔 선생님 오늘은 어디서 주무셨어요? 그러니까 숲 속에서 주무셨다는 거예요. 빅이슈에 들어오시면 2주간 신뢰를 쌓는 기간이 지나고 임시 주거지원으로 고시원을 연결해 드리거든요. 노숙을 하시다가 빅이슈 판매를 통해 수익을 벌고 임시 주거지원으로 고시원을 연결해 드리니까 돈을 내고 주무실 자리가 생기는 거죠. 그때 선생님들이 굉장히 편안해하시는 걸 보았어요. 옷도 멋진 옷을 입고요. 그런 모습을 보았을 때 일단은 의식주 중에 하나라도 해결되는 기분이 들어 행복해요. 또 처음 선생님들이 오셨을 때 정말 여러 문제들이 실타래처럼 얽혀있거든요. 그런 부분을 하나하나 코디네이터와 해결하고 채워가고 이럴 때 보람을 느끼네요. 그중 한 분이 기억에 남는데 빅 이슈 판매를 열심히 하시던 분이에요. 한 번은 빅 이슈 판매원을 하시다가 임대 주택에 입주를 하게 되셨어요. 노숙을 할 때는 가족과 함께 할 수가 없었죠. 고시원에서 생활할 때에도 가족들이 뿔뿔이 헤어져 살고 있었어요. 아내는 친척집에 딸은 친구 집에 이런 식으로. 마찬가지로 선생님은 고시원에 살고 계셨는데 임대 주택에 들어가게 됐고 그때 선생님이 굉장히 뿌듯해하시더라고요. 가족들도 불러 한 집에 살게 되고 언젠가는 저한테 문자 메시지를 하나 보여주셨는데 거기에는 아내분이 “여보 된장찌개 끓여 났으니까 일찍 들어와”라는 문자가 있었어요. 그거를 보여주시면서 본인이 10년 만에 행복이란 이런 감정이었구나. 라는걸 다시 느꼈다고 하시는 거예요. 정말 행복하다 행복한 감정이 이런 거였지.라는 이야기하시는 걸 들으면서 너무 뿌듯했어요. 다른 선생님들도 수입을 가족에게 보내주기도 하고 딸한테 보내주기도 하면서 그런 모습에서 가장의 역할을 하시게 되고 어깨를 피시는데 도움을 준 것 같을 때 행복해요.



Q: 사회 복지사로 일하셨다고 하셨잖아요. 처음에는 전공 때문에 이 일을 하게 되신 건가요? 아니면 평소에 관심이 있었어요?



A: 대학교 입학 전에는 지방에 살았는데 평소 제가 생각했던 가난의 모습은 집안에 쌀이 떨어지거나 집 안에 병에 걸려 몸져누워있거나 이런 모습이었거든요. 그런데 서울에 올라와보니 사람들이 거리에 아예 누워있는 거예요. 사람은 의식주가 하나라도 해결이 안 됐을 때 굉장히 고통을 받잖아요. 근데 이 분들은 거리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계시는 것을 보고 놀랐죠. 그 걸 보면서 아 이것이 가난의 극단적 모습이구나, 삶에서 어느 것 하나 지지기반 없이 안전망 없이 그대로 노출된 채 살아간다는 게 이런 거구나 라는 것을 알았어요. 그리고 그분들을 보면서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죠.



Q: 그럼 빅이슈는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A: 빅이슈는 홈리스 자립을 위한 잡지이고 그것을 위해 잡지를 만들고 잡지를 홈리스분들이 팔도록 도와 자립을 돕는 단체예요. 한편 빅이슈 판매를 하면서 판매뿐만이 아니라 이 분들의 정서를 풀어낼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론 홈리스 월드컵을 진행하고 있어요, 올해는 저희가 선수 선발을 맡았어요. 11월에 그분들을 모시고 멕시코로 출전을 할 예정이에요.



Q: 빅이슈에서 일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고민스러운 점이 있을까요?



A: 가장 고민이 되고 지혜가 필요하다 싶은 부분들은,


빅이슈 판매원분들이 사계절을 온몸으로 겪으셔야 되거든요. 지하철역 바깥에서 판매를 하시잖아요. 그런데 최근 한 달간 폭염이었고 그래서 판매하는데 굉장히 어려움을 겪으셨어요. 그래서 저희는 자율판매를 실시하고 컨디션이 좋을 때만 판매를 하실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기는 했지만 일은 하셔야 돈을 벌고 그렇다고 그 뙤약볕을 견디고 할 수가 없으니까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계속 긴장 상태로 한 달을 보냈거든요. 근데 오늘은 또 태풍이라네요. 이런 것들 이 힘들어요. 사람이 컨트롤할 수 없는 환경들. 하지만 이 분들에게는 매일 수입이 중요하고 오늘의 수입이 중요한데... 여하간 한 달간 굉장히 힘든 시간을 겪었기 때문에 따가운 햇볕을 지나 청명한 가을을 기대하고 있는데 그런 게 어려운 것 같아요.


Q: 빅이슈는 재능기부를 해주시는 분들이 참 많잖아요. 고마웠던 부분이라거나 빅이슈가 만들어지는데 도움 주는 분들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A: 빅이슈 일을 하면 매번 놀라고 매번 감동하고 착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나? 하고 감격할 때가 많아요. 잡지가 가진 가치를 공감하고 움직여주는 분들이 많거든요. 예를 들어 표지모델을 보면 표지모델은 한번 재능기부를 하려면 거기 따라오는 스튜디오나 사진작가, 스타일리스트나 메이크업 등의 인원들이 모두 도움을 주시는 셈인 거죠. 또 잡지 안에 글을 써주시는 분들, 사진을 찍어주시는 분들, 그림을 그려주시고 잡지가 나오면 판매에 대해서도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또 빅이슈 판매원 분들 옆에서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기도 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러한 빅이슈 판매 도우미 분들까지를 줄여서 저희가 빅 도움이라고 표현해요. 그래서 한 호당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움직여 주세요.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에너지와 시간들을 홈리스의 자립이라는 가치를 위해 기꺼이 쏟아부어주시는 것이 참 감사하죠.



Q: 빅이슈에 대해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A: 일단 빅이슈를 판매하는 입장에선 거리에서 빅이슈 판매원을 보시면 꼭 잡지를 구입하지 않더라도 안녕하세요 수고하십니다. 이렇게 간단히 눈인사라도 해주시면 판매원분들에게 굉장히 힘이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럼 선생님들은 아 저 사람들이 빅이슈를 아는구나! 하고 느끼거든요. 평소 빅이슈를 판매하고 있을 때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고 힘들다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러니 빅이슈 판매원을 보면 간단하게 인사라도 해주시면 좋을 것 같고, 그러다 마음에 가시면 잡지 한 권 사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Q: 빅이슈의 캐치프라이즈가 있나요?



A: '당신이 읽는 순간 세상이 바뀝니다'에요. 선생님들이 하는 말씀은 세상이 바뀌는 건 과장일지 몰라도 그래도 빅이슈를 판매하면 내가 바뀌더라에요. 사실 빅이슈를 판매한다는 것은 굉장히 용기가 필요한 일이거든요. 어떻게 보면 가장 절박한 상태에서 빅이슈를 찾아오신 거잖아요. 그리고 조끼를 입고 잡지를 들고 길거리에서 잡지를 판매하는 일이니까요. 우리나라 4~50대 남성 분들이 자신을 홈리스라고 내보이는 것이 불편할 수 있음에도, 문턱이 낮은 일자리로서 사회 안전망에 올라서 빅이슈에 도전하고 이것으로 자립을 해 나가시는 거니까. 이런 과정들이 자신을 계속 바꿔야지 할 수 있는 일이에요. 또 그러기 위해 매일매일 일을 하셔야 하고 임대 주택에 들어가려면 저축도 해야 하고, 결국 이러한 과정 때문에 빅이슈를 판매하고 그러니 세상이 바뀌지 않더라도 내가 바뀌더라는 이야기를 해주시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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