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충격…경영 공백 최소화에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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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사진=연합뉴스 자료/최성호기자 |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조현범 회장(한국앤컴퍼니 대표)이 2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법정 구속되며, 그룹 경영에 초비상이 걸렸다. 재계에서는 한국타이어그룹의 미래 전략 전반에 심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오세용 부장판사)는 이날 “조 회장이 총수로서 그룹을 사익추구 수단으로 악용했고, 유사 범죄로 이미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재범했다”며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검찰은 조 회장이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사적 용도로 사용하고,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총수 일가 이익을 챙긴 점 등을 중대하게 판단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판결은 회사 전체로서도 큰 충격”이라며 “법적 절차에 따라 항소 여부를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포스트 조현범’ 비상 경영체제 불가피
조 회장은 그룹의 핵심 경영 전략을 직접 진두지휘해왔다. 특히 미국 테네시 공장의 생산 능력을 2배 이상 확대하고,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설립을 통해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했다. 이에 따라 구속은 그룹 차원의 중장기 전략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공격적 M&A와 기술개발, 스타트업 투자 등으로 그룹 체질을 빠르게 전환하고 있었다”며 “리더십의 공백은 해외 법인 운영과 신사업 추진에 혼선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시장 전략 ‘빨간불’…한온시스템 인수전도 타격
최근 한국앤컴퍼니는 자동차 공조 기업 ‘한온시스템’ 인수를 적극 추진해왔다. 조 회장은 전략적 투자의 선봉에 서 있었으며, 2차전지 냉각 기술, 전동화 플랫폼 확보를 통해 그룹 포트폴리오 전환을 주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관련 투자 심의 및 자금 조달 일정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한국타이어가 주력해온 미국·유럽 법인의 수주 확대와 OE 타이어(신차용 타이어) 계약 협상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은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이사회 기능 강화 절실
재계는 한국타이어가 당분간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며, 전문경영인 중심의 운영구조를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일부 계열사는 이미 CFO(최고재무책임자)와 COO(최고운영책임자) 중심의 매니지먼트 체계를 강화해 왔다.
지배구조 개선 역시 숙제로 떠올랐다. 총수 일가에 집중된 의사결정 구조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 준법경영 위원회 독립성 확보 등이 시급한 과제로 지목된다.
◆“성장 모멘텀 다시 짜야”…투자자 신뢰 회복 관건
주식시장 반응도 예민하다.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주가는 이날 장 초반 하락세를 보였다. 외국인 투자자 중심으로 매도세가 관측됐다. 기관투자자들은 “조 회장의 장기 부재가 그룹의 방향성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며 실적 전망치를 재조정하는 분위기다.
한 재무분석가는 “결국 핵심은 이사회와 경영진이 얼마나 빠르게 대안을 제시하느냐에 달렸다”며 “내부 조직 안정화, 외부 신뢰 회복을 위한 정공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현범 회장의 구속은 단순한 총수 일가의 법적 문제를 넘어, 국내 대표 타이어 기업의 전략과 시스템을 재점검하게 만드는 분기점이다. 한 시대의 경영 스타일이 마무리되고, 새로운 지배구조 체계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국타이어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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