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만드는 KAI, 위성·군수·협력사까지 ‘AI 항공우주’로 진화

K-Biz. / 이국열 기자 / 2026-11-06 07:00:10
누리호 탑재 큐브위성서 AI 자율운영 시범 성공…12월 본 실증
293억 ‘RAM-C AI 에이전트’ 착수…군수 데이터로 무기 가동률 높인다
협력사 AX 교육 확대…한화 지분 확대 속 지배구조 불확실성은 과제

[소셜밸류=이국열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인공지능(AI)을 사업 전반에 적용하고 있다. 우주 궤도에서는 위성에 실린 AI가 고장 원인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내놓는 기술을 시범 검증했다. 지상에서는 군수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무기체계 운용 효율을 높이는 과제에 들어갔다.

 

KAI가 중소 협력사의 AI 전환까지 지원하면서, 기체 제조를 넘어 ‘데이터·AI 기반 항공우주 기업’으로 체질 개선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KAI 본관 전경 이미지/사진=KAI 제공
 

◇ 우주서 스스로 고장 원인 찾는 위성

 

6일 업계에 따르면 KAI는 지난달 20일 우주 궤도에서 위성이 스스로 상태를 진단하고 대응 방안을 제시하는 ‘AI 기반 자율운영 기술’ 시범 임무를 수행했다.

 

실증에는 지난달 7일 누리호 5차 발사로 궤도에 오른 스페이스린텍의 큐브위성 ‘BEE-1012’를 활용했다. 이 위성에는 KAI가 자체 개발한 AI 모듈이 실려 있다.

 

▲KAI가 자체 개발해 큐브위성 ‘BEE-1012’에 실은 AI 모듈/사진=KAI 제공
 

실증은 지상국이 가상의 고장 신호를 보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위성의 AI가 고장 원인과 영향 범위를 분석한 뒤 대응 방안을 담은 기술 보고서를 작성해 지상국으로 전송했다.

 

데이터를 지상으로 내려보내지 않고 위성 안에서 바로 처리하는 ‘AI 온보드 프로세싱’ 기술이다. 지상국과 교신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인 저궤도 위성에서는 이상 상황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번 임무는 가상 고장에 대한 진단과 대응책 도출 능력을 확인한 단계로, 위성이 실제 고장을 스스로 복구하는 기능까지 검증한 것은 아니다.

 

이번 실증은 KAI가 지난 3월 스페이스린텍과 맺은 업무협약의 후속 사업으로, 연세대학교와 펀진, 모빌린트도 참여했다. KAI는 다음 달부터 본 실증 임무에 착수한다. 이후 자체 제작하는 위성에 이 기술을 핵심 표준 사양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 군수 빅데이터에 AI 입혀 ‘가동률’ 높인다

 

지상에서는 무기체계 운용·유지 분야로 AI를 넓히고 있다. KAI는 지난 4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군수 빅데이터와 AI를 결합한 ‘RAM-C AI 에이전트’ 개발 사업 착수회의를 열었다.

 

RAM-C는 신뢰도·가용도·정비도·비용을 뜻한다. KAI는 지난 9월 이 과제의 주관 연구개발기관으로 선정됐고, 국방과학연구소 민군협력진흥원과 협약을 마쳤다.

 

국방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출연하는 부처 연계 사업으로, 총 293억원을 들여 48개월간 수행한다. 전투기·전차 같은 무기체계의 전 수명주기 정비·운용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총유지비용과 부품 교체 시점을 AI로 예측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4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군수 빅데이터 기반 RAM-C AI 에이전트 개발 착수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KAI 제공
 

KAI 관계자는 “이번 연구의 목표는 군수 데이터와 AI를 결합해 무기체계의 가동률과 운영 효율을 높이는 데이터 기반 군수 의사결정 기술을 확보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육·해·공 무기체계 실증을 통해 현장 적용성을 높이고 K-방산 수출과 후속 군수지원 분야로 활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항공기를 판 뒤 수십 년간 이어지는 후속 군수지원 시장에서 AI가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 협력사 AX까지…공급망 함께 끌어올린다

 

KAI의 AI 전환은 공급망으로도 이어진다. KAI는 지난달 28일 연암공과대학교, 한국산업기술시험원과 함께 ‘항공우주 강소기업 CEO AX·DX(인공지능전환·디지털전환) 특별강연회’를 열었다.

 

행사에는 협력사 42곳 관계자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KAI는 이달부터 협력사 실무자를 대상으로 AI 활용 교육을 시작하고, 내년부터는 항공부품 제조 현장에 맞춘 AI 실무교육을 정규 과정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양홍석 KAI 상생협력실 상무는 “많은 협력사가 AI 도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교육과 실질적인 AI 제조 인프라 구축 지원을 통해 협력사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상생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 과제는 ‘경영 안정성’…지배구조 불확실성 해소해야

 

과제도 있다. 위성 실증과 4년짜리 군수 AI 과제처럼 수년 단위로 이어지는 기술 투자는 경영의 연속성이 전제돼야 한다.

 

그런데 최근 KAI 지배구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9.90%)·한화시스템(4.98%)·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1.01%)를 통해 KAI 지분 15.89%를 확보했다.

 

이로써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26.41%)에 이은 2대 주주에 올랐고, 지분 보유 목적도 ‘경영참여’로 바꿨다.

 

KAI 노동조합은 지난 3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조합원 1300여명이 참여한 세 번째 상경 집회를 열었다. 지난달 14일과 20일에 이은 것으로, 세 차례 집회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노조는 독립경영 보장과 방산 독과점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황기연 수출입은행장은 지난달 20일 국정감사에서 ”현재 KAI 지분 매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는 이 발언이 향후 지분 유지를 약속한 것은 아니라며 정부의 명확한 입장을 촉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KAI가 AI 기반 항공우주 기업으로 자리 잡으려면 기술 경쟁력과 함께 지배구조를 둘러싼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어떻게 풀어 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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