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콜마그룹, 남매 갈등보다는 체질개선을 위한 '산통'으로 바라봐야

사회 / 소민영 기자 / 2025-06-25 09:47:23
오너 남매의 갈등을 넘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승부수 성격
비엔에이치, 공시 지연으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 경고등 켜져
▲(왼쪽부터) 윤상현 부회장, 콜마비앤에이치 윤여원 대표/사진=콜마그룹 제공

 

[소셜밸류=소민영 기자] 최근 콜마그룹 내부에서 불거진 오너 일가 간의 갈등을 업계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콜마그룹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볼썽사나운 갈등관계라기보다는 주주가치를 중시하는 투자자들 입장에서 조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콜마홀딩스와 자회사 콜마비앤에이치(이하 비엔에이치) 간의 긴장 관계가 불거진 출발점이 주주가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서 발단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오너 남매 간의 경영권 분쟁을 넘어서 기업 체질 개선과 투자자 신뢰 회복이라는 본질적 문제에서 출발했다는 시각이다.


콜마홀딩스는 자회사 콜마비앤에이치(이하 비엔에이치)의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 등 기업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하자 빗발치는 투자자들의 원성을 더는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해 주주환원 정책을 단행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추진했다. 하지만 콜마비앤에이치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남매간 경영 분쟁으로 가시화됐다.

사실 남매간 분쟁으로 시선이 쏠리는 것은 윤동한 콜마그룹 회장과 윤상현 부회장, 윤여원 사장과 함께 체결한 3자간 경영합의에 배경이 있다.

지난 2018년 9월 지배구조와 관련해 3자간 경영합의를 통해 윤 부회장에게 한국콜마와 지주사 콜마홀딩스 경영을 맡기고, 윤 사장에게는 콜마BNH 경영을 맡긴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윤 부회장은 콜마홀딩스 주주이자 경영자로서 윤 사장이 콜마비앤에이치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사업경영권을 적절히 행사할 수 있도록 적법한 범위 내에서 지원 혹은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를 조건으로 윤 회장은 아들 윤 부회장에게 2019년 12월 콜마홀딩스 주식 230만주(현재는 무상증자로 460만주)를 증여했다. 이를 통해 윤 부회장은 보통주 발행주식 총수 1793만8966주 중 542만6476주를 보유한 최대주주(30.25%)에 올랐고 지난 2024년 5월 2일 콜마홀딩스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아들과 딸의 독자경영이 시작됐지만 비엔에이치는 최근 몇 년간 실적 급감과 주가 하락을 보여주면서 불안한 경영상황을 보여줬다. 주주들은 “업황이 안 좋았다고 변명하기엔 동종 업계보다 한참 아래에서 놀고 있다”, “역량이 부족하다” 등 질타가 이어지고 있는 배경이다.

 

실제로 비앤에이치의 주가는 2020년 5월 7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었지만, 5년이 지난 2025년 5월에는 만원대로 급락세를 보여 주주들의 원성이 컸다.


이러한 가운데 콜마홀딩스는 오빠 ‘독식’이라는 우려 속에서도 주주가치 제고라는 대의명분 아래 강력한 개입을 선택했다. 지난 4월 25일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콜마비앤에이치의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목적으로 하는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하고, 5월 2일 대전지방법원에 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번 사태의 핵심 분기점은 지난 18일 열린 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 관련 법원의 심문기일이었다. 이번 첫 심문은 비공개로 진행했으며, 결과에 따라 콜마홀딩스 측의 경영 개입 수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 심문 결과에 따라 윤 부회장이 제안한 콜마비앤에이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다뤄질 수 있을지가 결정된다. 법원이 허가할 경우, 주총 소집을 통해 콜마홀딩스 측 인사를 비엔에이치 이사회에 진입시키는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보여진다.

비엔에이치는 지난 6월 5일, 코스닥시장공시규정 제27조 및 제32조에 따라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받았다. 경영권 분쟁 관련 소송과 연결재무제표 기준 실적전망 공시가 각각 5월 7일, 5월 15일에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 5월 9일과 5월 27일에 지연 공시되어 이 같은 조치가 내려졌다.

지정 예고에 따라 비엔에이치는 7월 1일까지 소명 및 보완조치를 통해 벌점 부과를 막아야 한다. 만약 누적 벌점이 8점을 초과할 경우 1일간 매매거래 정지 조치가 내려지며, 15점 이상이 누적될 경우에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될 수 있다.

이 같은 위기를 의식한 듯, 비엔에이치는 6월 13일 자로 5월 영업(잠정)실적 공시를 단행했다. 당시 공시된 실적에 따르면, 비엔에이치는 5월 단월 기준 420억 원의 매출, 35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전월 대비 매출은 5.6%, 영업이익은 0.2% 감소했다.

이 공시는 지정 예고 사유 중 하나였던 실적 공시 지연 문제에 대해 사후 조치를 취한 것이며, 남은 기간 내에 더욱 투명한 정보 제공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책을 제시할 경우 벌점 감경 또는 미부과 가능성도 점쳐진다.

콜마그룹의 현재 갈등은 단순한 남매의 난이 아니라, 침체기를 겪은 그룹의 체질 개선을 위한 전략적 분기점에 가깝다. 불성실공시 리스크와 법적 분쟁이 맞물려 있는 현재 콜마비엔에이치가 어떻게 사태를 매듭 짓느냐에 따라 향후 10년을 가늠할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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